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은 국회의원 선거일입니다. 보통선거 원칙에 따라 18세가 된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선거권을 가집니다. 18세라는 연령 이외에 다른 제한은 없습니다. 오히려 특정한 자격이나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제대로 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늘 발달장애인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모여 참정권 보장을 외쳤습니다. 이들은 사전투표일에 투표를 하러 기표소를 찾았지만, 제대로 투표를 하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공직선거법에는 이런 규정이 있습니다. “시각 또는 신체의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을 동반하게 하여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다.” (157조 6항) 공직선거법에서는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을 시각장애인과 신체장애인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 간 선관위는 지침을 두어, 발달장애인에 대한 보조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시각장애인과 신체 장애(지적 자폐성 장애 포함)로 자신이 혼자서 기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그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에게 투표를 보조받을 수 있음을 안내함”이라는 내용이 그것입니다. 이에 따라 오늘 모인 진정인들 모두 가족이나 보조인의 보조를 받아, 글씨를 모르거나 투표과정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렵더라도,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를 해 왔습니다.
이후 지침이 바뀌었다는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습니다. 당연히 지난 선거와 마찬가지로 보조를 받아 투표를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던 발달장애인들은 사전투표일에 기표소를 찾아 좌절을 하고 말았습니다. 선관위 지침에 발달장애인은 보조를 받을 수 있는 장애 유형에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보조를 받을 수 없다고 한 것입니다. 당사자들은 이런 상황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이를 차별이 아니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비발달장애인과 발달장애인에게 모두 동일하게 1표씩 주어져 있고, 같은 방식으로 투표를 하도록 하니 공평하지 않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이러한 차별을 명백한 차별로 규정합니다. 장차법에서는 직접적인 차별행위 뿐 아니라 “간접차별”도 차별로 분류하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간접차별은 형식적으로는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지만 장애를 고려하지 않는 기준을 적용하여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제4조 1항 2호). 선거일에 타인이 보조를 할 수 없다는 것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정한 규칙입니다. 편의 지원이 있어야 투표권 보장이 가능한데 발달장애인으로부터 보조인을 빼앗는 것은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이는 장차법에서 정한 차별입니다.
선관위의 차별행위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기 위하여 열 두 명의 발달장애인들이 인권위에 진정을 하려고 모였습니다. 진정 취지에 대해 한 분이 저희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슨 법이 갈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라 거꾸로 가나요?” 진정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참정권이 제한된 모든 발달장애인들을 대표하여 거꾸로 가는 법, 거꾸로 가는 선관위에 대해 진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발달 장애인 역시 비발달장애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습니다. 이에 대한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권고와, 이에 따른 선관위의 책임있는 사과, 편의를 제공하는 내용의 지침 마련이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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