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호두책방을 운영하는 박OO씨는 시청으로부터 책방 앞에 설치된 경사로가 인도를 침범하였으니 경사로를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장애인이 책방을 이용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설명하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경사로를 적법하게 설치하기 위하여 시청에 도로점용허가 신청을 하였지만 돌아온 것은 불허가 처분서였습니다. 지역서점들이 빠르게 몰락하고 있는 사회에서 북콘서트 등 문화행사를 기획해가며 고군분투하던 박씨는 시청의 처분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호두책방의 경사로를 이용하던 지체 장애인의 SNS 포스팅을 통해 알려진 호두책방 사례는 SNS와 언론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시청의 행정에 장애인 단체 뿐 아니라, 많은 시민이 의아해하고 분통을 터뜨렸지만 여전히 호두책방의 경사로는 '불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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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의 자체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워져 결국 장애 단체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이하 '경산공투단')은 경상북도 행정심판위원회에 불허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로 하고, 6월 13일에 행정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면서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법무법인 지평과 사단법인 두루의 변호사들은 이 행정심판에 대리인으로 참여하였고(참여변호사: 김지홍, 김용길, 최초록, 천영석), 두루의 최초록 변호사가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행정심판 청구의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경산공투단은 동정과 시혜로 얼룩진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만들어가고자 구성된 경산지역 장애, 노동, 여성, 인권,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입니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에서는 경사로의 설치를 권장하고 있고, 도로법도 경사로를 점유허가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애인의 접근권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편의법에서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이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할 적극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장애인에게 편리한 세상은 모두에게 편리한 세상입니다. 보행자를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편협하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보행권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호두책방에 경사로가 '적법'하게 설치될 수 있도록 두루와 지평이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