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놀이공원에 왜 가나요? 저는 놀이공원이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타려고 하는데, 이상한 이유를 대면서 놀이기구를 타지 못하게 한다면 여러분의 기분은 어떨까요? 함께 간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요?
오늘, 놀이공원에서 최악의 경험을 한 사람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합니다.
진정인은 청각장애인, 뇌변병장애인, 발달장애인입니다. 모두 성인입니다. 세자녀를 둔 아빠이자 20년 이상 교사생활을 한 장애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 스스로 문제 없이 사회생활을 해 왔습니다. 진정의 상대방은 국내 유명 놀이공원 3곳의 운영주체입니다. 진정인들은 정당하게 놀이공원 이용권을 구매하고 입장하였지만, 장애인임을 밝히고 놀이기구를 타려고 할 때 모두 거부당했습니다. 이유는 “모든 장애인은 신체건강한 성인을 보호자로 동반하여야 한다”는 안내 규정 때문입니다. 이 규정은 정말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보호자 동반이라는 표현 자체에서 장애인을 보호의 객체로 보는 시각이 깔려있습니다. 그 표현 자체가 차별입니다. 모든 장애인은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차별조장광고에 해당합니다. 장애인이 보호자가 될 수는 없습니까? 실제 뇌변병장애가 있는 진정인은 사건 당일 아이들의 보호자로 놀이공원에 간 것이었습니다. 장애인이 놀이공원을 설계하고, 제작하고, 안전을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는 없을까요? 장애인은 고객이 될 수도 있고, 동료가 될 수도 있으며. 놀이공원의 사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보호자로 온 뇌변병 장애인에게도 보호자를 요구하는 것은 장애인에게 심한 수치심을 느끼게 합니다. 장애인을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여기는 낮은 수준의 인식에 모든 국민이 수치심을 느껴야 합니다.
둘째, 놀이공원측은 장애인에게 놀이기구가 어떤 위험이 있는지 설명해주지 않고, 무조건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 보호자가 동반되어야 합니까? 놀이공원측은 장애인의 안전을 이유로 내세웁니다.
저시력 장애인, 난청이 있는 사람, 약간 다리를 저는 사람, 전신이 마비가 된 사람, 자폐 등 장애의 종류는 너무나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장애인지와 무관하게 모든 장애인에게 위험한 것일까요? 놀이공원측은 놀이기구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고객에게 놀이기구의 위험성을 알릴 의무가 있습니다. 제대로 설명을 듣고 놀이기구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놀이기구를 탈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장애인의 몫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 없이 무조건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는 것은 스스로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명백한 채무불이행입니다. 위험을 알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사전에 빼앗는 위법한 행위입니다.
셋째, 놀이공원측은 장애인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선택권을 무시한 채 무조건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10조는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행복하려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위험한 스포츠를 즐길 권리, 위험한 생활방식으로 살아갈 권리도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것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게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놀이기구를 타고 싶은데, 무조건 보호자 동반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용역, 서비스 제공에서의 차별에 해당합니다.
우리의 요구는 이렇습니다.
놀이공원은 장애인도 안전하게 스릴을 즐길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라.
놀이공원은 장애인에게 어떤 위험이 있을 수 있는지 장애유형을 고려하여 설명하라.
놀이공원은 장애인이 위험에 관한 설명을 듣고 놀이기구 이용 여부를 선택할 경우 이것을 존중하라. 모든 이용객의 안전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기본이다.
현재 법원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이 에버랜드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구제와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3년째입니다. 우리는 곧 합리적인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놀이공원에서 장애인들의 차별은 계속 될 것입니다.
장애인들은 놀이공원에서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놀고 싶습니다.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안전은 핑계다. 장애인을 배제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