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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기고] 울력과 품앗이 2020.07.13

울력과 품앗이


이주언 변호사


6년 전 이른바 '염전 노예' 사건이 알려졌다.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속여 염전으로 장애인들을 데려간 다음, 수년간 하루 5시간도 못 자게 하면서 소금 생산을 포함한 각종 일을 시키고 임금을 착취한 사건이다.

 

그 후로도 수많은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 사건이 있었다. 고물상, 개사육장, 애호박 농장, 토마토 농장, 타이어 정비소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피해자들은 짧게는 1, 길게는 30여년간 노동력을 착취 당했다.

 

그리고 최근 이른바 가두리 노예 사건이 알려졌다. 통영의 섬마을 주민이 가두리 양식장에서 19년간 지적장애인에게 일을 시키면서 폭행하고 임금을 착취했다고 알려진 사건이다. 이런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이 우선 지적된다. 염전 노예 사건의 경우 피고인 대부분이 집행유예를 받거나 2년 이하의 낮은 형을 선고 받았다.

 

집행유예를 받은 가해자 중에는 14년간 강제노동을 시킨 사람도 있었고, 아버지 때부터 21년간 대를 이어 지적장애인을 감금하고 강제노동을 시킨 사람도 있었다.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에는 노동 강제, 임금 착취, 감금이나 폭행, 기초생활수급비 횡령, 계약서 위조 등과 같은 여러 범죄가 포함돼 있어 형법 외에도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등 다양한 법률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이런 사건을 단순 임금 체불 사건으로 보기도 한다. 수사기관이 얼마나 법을 세밀하게 검토하고 적용하는지에 따라 법원이 선고하는 형이 달라질 수 있다.

 

장애인 피해자가 형사 절차에 잘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뢰관계인, 보조인, 진술조력인, 의사소통 조력인 등 지원제도를 잘 활용해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제대로 진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피해자가 일터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거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하더라도 그 경위나 피해자의 진의를 신중히 파악해야 한다.

 

경찰은 장애인 수사 매뉴얼을, 법원은 장애인 사법지원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있고, 법원은 최근 이를 개정하면서 수어통역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규칙으로 정하는 등 장애인의 사법지원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장애 유형별 피해자 조사 가이드를 만들어 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 학대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법과 제도를 보완할 필요도 있다. 법을 정비할 때에는 우리나라가 가입한 인신매매의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국제규범(팔레르모 의정서)의 취지에 맞게 보완해야 하고, 강제노역과 인신매매를 막기 위해 기업의 공급망 투명성을 강화한 영국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법을 참고할 수 있다.

 

검찰이 장애인 노동력 착취 사건에서 울력(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여 일함. 또는 그런 힘)이나 품앗이(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라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불기소처분을 한 경우가 있었다.

 

피해자에게는 울력이 아니라 울컥할 일이고, 품앗이가 아니라 인생을 빼앗기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을 함부로 대해도, 재워주고 먹여주었으니 괜찮다거나 일할 기회를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언론사에서 기고글 보기 : [톺아보기] 울력과 품앗이

 

담당변호사 이주언 (02-6200-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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