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일 안산의 모교회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성착취, 경제적 착취 사건에 관하여, 미신고시설의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이 토론회에 마한얼 변호사가 "법률과 정부정책으로 본 미신고 아동복지시설의 문제"라는 제목으로 발제하였습니다.
(사진 출처: 안산뉴스 2021. 11. 7.자 '미신고 아동청소년시설 문제' 토론회)
아동보호의 공공화는 2019년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이 나오기 전부터 아동복지법에 새겨진 원칙입니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현대 국가에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는 시민을 다스리고 관리하는 지배자가 아니라 시민의 공동체 또는 시민들의 총의에 가까울 것입니다. 보호대상아동을 공공이 책임진다는 것은 국가가 국민을 후견적 관점에서 보살핀다기 보다는 동료시민을 시민들의 공동체가 직접 시민을 돌보겠다는 연대적 활동에 가깝습니다.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도록 지지하는 것은 나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올 때, 나의 권리를 개인의 손에 맡기지는 않고 시민 공동체에 맡길 수 있겠다는 신뢰의 표현입니다. 또한 공공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제일 도움이 필요한 취약한 시민들은 운과 선의에 권리와 안전을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공공은 적어도 시민의 견제와 감시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화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호대상아동은 공공이 책임지고, 공공이 잘 하고 있는지 시민들이 지켜보고 감시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왜 시민들이 공공의 아동보호시스템이 있음에도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떠안으며 그 곳으로 가게 두었는지, 어느 시점에서 그들과 만나서 위험을 확인하고 문제해결을 시도할 수 있었는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미신고시설을 예방하고 근절하는 책임을 어떻게 이행하면 좋을지에 대한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아동복지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아동복지시설을 설치한 자를 처벌합니다(제71조 제3항 제3호). 아동복지시설 운영에 관하여 아동복지법의 일반법에 해당하는 「사회복지사업법」 역시 신고하지 않고 사회복지시설을 설치한 자를 처벌합니다(제54조 제3호). 처음 「아동복리법」이 만들어진 1961년부터 당시의 아동복리시설(아동복지시설)은 정부의 인가를 얻어 설치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1981년부터는 이를 위반하면 처벌하는 규정도 마련되었습니다.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신고 없이 아동을 보호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건복지부가 작성하여 배포한 ‘2020 아동분야 사업안내 1’은 아동복지 현장에서 공무원과 사회복지사들이 활용하는 주요 지침으로 여기에 나오는 내용은 아동복지시설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업무에 해당합니다. 2020 아동분야 사업안내에도 미신고시설에 대한 절차를 마련해두고 신고시설로 전환하거나 폐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동분야 사업안내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 중 보장가구원이 아닌 사람들이 5인 이상 동거하는 경우에 의심하여 현장출동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부녀회나 통ㆍ반장 등 기초행정망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 사회 내에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2차례의 신고가 있었습니다. 미등교 아동을 찾아 교육청에서 방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신고 후 현장조사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등교 아동에 대한 방문조사, 만 3세 아동의 전수조사 등에서도 아동의 양육환경에 대한 조사를 철저하게 실시해야 합니다. 또한 친권자나 연고자가 아닌 보호자와 동거하는 경우에도 실질적인 확인이 필요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미신고시설이 어려운 환경에서 국가지원도 없이 힘겹게 시설을 운영하는 선의 또는 훌륭한 일이라는 인식을 전환하는 것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미신고 시설을 찾아내고, 그것을 왜 찾으려고 하는지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의가 인권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자선과와 인권은 다른 평면의 이야기입니다. 선한 의도가 오히려 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호대상아동의 보호도 선의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보호대상아동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보호받을 권리, 생존과 안전에 대한 권리는 국가가 보장해야 합니다.
담당변호사: 강정은, 김진, 마한얼 변호사 (02-6200-1853, jekang@duro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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