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상 시정명령, 법에서 잠자던 제도를 부활시킬 수 있을까?
이주언 변호사
인권위는 위 시정명령을 크게 환영하며, “이번 시정명령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한 단계 향상시킴과 동시에 국제 사회의 보편적 인권기준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것으로, 우리나라 인권의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그 후 법무부 장관은 2012년 한 차례, 수원역 앞 지하도에 승강기를 설치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을 뿐 더 이상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하는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다. 인권위 권고를 대부분 수용하므로 시정명령 대상이 많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수용에 그치거나, 수용 이후 실제로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여전히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인 차별 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시정명령이 단 두 차례만 내려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래서 제21대 첫 국회에서 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서영석의원 대표발의)은 시정명령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시정명령 요건에서 피해의 심각성, 공익에 미치는 영향의 중대성을 없앴다. 즉 ① 피해자가 다수인인 경우 ② 반복적 차별행위 ③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한 고의적 불이행 ④ 그밖에 시정명령이 필요한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하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권위의 개선 권고를 받은 자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법무부 장관에게 그 내용을 통보하여 시정명령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법무부 장관이 인권위에 시정명령에 필요한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하였고, 차별행위자와 피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였다.
개정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법무부 장관이 시정명령의 내용을 인권위에 통보하고, 차별행위자에게 시정명령의 이행상황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도록 의무화하여 시정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였다. 올해 법무부장관의 이름이 언론에 참 많이 등장했는데, 새해에는 시정명령 서류에서 그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20년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법률안은 총 9번 발의되었다, 그 중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안은 위 시정명령에 관한 내용을 담은 서영교 의원 대표발의안 뿐이다. 그 외에 교통수단과 관련한 정당한 편의에 음성ㆍ음향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포함되도록 하는 김윤덕 의원안, 무인화기기와 모바일 응용 소프트웨어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서영교, 최혜영, 이재정 의원안. 금융기관이 다양한 본인인증 방법을 제공하도록 하는 김영호. 진성준 의원안, 국가의 주요 행사에 의사소통의 편의제공을 강화하는 진선미 의원안 등이 발의되었으나 아직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발의된 내용 모두 의미 있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3주년을 맞이하는 새해에는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소관부처와 이행체계, 장애 개념, 통계, 모니터링을 포함하여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의 관점에서 재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등편의법상 시설물 바닥면적 제한 규정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와 상충되는 다른 법령의 정비도 필요하다. 여전히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적용하는데 소극적인 법원과 검찰, 행정기관 등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하여야 한다. 내년 이맘때에는 더 많이 달라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소개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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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변호사 이주언 (02-6200-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