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09년 10월 동네 인삼밭에 들어갔다가 지뢰가 폭발하여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의 큰 사고를 입었습니다. 국방 한계선이었지만, 철조망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A씨는 약초나 더덕을 캐다 시장에 팔아 생계에 보탤 셈으로 산에 오른 것이었지만, 이 사고 때문에 혼자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A씨는 동생 부부와 함께 사고가 났던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A씨는
그런 위험한 곳에 왜 지뢰 표시가 없었는지 의아하고 원통스럽기만 합니다. A씨는 지금까지도 한 해에
한 번쯤은 동네에서 지뢰가 터져 사람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B씨는 1960년대에 지뢰 폭발로 그 파편에 머리를 다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장마철 하굣길에 물이 불어난 개천을 건너려던 어린 B씨가 개천을 건너는 것을 난감해하자 지나던 군부대 차량이 B씨를 태우고 가던 길이었습니다. 사고 직후 국가배상청구를 했지만 패소하였고, 소송 비용 때문에 B씨의 집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습니다. B씨는 일용직 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4년 지뢰피해자와 그 유족들에게 최소한의 위로금 및 의료지원금을 지급하는 법인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뢰피해자법’)이 제정되었습니다. A씨와 B씨는 이 법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은 놀랍게도 “받을 수 없다”입니다. 지뢰피해자법은 국가의 고의ㆍ과실을 엄격히 따지지 않고 피해를 보상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입니다. 그런데 지뢰 사고로 피해를 입은 것이 명백한 A씨와 B씨는 왜 보상을 받을 수 없을까요?
A씨와 B씨가 이미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를 한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뢰피해자법에서는 “피해자 또는 유족이 지뢰사고와 관련하여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 위로금 지급을 배제하고 있습니다(지뢰피해자법 제6조 제2항 2호). 지뢰피해자법은 지뢰피해자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법입니다. 이 법은 사고 당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배상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거나, 배상을 받았더라도 보상금액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생계유지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확정판결’이라고 해서 승소판결을 받아 이미 배상을 받은 사람들뿐 아니라, 패소판결을 받아 배상을 전혀 받지 못한 사람들까지 위로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지뢰피해자법이 국가배상법과 달리, 국가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경우, 소멸시효가 경과한 경우에도 모두 위로금을 지급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A씨와 B씨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불합리합니다. A씨와 B씨는 현실적인 어려움, 두려움을 무릅쓰고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국가의 과실을
입증하지 못해 패소하였고, 이제는 위로금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A씨와 B씨를 비롯한 지뢰피해자들은 사고 후 삶의 의욕을 잃고, 다른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된 삶을 살아왔습니다. 사단법인 두루는 지난 3월, 국방부 피해자 지원 심의위원회의 위로금등 지급신청기각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참여변호사: 강정은, 김용진, 최초록). 두루는 행정소송에 이어 지뢰피해자법의 위헌성을 다투는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지뢰피해 의뢰인이 상담을 한 뒤 선물로 두고 간 뻥튀기를 들고 활짝 웃는 최초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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