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는 촉법소년 연령하향 반대한다
- 국회ㆍ시민사회ㆍ학계 공동요구안 –
법무부는 2022. 10. 26.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에 기초하여, 형사미성년자 연령(촉법소년 연령 상한) 하향 및 소년범죄의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소년법」, 「형법」,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국회와 시민사회는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이 아무런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음을 지적하며, 소년사법의 목적에 맞는 국가의 제대로 된 의무이행을 촉구한다.
첫째, 촉법소년 범죄 증가와 소년범죄 흉포화에 대한 근거가 왜곡되었다.
현재의 경찰, 검찰, 법원행정처 통계는 촉법소년의 전체 규모와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자료다. 경찰청, 검찰청은 2017년까지 촉법소년 일부 통계만 집계하는 등 일관성 없이 운영되었으며, 법원행정처의 경찰서장 송치사건도 촉법소년 외에 우범소년이 포함된 통계이고, 보호처분이 결정된 대상자의 연령별 현황만 알 수 있다. 오히려 한국형사ㆍ법무정책연구원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범죄소년은 물론 촉법소년도 결과적으로 감소하였으며, 2012년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범죄도 그 건수가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고 있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에 어렵다고 지적된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은 정확한 통계와 실태분석에 따른 정책적 숙고 없이, 부정적 여론에 편승한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둘째, 법무부가 발표한 소년범죄 종합대책과 개정안은 아동ㆍ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며, 소년에 대한 차별적인 낙인을 강화한다.
우선 우범소년 규정은 시급하게 삭제되어야 한다. 성인과 달리 죄를 범할 우려만으로 아동ㆍ청소년에게 사법적 처분을 부과할 수 있는 우범규정은 헌법이 천명한 평등원칙에 반하여,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명확성 원칙,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해화시키는 문제도 있다. 각각의 개정안 모두 어른의 시각에 편승해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부당한 차별과 낙인을 정당화하며, 근본적인 문제인식을 회피한 채 손쉬운 대안만 제시하는 문제를 정확히 직시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 보호를 명목으로 소년보호사건 전반에 검사의 개입을 강화하는 방안은 소년사법의 이념을 무시한 채 처벌강화 취지를 교묘하게 감추는 수단이다. 소년심판은 소년에 대한 후견적 입장에서 소년의 회복과 재사회화를 위한 보호처분을 결정하는 심문절차이며, 검사는 이미 수사를 통해 소년보호를 위한 공적인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고 있다. 소년의 교육권 보장을 명목으로 19세 미만 수용자를 일반 교도소에 수용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개정안은 현행보다 퇴보하는, 임시방편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소년원 송치처분에 장기 보호관찰을 병합하고, 아동복지시설과 청소년 전문 치료시설로 보낼 수 있게 하는 부가처분을 신설하겠다는 규정은 자유박탈의 처분이 부당하게 남용될 우려가 크며, 현행 사법행정의 실패를 아동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과 다름없다.
셋째, 소년범죄에 대한 정확한 통계구축과 소년사법 제도의 열악한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노력부터 선행되어야 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이 저지른 범죄의 숫자와 성격, 미결구금의 사용 및 평균 기간, 사법절차 이외의 조치에 따른 아동수, 유죄판결을 받은 아동수, 그들에게 부여된 제재의 성격과 자유를 박탈당한 아동수 등과 같은 세분화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것을 촉구하였다. 소년범죄와 관련된 현황과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며, 소년사법 제도의 경험이 소년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 기반한 복지ㆍ지원체계와 연동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도 강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소년범죄 대책은 열악하고 취약한 현재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신체의 자유 박탈이 당연시되고 의무교육은 물론 프라이버시와 각종 기본권 보장이 도외시되는 구조, 관련 종사자의 전문성과 역량도 확보되기 어려운 현행의 소년사법 제도가 ‘처벌강화’를 말하는 여론의 밑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소년 또한 범죄에 연루되지 않고 안전할 권리를 침해당한 시민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소년 범죄를 처벌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소년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과 구조를 살피고 해결하려 노력해야 한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는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 아동권리협약에 대한 유권해석으로 국제적 권위가 인정되는 견해이며 대한민국 역시 이를 준수할 의무를 가진다. 권고 위배에 따른 명시적 법적 책임이 없으므로 국제인권기준의 권고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논거는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을 뿐 아니라 평화와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협력 의무를 분담하는 대한민국의 책임 방기와 다름없다. 소년범죄 대책은 아동ㆍ청소년의 권리에 기반하여 이들의 삶을 지지하고 지탱하는 국가의 의무이행으로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종합대책은 처벌 강화라는 효과 없는 수단으로 청소년을 혐오하는 여론을 만족시키기 위한 조악하고 부끄러운 문서일 뿐이다.
1. 실효성도, 정당성도 없는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철회하라!
2. 소년범죄의 실질적인 예방과 재범 방지를 위한 인프라부터 확충하라!
3. 증거에 기반한 형사정책에 기초하여, 아동 최상의 이익 원칙을 실현하라!
2022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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