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레일라니
파르하 UN 주거권 특별보고관(Leilani Farha, UN
Special Rapporteur on the right to adequate housing, 이하 “주거권특보”)이 한국에 방문하여 14일부터 22일까지 9일 간 정부 부처와 시민 단체를 만나 당사자들을 면담하고 현장을 답사하며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조사하였습니다.
UN의 특별보고관 제도는 UN 인권이사회의 절차에 따라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전문가로서, 특정
국가 또는 특정 주제에 관한 인권 상황을 조사·감시·보고하는 사람입니다. 현재 북한을 비롯한 10개국, 주거권을 비롯한 34개
주제에 대한 특별보고관이 활동 중입니다. 특별보고관은 이번에 주거권특보가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처럼 여러
나라를 방문하여 특정 주제에 관한 인권 상황을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보고서 형태로 작성하여 UN 총회에 제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가 방문 절차는 특별보고관이 국가를 선정하고 그 국가의 정부가 방문에 동의하면 이루어집니다. 2010년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013년엔 인권옹호 특별보고관이, 2014년엔 인종차별 특별보고관이, 2016년엔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다녀 갔습니다.
주거권특보는 5월 23일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는데, 한국의 주거권 실태가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와 같은 실태조사를 이끌어내기 위해 시민사회 단체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두루 최초록 변호사는 동천의 권영실 변호사, 감동의 이현서 변호사와
함께 ‘이주민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지난 5월 부산에 다녀온 것도 이 일 때문이었죠.
이주민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는 주거권특보에게 이주민, 난민의 열악한
주거 실태를 직접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외쳐온 ‘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 활동의 연장선입니다. 정부의 주거 정책에서 이주민은 대부분 배제되고,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에 대한 관리 감독 규정은 너무나 미흡합니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
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 숙소의 70% 이상은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패널로 지어진 가건물이고, 욕실이 외부에 있거나 창이 아예 없고, 잠금 장치가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집들은 최저주거기준을 갖추지 못하였음은 물론이고 최소한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습니다.
특히 5월 19일, 부산에 다녀온 일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부산에서는 이주노동자 기숙사, 난민불인정자 가정,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결혼이주여성의 가정을 방문하였습니다. 공장 바로 옆에 위치하여 잠을 자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소음이 울리는 기숙사,
곰팡이가 잔뜩 핀 방, 다섯 명의 가족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단칸방을 찾았고, 한낮의 불청객을 모두들 따뜻한 마음으로 환대해 주었습니다. 일정이
밀려 모든 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는데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하였습니다.
시민사회단체의 노력으로 특별보고관의 권고 내용에는 많은 내용이 담길 수 있었습니다. 이주민주거권네트워크에서는 △ UN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의 비준, △ 고용노동부의 이주노동자 숙소에 관한 기준 마련 및 정기적인 관리 감독 시행, △ 정부 주거정책과 실태조사에서 이주민이 배제되지 않도록 법제도 개선, △ UN 사회권위원회 권고(2017)에 따른 주거 위기 이주민에 대한 보호 및 지원 등을 주장하였고, 이 중 첫 번째, 세 번째 내용이 권고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최종 보고서는 2019년 3월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40차 UN 인권이사회에서 발표될 예정입니다. 두루는 이주민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와 함께, 최종 보고서에 더 심도 깊은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주거권 실현을 위한 한국 NGO 모임 논평 등 링크
https://docs.google.com/document/d/10lGwH_zOJML0ATd860AjGpB09H1SxF5wNS5a1B9DXkw/mobilebasic
(위 링크에서는 UN 주거권특보 방한 대응을 위한 시민사회 보고서, UN 주거권특보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 보도자료, UN 주거권특보 권고문(영/한)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