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두루는 지난 2월 17일 시`청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극장운영업체를 상대로
화면해설, 자막 등의 편의를 제공해 달라는 공익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아래 내용은 사단법인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가 <함께걸음>에 기고한 글을 요약한 것입니다.
(원문 출처 : http://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03)
<사진 출처 : 함께걸음 기사 http://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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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도가니’라는 영화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청각장애 학생을 상대로 청각장애학교의 교장과 교사들이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끔찍한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그 영화가 46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지만, 막상 청각장애인들은 그 영화를 보기 어려웠습니다. 당시 도가니를 상영하는 전국 상영관 640곳 중에 자막을 제공하는 상영관은 고작 22곳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청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도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에게 자막(영화에서 나오는 대사, 효과음 등을 한글로 표시해주는 것)이, 시각장애인에게 화면해설(화면의 장면, 자막 등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것)이 적절하게 제공된다면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편의제공을 요구하는 것이 무리한 요구일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법에 부합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용역 제공 및 문화ㆍ예술 활동의 차별금지와 정보제공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무려 8년 전부터 그래왔습니다. 특히 2015년 4월 11일부터는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영화상영관’을 보유한 사업자의 경우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 등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생겼습니다.
요즘 큰 상영관에서는 ‘장애인 영화관람데이’라는 이벤트를 합니다. 정기적으로 영화 한편을 정해, 일정한 시간대에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상영관 운영자는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장애인에게 영화를 선택할 권리가 없고, 원하는 시간대에 영화를 볼 수도 없습니다. 장애인복지카드로 장애인임을 증명하고 예매를 해야 영화를 볼 수 있으니, 비장애인 친구들과 같이 영화를 볼 수도 없고, 장애 등급을 받지 않은 사람은 위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없습니다. 장애인 영화관람데이를 운영한다고 해서 법에서 정한 상영관 운영자의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아무리 법에 근거가 있다고 해도, 기술적으로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요구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다양한 기술과 기기가 개발돼 적용되고 있습니다.
▲ 좌석 앞 투명한 화면에 자막을 띄우는 방식 |
미국의 최대 상영관 운영자인 리걸(Regal Entertainment Group)은 소니(Sony)가 개발한 ‘자막이 흐르는 특수안경(Access Glasses)’을 청각장애인 관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좌석 앞 투명한 화면에 자막을 띄우는 방식(Rear Window)도 미국에서 이미 개발돼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당한 편의제공인 화면해설을 위한 기기는 보다 단순합니다. 현재 다양한 보조기기가 개발돼 있으며, 최근에는 본인의 핸드폰에 어플리케이션을 깔아서 화면해설을 듣는 방식도 개발됐습니다.
미국의 3대 영화관인 리걸, AMC(AMC Entertainment Inc.), 씨네마크(Cinemark Theaters) 모두 폐쇄자막과 화면해설 등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화관 리걸의 예약 사이트는 영화 옆에 시간 표시가 있고, 그 옆에 폐쇄자막(CC), 화면해설(DV)이 가능한지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영화 관객 수 천만 명을 돌파하는 시대에 시·청각장애인들도 천만 관객 중 한 명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시ㆍ청각장애인들이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영화를 골라서 온전히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우리가 시작한 소송이 시ㆍ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포함한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는 작은 첫걸음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