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의 시작을 함께 한 이승민 회원을 찾았다. 이승민 회원은 한 명의
공익변호사 급여를 부담하고 싶다며 흔쾌히 고액의 기부금도 서슴지 않는 귀한 기부자이시기도 하다. 두루가
태어난 첫 해에는 연간보고서와 홈페이지 등 두루의 활동을 외부에 두루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머나먼 러시아에서 두루를 찾아주신 이승민 회원의 환한 미소와 두루에 대한 가득한 애정으로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회원님과 두루의 첫 만남은 언제였나요? 두루의 처음부터 함께
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 만난 것은 아마도 2014년,
두루를 처음 만들 때 준비작업하면서였던 것 같아요. 저는 지평에서 공익위원회 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 때 공익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두루라는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공익위원회 활동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연차가 어느 정도 있는,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공익위원회에 계셨는데 막상 실무를
할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두루와 함께 홈페이지를 만들고, 보고서도 만드는 등 다양한 일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첫
인연이었던 것이죠. 첫 만남은 두루가 처음 만들어질 때. 제법
의미 있네요(웃음).
정말 긴 시간, 많은 금액을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루와 같은 공익변호사단체에 후원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지속적인 후원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큰 의미가 있지요. 사회적으로 변호사의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영역들이
많은데요. 이제는 프로보노 활동이 어느 정도 활성화 되었다고는 하지만 프로보노만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도움을 주기 어렵습니다.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로펌이나 변호사들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니까요. 프로보노가 물론 중요하지만, 공익활동을 전문적으로
하는 공익변호사가 많아져야 가속도도 붙고, 힘도 모여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두루에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후원이 더 늘어나야 하고
두루의 규모도 커져야 해요.
저는 두루가 상근변호사 한 100명 정도 되는 큰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명 정도 되는 단체가 되면, 규모에서 나오는
효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회적 변화를 지향할 때, 같은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이 100명이 모이면 효과가 분명히 다릅니다. 다만, 사람만 많아지면 된 것이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루의
설립 시 가졌던 순수한 동기, 비전, 열정이 전제가 되어야지요.
그리고 조직은 시스템을 갖춰야 지속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적은 숫자의 변호사가 빠른 템포로 많은 일을 하다 보면 지치고 소진될 수밖에 없습니다. 규모가 있고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그 안에서 좋은 의미로 순환이 되고, 파급효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큰 스케일로 일하고,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할 힘이 있는
단체가 있어야 하고, 두루가 그런 단체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 자금이 필요하고, 재무적인 고민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져야겠지요.
두루와 함께 했던 일은 무엇이 있나요? 그 중에 제일 기억에
남은 일은 무엇인가요?
공익보고서를 만들고, 홈페이지를 만들고, 주로 뭘 만드는 일을 했네요. 강정은 변호사가 처음 와서 파이팅
넘치게 많은 일을 했는데, 신입으로 들어와 지평이라는 로펌과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고민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해요. 제 역할은 그때 열심히 조르는 것이었어요. 선배
변호사님들한테 결정해야 할 것은 빨리 해 달라고 하고, 애매한 것은 빨리 정리하도록 하고. 줘야 할 자료 빨리 달라고…(웃음).
5년동안 옆에서 두루를 지켜보시면서, 후원자로서 보람을 느꼈던 점이나 아쉬움이 남았던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5년동안 두루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어요. 상근변호사도 1명에서 시작해서 8명으로
늘었고, 그러면서 분야를 확대하고 깊이도 더 해가는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다만 이제는 조금 더 체계를 잡고, 재정도 더 탄탄하게 보완하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단체가 개인의 열정을 바탕으로 밀어붙여서 운영되면 안 되고, 사람이
사람답게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바탕에 있어야 해요. 열정에만 기대기 보다 그 사람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통해 서포트하고, 필요하면 새로운 인력이 힘을 보강하고요. 또 다른 분야의 전문성이 필요하면 외부와 협력하는 구조, 그런 구조가
만들어져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원자이자 회원으로서 두루에게 가장 바라는 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두루 상근자가 100명이 되는 것.
상근자가 100명인 단체면 아마 시스템이 갖춰져 더 많은 업무를 소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지치지 않는 것. 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5년, 10년씩 꾸준히 일해야 하고,
그래야 미약하지만 세상이 변하는 거죠. 잘 해야 하고 오래 해야 하고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어쨌든 두루는 1~2년 안에 없어질 곳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나아갈
조직이잖아요. 지금 세대에 못했으면 다음 세대에 가서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초기의 비전이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당장 다 하지 못하면 또 어떤가요. 끊임없이 계속 해 나가면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