사단법인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는 지난 1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일본 훗카이도 우라카와에 위치한 베델의 집에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베델의 집은 정신장애인 생활공동체입니다. 1978년 우라카와 적십자병원에 근무하던 사회복지사 무카이야치씨가 낡은 교회에 터를 잡은 것을 계기로, 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서로 장애를 드러내고 각장의 장점과 능력을 살려 함께 사업을 하고 마을 사람들과도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12시간 동안 비행기와 버스를 타고 가서 베델의 집에 도착했을 때 공동체 사람들이 직접 교류회를 열어주었습니다. 베델의 집을 소개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그들은 스스로 어떤 병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소개했습니다. 교류회 후에는 늦은 시간까지 무카이야치 선생님께서 정신장애 관련 일본의 법과 제도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이틀째날 베델의 집의 작업장과 생활하는 집을 둘러보았습니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공동체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매일 진행한다는 회의를 참관하였습니다. 모두 돌아가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설명하고 얼만큼 일할 수 있을지 얘기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작업하는 동안에도 "손은 놀아도 입은 놀면 안된다"며 누구에게도 억지로 노동을 강요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즐겁게 일하도록 환경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럼 돈은 어떻게 벌지 싶어도, 이들이 미역가공 판매 등 여러 사업을 통해 매년 벌어들이는 수익금은 연간 1억엔이 넘는다고 합니다.
오후에는 사회적 기능훈련(Social Skill Training, "SST") 세미나를 참관했습니다. SST 세미나는 당사자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연구하고 서로 고민을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으로, 국내에는 '당사자 연구'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날은 물건을 훔치라는 환청이 들려서 괴로운 당사자가 나와서 과거에 피해를 준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서 역할을 정해 사과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았습니다. 당사자는 환청씨(이들은 환청의 존재를 인정하고 친구로 삼고 있어 "환청씨"라고 부릅니다)를 피해자에게 데리고 가 사과를 하면서 "앞으로 물건 간수를 잘하라"는 조언까지 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웃음을 자아내고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베델의 집의 다음과 같은 원칙은 우리의 삶과 일하는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세끼 밥보다 미팅
・안심하고 게으름 피울 수 있는 직장 만들기
・스스로 이름 붙이는 자기의 병
・편견, 차별 대환영
・뜨는 인생에서 지는 인생으로
・괴로움을 되찾기
・약점이 인연
・맘대로 못 고친다, 자기 병
・공사혼동 대환영
・이걸로 만사형통
따뜻하고 유쾌했던 베델의 집을 생각하면 슬며시 얼굴에 미소가 번지게 됩니다.
이번 연수가, 한국 정신장애인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데 두루가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