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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1년 동계 로스쿨 실무수습 후기 (국제인권영역 : 방소운, 현소은) 2021.02.19
국제인권영역, 방소운

공익변호사가 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종종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싶냐 물어올 때 공익변호사라 답하면 우려 섞인 반응이 되돌아오곤 했습니다. 좋은 일이긴 한데 먹고 살 수 있냐, 너무 힘들 것 같다, 네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서 그렇다 등등. 공익변호사는 타인을 위해 자기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희생해야 하고 그래서 행복하기 힘든 사람으로 비치는 것 같았습니다. 우려 섞인 목소리들 틈에서 공익변호사가 되고 싶다, 여러 번 말하면서도 그 다짐의 무게가 희미해지고 내가 정말 할 수 있는 일일지 의문스러워질 때쯤, 운 좋게 두루를 만났습니다. 

두루에서 시보라 불리던 2주 동안 많은 것들을 누렸습니다. (1) 다른 시보님들과 내규를 만들며 어떤 행동이 폭력이 될 수 있는지,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하기 위해 무엇을 조심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배웠습니다. (2) 변호사님들의 영역별 주요 업무 소개 강의와 그 외 특강을 들으며 국제, 장애, 아동, 사회적 경제, 환경 분야에 대한 이해를 넓혔습니다. (3) 공익 소송과 공익변호사의 업무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어렴풋하게 그려오기만 했던 ‘공익변호사의 일’을 선명하게 엿볼 수 있었습니다. (4) 공통 과제를 통해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명예훼손죄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해보고, 국제인권팀의 개별 과제를 통해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고, 각각의 과제 제출물에 대해 섬세한 강평을 받으며, 실제 변호사가 서면을 어떻게 작성하고 서면 작성에 있어 어떤 점이 중시되는지 등을 배웠습니다. (5) 이 외에도 두루 변호사님들께서 진행 중인 소송의 재판을 방청하고, 다양한 영역의 소송 기록들을 훑어보며 변호사의 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실무수습 프로그램으로 정해져 있었던 활동 외에도 누린 것들이 많습니다. 특히 잊지 못할 것은 변호사님들께서 일관되게 보여주신 존중과 배려입니다. 실무수습이 시작되기 전부터 채식을 하는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정보가 있는지 등을 물어봐 주시고, 수습 기간 내내 편의를 최대한으로 봐주시고, 메뉴 선정처럼 사소한 것들에서도 저희 의견을 반영해 주신 것, 강연과 강평, 식사 시간, 티타임, 간담회, 온라인 회식 등 상황을 불문하고 한결같이 다정하고 유쾌하게 대해주신 것 등등 모두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변호사님들께서 저희뿐만 아니라 변호사님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시고, 그러면서도 가깝고 재밌게 지내시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며 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고, 회사 생활과 직장 동료들의 관계에 대한 비좁은 상상을 부술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이 제 인생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실무수습을 통해 얻은 것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시보님들과의 만남입니다. 시보님들이 각 영역에 보여온 관심과 활동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많이 반성하고 배웠습니다. 비록 코로나19 문제로 실무수습이 원칙적으로 비대면으로 진행된 터라 자주 뵙진 못했지만, 잠깐씩 만나 뵐 때마다 가치관과 추구하는 방향이 비슷해서인지 전부터 알아온 것처럼 편안했고 즐거웠습니다. 과제 제출 전날 몇 명이서 늦은 시간까지 인턴실에 모여 서면을 작성한 것도 재밌고 그리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과 일한다면 매일 야근해도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많이 뵙지 못한 게 아직도 아쉽습니다. 방학에 한 번씩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그것만으론 성에 안 차니 나중에 꼭 동료가 되어 더 많이 자주 봤으면 합니다.


실무수습을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공익변호사’라는 꿈에 대한 확신입니다. 변호사님들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어떻게 분투하는지, 그럼으로써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그러면서 얼마나 즐거워 보이는지 엿본 덕분에 흔들리던 꿈을 공고히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공익변호사라 하더라도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 모두 두루와 같지 않을 테고, 제가 가늠하지 못할 무게의 고난이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익변호사로 살아야겠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우려 속에서 조금씩 흔들리던 꿈이 굳건해질 수 있게 해주신 두루의 변호사님들께 감사합니다.

김초엽 작가님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라는 소설을 좋아합니다. 두루에서 2주를 보낸 이후로, 미래의 제가 살아낼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을 생각하면 그 소설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국제인권영역, 현소은


0. 두드리기 : 도돌이표와 물음표

 ‘두루’ 실무수습 공고를 본 것은 많은 결심이 엷고 희미해지던 11월 초입니다. 몇년 간의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설레는 마음으로 교정을 밟았지만, 다시 학생의 신분을 얻게 된 것이 마냥 즐겁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1년 가까이 두꺼운 교과서와 씨름하는 동안 마음 한편에서는 배움의 이유와 종착점에 대한 물음표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습니다. 생경한 법조문과 판례이론은 멀게만 느껴졌고, 공부의 구체적인 쓸모가 그려지지 않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두루’ 지원서를 쓰면서 어지러웠던 머릿속이 조금이나마 정돈되었습니다. 3면의 지원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왜 법학을 공부하는지 저 자신에게 묻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학부 시절과 직장생활을 관통해 희미하게나마 부여잡아온 ‘다원성’이라는 가치를 되새겼습니다. 교과서를 끼고 끙끙대며 답안지 목차를 잡던 때보다 손끝이 조금은 가벼워진 기분이었습니다. 합격 여부와 무관하게 ‘두루’ 지원서를 쓰는 시간은 저 자신을 돌아볼 고마운 기회였습니다.

1. 들여다보기

 감사하게도 2021년을 ‘두루’와 함께 열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대부분의 일정은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지만, 아쉬움이 클지언정 배움은 얕지 않았습니다. 

(1) 영역별 업무 소개
 일정은 크게 공익변호사 업무 소개(5개) 및 특강(4개), 공통·영역별 과제 수행 및 강평, 법원 재판 방청 등 세 가지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첫 주에는 국제인권, 장애인권, 아동·청소년인권, 사회적경제, 환경 등 5개 영역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지원 영역 외에는 기초적인 지식조차 부족했던 터라 영역별 이슈를 망라한 고농축의 강의는 그 자체로 유익했지만, 각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는 점, 또 변호사님들이 영역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2) 특별강의 
 1~2주 차에 걸쳐 임성택 지평 대표변호사님의 임팩트 소송 강의, 윤지로 세계일보 기자님의 환경특강, 김기남 ‘아디’ 변호사님의 국제연대활동 특강이 이어졌습니다. 매 특강은 변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익 소송은 이기는 소송이어야 한다. 패소하면 면죄부를 줄 수 있고, 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방해가 될 수 있다.” 임성택 변호사님의 말씀을 되새깁니다. 임팩트 소송은 원고 구제뿐 아니라 소송을 통한 사회적 변화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소송 전략을 짤 때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원고 구성과 설득부터 제소시점 설정, 추상적 권리에서 시작해 구체적 법적 근거를 도출해내는 매 과정이 승소율을 높이는 과정임을 변호사님은 강조하셨습니다. 선의와 당위를 넘어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변호사 업무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시아 분쟁 지역에서 활동하는 김기남 변호사님 특강 역시 제 상상력의 빈곤을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의를 듣기 전에는 국제분쟁 영역에서 제3자인 한국의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을 구체적으로 그려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공익변호사에게 있어서 더 가볍거나 더 무거운 생명은 없다고 할까요. 인권 침해의 최전선에서 변호사는 법률대리인을 넘어 때로 활동가로, 기록자로, 연대자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나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3) 재판 방청
 2주차에는 ‘1층이 있는 삶’ 1심 1회 변론 방청 기회를 얻었습니다. 예년과 달리 코로나19 사태로 외부 일정 진행이 여의치 않았던 터라 재판 방청이 사실상 유일한 외부 일정이었습니다.

 ‘1층이 있는 삶’은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은 채 턱과 계단만 두고 있는 편의점 등을 상대로 장애인의 시설물접근권 보장을 청구하는 내용의 소송입니다. 20분가량 이어진 재판 방청 자체도 좋은 경험이었지만, 특히 유익했던 것은 재판 직후 변호사님들과 활동가님들의 회의를 참관한 것입니다. 재판 과정에서 원고에게 불리하다고 짐작한 대목이 있었는데, 변호사님들과 활동가님들은 재판장의 의중을 따라가면서도 불리한 지점을 뒤집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쏟아내셨습니다. 편견이라는 ‘턱’을 경계 없이 수용하면서 변화는 요원하다고 만연하게 생각해온 자신의 태도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였습니다.

2. 더 깊이 들어가기

 실무수습 기간 두 개의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공통과제로 ‘배드파더스’ 사이트 운영을 조력해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 의견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변호인 의견서를 써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변호사님께서 제공해주신 각종 자료와 대법원 및 하급심 판례, 헌법재판소 결정례, 관련 논문 등을 자료로 활용했습니다.

 2시간에 걸친 강평과 개별 강평은 굉장히 유익했습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전체적인 짜임새부터 개별 판례의 활용 방식, 논지 전개 방식 등을 꼼꼼히 강평해주셨는데, 실제 재판에서 제출된 의견서와 제가 작성한 의견서를 비교해보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효과적인 글쓰기에 대해 많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2주차에는 영역별 과제로 입법예고된 난민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였습니다. 다른 영역과 달리 국제인권 영역 과제는 다른 시보분과 협업해 수행했습니다. 각자 개정안을 보고 문제점을 추출해온 뒤 각종 논문과 관련 자료를 숙지해 주장과 논거의 살을 붙여나갔고, 의견서 자체는 분야를 나누어 작성했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와 채팅을 통해 논의했지만, 실시간 대면 소통이 필요했던 터라 2주차에는 자연스레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였습니다. 각자 다른 문제의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었고, 이견을 조율하며 협업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도 만들 수 있어 개인적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3분의 변호사님께서 강평해주셨습니다.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논거가 헐거워지거나 논점이 흐려진 지점이 많았는데, 변호사님들께선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셨습니다. 난민법 개정은 난민행정 당국과 난민신청자 및 지원단체의 시각차가 현저한 사안이라 어느 한쪽 주장을 논거로 제시할 때 인용 정도와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분명한 사실관계 위주로 꼼꼼하고 뚜렷하게 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 등을 지적해주셨습니다. 

 두 개의 과제는 공부의 필요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시간 부족을 구실 삼았지만 사실 사흘은 의견서 하나를 작성하기에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판례를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수준에 그친 것은 공부와 고민이 부족했던 탓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의견서는 잠재적 ‘남의 편’까지 ‘우리 편’으로 끌어당기는 과정인 만큼, 선입견을 흔들고 판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논리와 논거가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저 논리 위에 논리를 쌓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실정법적 근거와 정교한 주장을 제시하기 위해 더 많은 공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3. 두루, 두루

 ‘두루’ 인턴실에 처음 들어설 때 저는 많은 궁금증을 안고 있었습니다. 공익변호사로 커리어를 시작할 때 불안하지 않았는지, 로펌에서 이직한 이유는 무엇인지, 무게감과 책임감이 큰 일을 한다는 데 대한 두려움은 없는지…. 아마도 절반 정도는 자신을 향한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공익변호사의 삶을 동경하고 지향하면서도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주차 금요일에 있었던 온라인 회식과 이한재 변호사님의 신입변호사 업무소개 등을 빌려 비슷한 질문을 여러 형태로 드렸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두루’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분, 활동가 성격이 강한 단체에서 옮겨오신 분, 로펌에서 이직하신 분 등 ‘두루’ 변호사님들 궤적이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각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도 구체적으로 여쭤볼 수 있었고, 변호사님들께서도 기탄없이 답해주셨습니다.

 같은 답변이 돌아온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다만 ‘출발점이 어디든 공익에 관한 관심과 끈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큰 틀만은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공익변호사의 길에 닿는 데 하나의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최근 ‘두루’에 신입변호사로 합류한 이한재 변호사님께서는 공익지향성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취업 루트와 자신의 준비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해주셨습니다. 공익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한 의지만큼이나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4. 돌아오며

 아직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채 ‘두루’ 문을 두드렸고, 2주 만에 다시 책상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법학은 쉽지 않고 때때로 엉덩이는 하릴없이 들썩입니다. 다만 공부의 ‘이유’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는 점은 분명한 차이입니다. 한없이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법학서의 활자에도 약간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첫 실무수습을 ‘두루’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나이, 출신지역, 형제관계 등 타인과 관계 맺을 때 관성적으로 앞세우는 질문을 거두고도 서로를 존중하고 신뢰하면서 일하는 변호사님들을 보면서 밥벌이의 지겨움이나 괴로움보다는 즐거움을 더 많이 보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실무수습생 내규를 정할 때만 해도 비집고 올라오던 다른 시보분의 나이나 학교에 대한 질문도 금세 가셨습니다. 일하고 싶은 업무환경, 함께하고 싶은 동료를 상상하면서 공부의 목적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같습니다. 

 ‘두루’에서 보낸 2주는 행복했고, 특별했습니다. 한 시간 전부터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사막 여우처럼, 출근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법학서를 놓고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다른 시보분들과 생각을 나누고, ‘두루’ 변호사님들을 보며 고민의 종착점을 그려보는 매 순간이 귀했습니다. 다시 만나 또 함께 머리를 맞대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두루’ 변호사님들과 시보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