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 같이 영화 볼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은 국내에서 천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 기생충이 개봉한 뒤 주말이 지나면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와 영화의 각 장면에 담긴 감독의 의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 대화에 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들이다. 왜 그럴까?
“장애인이 함께 영화를 즐기기 위해”
시각장애인은 영화 장면을 설명해주는 화면해설을, 청각장애인은 영화의 소리(한국영화는 대사까지)를 글로 표현한 자막을 제공받아야 비로소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화면해설과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를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한다. 배리어프리 영화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번째는 “오픈형”으로, 영화관 스크린에서 자막이, 스피커에서 화면해설이 나와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모두 자막을 보고 화면해설을 듣는 것이다. 두번째는 “폐쇄형”으로, 개별적으로 기기(단말기, 스마트 안경 등)를 이용해 자막을 보거나 화면해설을 듣는 방식이다.
오픈형 방식에는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비장애인 관객들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폐쇄형 방식에는 장비를 빌리거나 사용할 때 장애를 드러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영화관에서 마주한 차별”
장애인차별금지법은 300석 이상의 대형 영화상영관을 운영하는 업체에게 차별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영화상영관 중에는 폐쇄형 장비를 갖춘 곳이 단 한군데도 없다. 폐쇄형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상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간접차별인 동시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차별이다.
다만, 일부 영화상영관에서는 오픈형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차별행위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주장은 부당하다. 오픈형 배리어프리 영화의 상영 비율은 전체 상영횟수의 0.2%에 불과하고 상영시각도 대부분 평일 2시나 저녁 7시(극히 일부 토요일 11시)이다. 게다가 상영관 홈페이지에서 영화를 예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한국농아인협회나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약 2주 전에 별도로 신청을 하여야 한다. 이때 동반1인만 함께 갈 수 있고, 본인과 동반인이 각각 이름,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를 기재하여 신청서를 제출한 뒤에 약 2주를 기다려 접수 마감일에 개별적으로 연락을 받아야 영화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분리된 시스템에는 장애인을 이벤트 대상으로만 보는 차별적 시각이 담겨 있다.
“누구나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미국의 대형 영화상영관들은 청각장애인을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보고, 고객 유치를 위해서 직접 비용을 투자하여 스마트 안경이나 단말기를 개발하였다. 그 덕분에 누구나 미국에 여행을 가면 스마트 안경을 빌려 영화를 볼 수 있다. 영어 대사만 들어서는 이해할 수 없었을 장면들을 영어 자막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다문화가정의 결혼이주민, 외국인 노동자, 노인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이제는 극장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시각, 청각장애인도 가족, 친구들과 “이번 주말에 같이 영화 볼까?”라고 말하는 평범한 일상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이것이 단순한 바람으로 끝나지 않도록, 두루는 다른 단체들과 함께 시각, 청각장애인들을 대리하여 대형 멀티플렉스 상영업체를 상대로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라”는 차별구제소송을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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