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2020. 12. 복지동향에 제출한 ‘홈리스 청소년의 존엄한 삶’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문)
1.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소개합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거리 아웃리치 기관, 대안학교,
청소년 위기지원센터, 성폭력상담소, 대안공동주거
등 다양한 청소년 지원현장들과, 청소년 주거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 법률가 등이 함께 모여 201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우리가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탈(脫)가정을 통해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했지만, 이 선택 때문에 존엄을
흔드는 장면들을 마주해야 했다. 가정과 시설 사이에서 청소년들은 사정이 되는 만큼, 인연이 닿는 만큼 친구 집, 아파트 계단, 피씨방, 고시원, 교회, 도서관, 쉼터와 같은 임시적인 거처들을 옮겨 다닌다.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가장 기본적인 ‘집’ 마저 운에 맡겨야 하는 현실 때문에,(1) 매일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삶을 검색하고, 오늘 밤 머물 수
있는 곳에 메시지를 보낸다. 오늘 이후를 생각하기 어려운 이들은 다만 얼마간의 생계비를 위해 명의를
빌려주거나 사기 등의 범죄 피해에 노출되기도 한다.
2. 가출
청소년과 홈리스 청소년
홈리스 청소년을 위한 제도 대안을 고민하는 시작점은 홈리스
청소년을 인식하는 것이다. 2017년
여성가족부 추산 연간 ‘가출 청소년’의 수는 약 27만명(2)이라고 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학대’와 ‘폭력’을 피해 가정 밖에서의 삶을 선택한 이들이다.(3)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상황을 비행이나 우범이라 부르며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청소년의 탈가정 상태를 ‘홈리스(Homeless)’로 표현하는 경우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홈리스는 도덕적인 당위와 상관없는 현실의 상태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국가가 아동ㆍ청소년이
가정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소홀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독립시기가 이들보다 늦다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탈가정 청소년이 27만명인 우리의 상황을 두고 자립이 늦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상적인 자립시기에
대한 편견이 현상을 왜곡하고 청소년을 위한 자립지원을 유예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3. 홈리스 청소년의 정의
현행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은
‘노숙인 등’을 18세
이상인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다(제2조). 시행규칙에 있는 연령 제한 규정은 삭제되어야 하고 오히려 홈리스 청소년의 취약한 지위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시설을 살만한 집이라고 여기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거주시설’은 인권으로서의 주거권을 실현하기 위한 ‘주거 또는 집’이 아니다. 따라서 시설거주 역시 홈리스 상황에 포함되어야 한다.
4. 홈리스 청소년을 위한 지원
홈리스 청소년을 위한 정책은 ‘보호자 중심’의 주거지원에서 벗어나,
청소년을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주거권의 주체로 삼아야 한다. 이미 기존에 마련된 주거약자를
위한 정책에서 청소년을 주거권의 주체로 인정하고 정책 대상으로 포섭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지원주택 공급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해 주거취약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지원주택을 제공하고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그 대상에 청소년이 포함되도록
개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청소년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는 정책은 보호정책 뿐 자립과 주거를 지원하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5ㆍ6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CRC/C/KOR/CO/5-6)”에서 “구체적인
탈시설계획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설보호를 폐지하기 위한 적절한 인적, 재정적, 기술적 자원을 할당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우리는 청소년의 탈시설을 위해 다양한 자립지원정책을 설계하고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5. 나가며
청소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이들의 무능이나 미성숙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를 배제함으로써 쉽게 문제를 ‘처리’해온 우리 사회의 폭력이 낳은 결과다. 사람을 순위 매기고 권리 보장의
순서를 정하다 보니 청소년들을 더욱 위험한 삶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나의 안정적인 삶과 주거를 향한
고민이 홈리스 청소년들의 고민과 이어지는 이유다.(4)
(1) (4)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
“절실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했던 아리송하지만,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질 <청소년 주거권> 함께
첫 삽을 뜨고, 밑돌을 놓을 당신을 초대합니다!” (2019)
(2) “여가부, 가출청소년 27만명 추산, 청소년 쉼터로 연간 3만명 자립 돕는다”, 이투데이(2017.
10. 23.)
(3) 2014년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가출 원인 중 가족과의
불화나 어려운 가정형편이 68.4%를 차지했다.
담당변호사: 마한얼 (연락처: 02-6200-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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