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현 변호사
우리 법무법인(담당변호사 임성택, 정광현, 이강호, 구정모, 강정은)은 송전탑 문제의 전국적인 공동대응과 제도개선 등을 위해 전국송전탑반대 네트워크,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녹색법률센터, 법조공익모임 나우 등과 협력하여 “송전탑 피해주민 법률지원단”을 결성하고, 2014년 10월 24일 「전기사업법」과 「송ㆍ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송주법’)의 관련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습니다.
154kV 이상의 특고압 송전선로는 전자기장 형성, 코로나 현상 등 여러 환경적 위해를 야기합니다. 특히 자기장은 비록 0.4마이크로테슬라 수준의 저강도일지라도 역학조사 결과 소아백혈병이나 5, 60대 노인들의 위암, 간암 등 발병률을 현저히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에 국제암연구기관(IARC)는 2002년 이러한 자기장을 발암물집 2B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서구 선진국들은 이러한 위해로부터 자국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른바 “사전배려 원칙”에 입각한 여러 적극적 조치들을 내 놓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그러한 “사전배려 원칙”에 대한 인식이 많이 미흡합니다.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원하는 주민들의 요청이 강력하였음에도 오히려 공권력 투입과 갖은 회유로 이를 무마하려고 하였습니다. 그 배경에는 전기사업법 제72조의2의 규정이 있었습니다. 이 조항의 법문은 송전선로가 아닌, 배전선로에 한해서만 지중화 요청을 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중이설을 요청한 토지소유자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토지상에 전선로를 설치하여 영리를 추구하는 전기사업자나, 토지소유자의 희생으로 전기를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받는 소비자들은 전혀 지중화 비용 부담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형평성에 반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토지소유자의 평등권, 재산권, 환경권을 침해하는 전기사업법 제72조의2에 대해 위헌소원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한편, 송주법은 송전선로로부터 일정 구간을 재산적 보상지역, 주택매수 청구지역, 기타 지원사업 지역으로 나눠 소정의 보상 및 지원사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보상 및 지원 규정이 너무 불충분하게 입법된 탓에 마땅히 보상을 받아야 할 주민들 다수가 여기서 배제되어 버렸다는 데 있습니다. 전국의 송전선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154kV 송전선로 주변지역 주민들은 송주법의 혜택에서 전면 배제되었고, 이제껏 수십 년씩이나 환경적 위해로부터 고통을 받은 주민들도 보상을 청구할 기회를 박탈당했습니다. 또한 765kV나 345kV 특고압 송전선로 주변지역 주민들도 보상지역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하는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보상에서 제외되어 버렸습니다. 그 근거가 되고 있는 송주법의 여러 조항들도 이번 헌법소원의 심판대상으로 되었습니다.
송전선로 설치로 밀양 등 전국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억울함을 하소연하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습니다. 이번 헌법소원을 계기로 관련 법령이 조속히 개선되어 더 이상 억울하게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없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