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이 있는 것
-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는 것
-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는 것
‘우범소년’이란,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위에 제시된 사유가 있고 그의 성격이나 환경에 비추어 앞으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10세 이상의 아동을 말합니다. 이러한 우범소년을 발견한 보호자 또는 학교의 장, 시설장, 보호관찰소의 장은 이를 관할 소년부(법원)에 이를 알려 아동이 소년보호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데, 이를 ‘통고’제도라고 합니다. 우범소년 규정으로 소년부로 통고된 아동은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거나 12세 이상의 경우 최대 2년 소년원 처분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10세는 최대 6개월 소년원 송치가 가능합니다).
A는 아동양육시설에서 자랐다. 시설장은 A가 가출했다는 사유로 법원에 통고했고, A는 첫 번째 소년보호재판에서 받았지만 처분이 내려진 재판 당일 또 가출을 했다. 이 일로 시설에서 받을 징계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A는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었고 두 번째 재판을 받아 6호시설처분과 2년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A를 보호하던 6호시설장은 A의 생활태도가 불량하고 휴대폰을 몰래 사용하였으며 이탈을 모의했다는 사유로 법원에 보호처분을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다. A는 다시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었고 세 번째 소년보호재판을 받아 2년 소년원 처분을 받았다.
A는 그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지만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시설장이 ‘통고’한 결과 소년분류심사원에 두 번이나 수용되고 2년 소년원처분까지 받게 되었습니다. 과연 A가 ‘성인’이었다면, 그리고 ‘시설’이 아닌 가정환경에서 생활했더라도 과연 같은 결론이었을까요.
지난 3월 9일에는 국회의원 박완주ㆍ이규민ㆍ최기상, 정춘숙 국회 여성가족위원장,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사단법인 두루가 공동주최로 ‘우범소년 규정 폐지 필요성’ 국회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되었으며, 사단법인 두루 강정은 변호사는 ‘아동의 권리에 비추어 본 우범소년 개정방향’을 주제로 발제하였습니다.
아동사법제도를 경험하는 아동은 특별한 집단이 아닙니다. ‘범죄소년’, ‘촉법소년’, ‘우범소년’으로 명명되고 있지만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매일 마주하는 아동일 뿐입니다. 학대피해아동일 수 있고 “보호대상아동”, “지원대상아동”, 혹은 “위기청소년”일 수 있습니다. 그 동안 최근 아동과 관련된 정부의 주요정책을 검토해 보면, 2019년 ‘포용국가 아동정책’에는 범죄혐의를 받거나 법을 위반한 아동을 위한 제도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2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0년~2024년)에는 “우범소년 제도 개선(삭제) 추진”이 제시된 반면,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0년~2024년)’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우범소년 송치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어 ‘관계부처 합동’ 이름으로 발표하는 정책 간에도 충돌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동사법체계가 아동 및 청소년 정책, 교육정책 등과 단절되어 추진되어 왔으며, 정부 정책 전반에 아동과 아동인권에 대한 관점이 부재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아동은 대한민국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주체이며 평등의 원칙에 따라 연령이 어리다는 이유로 성인과 달리 차별 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1991년 가입ㆍ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불법적ㆍ자의적으로 자유를 박탈당하지 않을 아동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제5-6차 대한민국 심의에 따른 최종견해에서 우범소년 규정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유엔총회에서 채택한 ‘소년비행의 방지에 관한 유엔지침(리야드 가이드라인, 1991)’,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일반논평 제10호(2007) 및 제24호(2019), 유엔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아동의 자유박탈에 대한 국제연구(2019)’ 등 국제사회는 반복하여 아동의 전형적인 행동을 범죄시하는 “지위비행(status offences)” 규정, 즉 우범소년 규정을 폐지할 것을 반복하여 권고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 소년보호혁신위원회 또한 같은 취지로 우범소년 규정 폐지를 권고했습니다.
소년법은 특별형사사법으로 형사법의 지배이념인 죄형법정주의가 그대로 적용되며, 우범소년 규정은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됩니다.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사유를 근거로 범죄를 저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복지적 행정처분이라는 더 적절하고 효과적인 수단이 있음에도 형사적 제재인 보호처분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기도 합니다.
또한, 시설의 장이 관리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아동을 징계하거나 시설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우범소년 규정을 악용하고 있어 시설보호아동에 대한 차별적이고 자의적인 처우로 활용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우범사유로 위탁된 아동을 분석한 결과 6호시설처분에서 10호 2년 소년원처분에 이르는 구금 처분 비율이 50%나 차지한 것으로 보아,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우범소년 규정으로 인해 더 손쉽게 아동의 자유가 박탈되는 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다는 이유로 성매수범죄 위험에 처한 아동이 우범소년 규정으로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된다면, 성매매 피해아동이 범죄자로 취급되어 소년보호재판을 받았던 “대상아동청소년” 규정이 삭제된 입법취지와도 충돌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동사법제도를 경험하는 적지 않은 아동이 가정 내 위기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의 원인을 위기상황을 발생시킨 가정이나 사회가 아닌 아동의 특정행위에서 찾고 아동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민법 징계권이 삭제되는 등 아동보호를 위한 국가책임 강화의 방향성에도 맞지 않습니다.
우범소년 규정은 삭제되어야 합니다. 성인에게는 죄가 되지 않는 행위를 낙인찍어 범죄자로 취급하고 단지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사법적 처우를 부과하는 것은 ‘회복과 사회복귀’라는 아동사법의 이념에도 반하며 그 자체로 아동에 대한 차별적 처우입니다. 우범사유는 아동이 처한 위기상황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복지적 개입과 지원을 강화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국가가 보호가 필요한 아동 내지 위기청소년 등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책무를 이행해야 하는 사유입니다.
이 날 국회토론회에서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청소년인권과 과장은 우범소년 관련 법 규정 정비의 필요성에 관해 발제하였습니다. 우범소년 규정이 국제인권규범에 적합하도록 조속히 정비되어 이 규정으로 인해 아동이 부당하게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되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될 수 있는 문제가 해소되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양현규 법무부 소년범죄예방팀 팀장은 우범소년 제도가 갖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며 우범소년 규정을 폐지할 경우 사회복지체계에서 이들을 관리할 충분한 준비가 갖추어져 있는지 의문이며, 보호의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경찰서장의 우범소년의 소년부 송치 의무사항을 임의규정으로 변경하거나 우범요건을 강화하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정혜림 법원행정처 민사지원제1심의관실 사무관은 실제 우범소년규정이 적용되는 사례를 여러 가지 제시하면서 우범소년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평기 경찰청 아동청소년과 과장은 우범소년 사례를 살펴보면 가정이나 학교의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고 범죄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우범소년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기존의 범죄 취약 환경에 그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행 아동복지법이나 청소년복지지원법은 우범소년을 선도ㆍ교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팽주만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 연구관은 학교장의 우범소년 통고제 활성화 과제는 학교 내에서 통제가 어려운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ㆍ선도조치를 할 수 있는 제도이며 소년법 적용 사건 수준의 학교 폭력 발생시 신속한 가해학생 선고와 피해학생과의 분리를 위해 마련한 과제라고 지적하였습니다. 마지막 토론자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이승현 선임연구위원은 우범소년 규정이 보호자의 보호해태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우범소년 규정 제정 당시와 달리 위기청소년 등을 규율 하는 보호복지 영역의 입법이 강화된 현재에도 복지라는 이유로 시설 처우를 하는 우범소년 규정이 존치할 실익이 있는지 의문이며, 현재 우범소년에 대해 범죄소년과 차별성 있는 처우가 존재하지 않는 반면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이 악용되는 현실을 지적하였습니다. 또한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반하는 규정이며 우범소년은 복지의 영역에서 해결이 가능함을 강조했습니다.
두루는 2015년부터 소년보호사건 국선보조인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 소년사법제도 개선 연구에 참여하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대한민국 심의에 긴밀히 대응하면서 대한민국이 최종견해를 잘 이행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우범소년 규정이 폐지되어 궁극적으로 아동사법제도 전반에 아동 권리의 관점과 원칙이 두루 실현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이번 국회 정책토론회는 박완주 TV를 통해 유튜브로 생중계되었으며, 아래 링크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담당변호사: 강정은, 김진, 마한얼 (연락처: 02-6200-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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