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과 두루는 지난 6개월 동안 난민인권센터와 협력하며 난민 지원의 폭을 넓혀 왔습니다. 난민인권센터에서 만난 이주민들은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한국에 온 사람들입니다. 여기, 난민인권센터에서 만난 네 명의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합니다. 짧은 글로는 이들의 사연을 소개하기 어렵지만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현행 제도의 문제를 함께 인식해 주셨으면 합니다.
1. 난민인정을 받기 위해 재신청 과정에 있는 아기 엄마 A
A는 소수민족과 종교에 대한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습니다. 한 차례 난민인정신청을 했지만, 면접 과정에서 진술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고 신청이 기각되었습니다. A는 사실 두 번째 면접부터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진술을 해 왔습니다.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것은 첫 면접 때 뿐이었죠. 첫 면접은 영어로 면접을 보았고, 두 번 째부터는 모국어로 면접을 보았습니다. 영어로 면접을 보는데 동의하였다 하더라도, 모국어가 아닌 이상 오역을 짚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A는 여기서 이주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았습니다. 대사관에 갈 수 없었던 A는 아이의 출생등록을 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전 돌잔치도 했지만 아이는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무국적자입니다. A는 낯선 땅 한국에서, 아이와 함께 안전한 삶을 보장받고 싶습니다.
2. 난민인정신청을 하였지만, 돌연 외국인보호소에 갇히게 된 B
B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에 왔습니다. 체류기간이 만료되기 전 난민인정신청을 했는데, 갑자기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전화를 받고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모국어로 설명을 듣지 못해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채로, B는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법률상 용어는 '보호'이지만 여기서는 '구금'이란 단어를 사용하려 합니다)되었습니다. 강제퇴거명령 처분을 받은 이유는, 비자신청 서류 중에 거짓으로 작성된 서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급박한 도피 중에 지인의 도움을 받아 비자신청 서류를 작성했던 B는 한국어로 작성된 서류 중 그런 서류가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구금 당시 난민 면접은 아직 보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단기 구금을 예정한 법과 달리 B는 6개월이 넘도록 보호소에서 구금되어 있고, 재판 때에도 법원의 출석 요구서가 있어야만 계구를 한 채로 밖에 나올 수 있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재량'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난민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가 난민에게 강제퇴거명령을 하는 것은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요?
3. 난민인정신청 후 외국인보호소에 있다가 몸이 너무 아파 일시보호해제된 C
C는 여러 차례 난민인정신청을 했지만 기각되고, 미등록을 이유로 강제퇴거명령과 보호명령 처분을 받았습니다. 자발적으로 보호소에 출석하여 범칙금을 내려 했지만 그 과정에서 갑자기 보호명령 처분을 받고 구금되었습니다. 보호소에서 몸이 너무 아파 병원 치료가 시급했던 C는 이 사정을 우연히 알게 된 단체의 도움으로 일시보호해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몸 상태는 최악입니다. 연장을 받지 못한 그는 다시 보호소에 돌아가야 합니다. 그의 강제퇴거명령, 보호명령, 일시보호해제, 일시보호해제의 연장은 한 명의 공무원이 심사하고 있습니다.
4. 난민인정을 받았지만,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 D
D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난민인정을 받았습니다. D는 상담 과정에서 난민인정 뒤에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교육이나 지원도 받지 못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일례로, D는 한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가 영문도 모른 채 그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이 되었는데, 이로 인해 수천만원의 세금이 부과되었습니다. 그리고 세금 체납을 하였다는 이유로 비자연장이 어려워졌습니다. 국민은 세금을 체납하면 오히려 출국금지명령을 받게 되는데, 난민인정자는 외국인이란 이유로 세금을 체납하면 체류가 어렵게 됩니다. D는 체류자격을 연장받지 못하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요?
법무부는 '가짜난민'을 가려내겠단 이유로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면접 과정에서 세부적인 사항의 진술이 불일치하면 이를 크게 문제 삼곤 합니다. 위법행위를 발견하면 구체적인 난민인정신청 사유나 상황을 살펴보지 않고 강제퇴거명령을 하여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하기도 합니다. 현재 난민이란 이유로 보호소에 장기구금된 사람은 십수명입니다. 어려운 과정을 지나 난민인정을 받더라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난민협약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우리가 나아갈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