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논평]
우리 모두의 존엄을 확인한 헌법재판소의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헌법불합치 결정을 환영한다.
1. 오늘 2020. 12. 23. 헌법재판소는 노인성 질환 장애인이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 서비스 신청 자격 자체를 박탈하는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활동지원법’) 제5조 제2호 및 제3호 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0. 12. 23. 선고 2017헌가22, 2019헌가2(병합) 결정).
2. 이 사건 제청신청인은 다발성 경화증으로 뇌병변장애를 갖게 된 사람으로, 두 딸의 어머니이자 시인이자 화가이다. 그녀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던 2010년경 옆 병상 간병인의 추천으로 우연히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알게 되어 신청한 것 말고는 중증 뇌병변장애인으로서 활동보조서비스가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다. 제청신청인은 헌법재판소 공개변론 마지막 최후 진술에서 밝힌 것처럼 그저 “ 활동보조(서비스)가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덜 미안하고, 누워 있을 때 갑자기 떠오른 생각도 메모하고, 한글 문서도 작성하고, 광주에서 영광 백수해안도로까지 1년에 한두번이라도 석양을 보러”갈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을 원했을 뿐이다. 그런데 제청신청인은 이 사건 심판 대상 법률조항에 따라 단지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먼저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자격 자체가 박탈되었다. 두 서비스가 비슷하고 중복되기 때문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3. 그러나 노인장기요양서비스는 ‘재가 간병’ 지원만 지원 될 뿐 일상 사회생활에 대한 지원이 지침상 금지된다. 급여 시간도 주말을 뺀 하루 4시간에 불과하다. 반면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모든 일상생활에 대해 서비스가 지원되며 급여 시간도 주말을 포함하여 하루 최대 14시간에 이른다. 양 제도는 그 목적과 서비스 내용에 있어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따라서 당사자에게 적어도 선택의 기회라도 보장되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심판대상 법률은 제청신청인과 같은 노인성 질환 장애인이 장기요양등급을 먼저 받은 경우 지침상 그 등급을 포기하더라도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도록 하였다. 이로 인하여 많은 당사자들은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보편의 인권을 막아선 부조리의 벽을 허문 결정으로서 국가의 시혜로 치부되었던 사회적 기본권을 실질적 권리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4.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권리와 같은 사회적 기본권은 사람이 존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 및 생존권에 필수불가결한 영향을 미친다(기본권의 상호의존성). 제청신청인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 요양보호사가 없는 나머지 20 시간 동안 식사조차 할 수 없고, 자신의 몸에 마비가 와도 조력을 받을 수 없어 구급차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권리의 보장 여부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생존권과 일상생활에서 보장되어야 할 기본적 자유권에 밀접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관련 행정소송이 시작된 2016. 12. 2.로부터 4년, 위헌제청결정(광주지방법원 2017아5086 결정)이 내려진 2017. 7. 5. 로부터 3년 반이나 지나서야 제청신청인의 기본권 침해를 확인했다. 제청신청인은 그 사이 오른손이 완전히 마비 되어 왼손 밖에 쓸 수 없게 되었고, 이제는 혼자서도 모로(옆으로) 누울 수도 없게 되어 한동안 심각하게 시설에 들어갈 것을 고민하기도 하였다. 유사 사건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미 2017년 제도개선 권고를 내린 것을 고려했을 때, 그로부터 2년 반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야 내려진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적시에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가 이후 유사 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보다 신속한 결정을 통해 권리를 적시에 보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5.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만으로 이번 사건이 모두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이번 헌법불합치결정의 취지를 살려 조속히 법률을 개정하여 제청신청인처럼 단지 장기요양서비스를 먼저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할 수 없었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의 흐르지 않던 시간과 일상에 즉각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결정이 제청신청인이 진술했던 보장받지 못한 일상들을 아무런 불편 없이 살아가고 있는 비장애인들에게 잠시라도 멈추어 기본권의 상호의존성과 보편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각자는 언제든지 노인도, 환자도, 장애인도 될 수 있다. 따라서 시혜로 치부되었던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서비스가 이번 결정을 통해 우리 사회 모두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보편의 ‘인권’으로 확인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20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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