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장애학생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여야 한다.
- 용인 발달장애아동의 학교 내 장애아동학대 신고 사건 관련하여 -
장애아동은 장애와 아동이라는 이중적인 차별의 구조에 쉽게 노출된다. 이에 장애아동인권네트워크는 2023년 용인 학교 내 장애아동학대 신고 사건과 관련하여 ‘주호민 아들, 여학생 앞서 바지내려’, ‘주호민 아들, 여학생 뺨 때리고 속옷 훌러덩···교사 탄원 글 올라왔다’, ‘아이 첫마디가 ‘사타구니’···주호민 아들 우려해 ‘성교육’ 힘쓴 특수교사’ 등의 제목으로 한 최근의 언론보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 이러한 보도는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 (비밀엄수 등의 의무)를 위반할 뿐만 아니라,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른 아동의 프라이버시 및 특별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아동은 독립적 권리의 주체로서 자신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장애아동의 특별한 요구에 대한 이해 없는 언론보도는 발달장애아동이 위험한 존재라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린다. 용인 학교 내 장애아동학대 신고 관련 언론보도는 발달장애아동에 대한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기인한다. 이 사건과 관련한 대부분의 언론보도는 장애아동 행동지원의 특별한 요구에 대한 이해 없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행동만을 묘사한다. 자폐스펙트럼을 포함한 발달장애아동의 행동 문제는 환경과 상황, 자신의 동기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인지적·사회적 기술의 부족으로 발생한다. 이에 특수교육은 이러한 행동 문제를 질 높은 돌봄과 지원 환경, 효과적인 행동 중재를 통하여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용인 학교 내 장애아동학대 신고 사건 관련 미디어는 통합교육 환경에서 장애아동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맥락을 삭제하고, 아동의 선정적인 행동을 부각한 보도를 양산하였다. 이에 언론을 포함한 우리 사회는 10살 발달장애아동을 성범죄를 저지른 위험한 존재로 대하였다. 실제로 관련 사건 보도를 접한 장애아동의 부모들은 이러한 기사들이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혐오적으로 바라보게 하거나(50.1%), 장애 또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더 나쁘게 할 것으로(38.6%) 인식하였다(전국장애인부모연대, 2023)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고 넬슨 만델라는 말했다. 용인 학교 내 장애아동학대 신고 사건을 다룬 언론보도는 가장 취약한 존재인 장애아동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2006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두려움, 부정적 태도 등은 장애아동의 주변화와 배제를 낳을 수 있음을 우려한 바 있다. 장애아동의 특별한 요구에 대한 이해 없는 언론보도는 장애아동을 사회적으로 배제해야 하는 두려운 존재라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린다. 실제로 이 사건을 다룬 언론보도의 댓글에는 ‘특수학교에나 가라’, ‘홈스쿨링이나 해라’와 같은 소외의 언어가 발달장애아동을 향해 무차별하게 가해졌다.
잘못된 언론 보도는 학대를 사회구조적 문제나 범죄가 아닌 개인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2차 피해를 낳는다. 용인 학교 내 장애아동학대 신고 관련하여 언론은 피해아동 보호 보다는 행위(의심)자와 보호자 간 갈등을 부각한 기사를 쏟아 내었다. 이 사건에 대한 대부분의 언론기사는 학대 신고를 둘러싼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에만 초점을 두고 근본적인 교육시스템의 문제와 대안을 살피지 않았다. 아동학대범죄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언론보도는 또한 경기도교육청 소속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학대(의심)사건을 교권침해 사건으로 치부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언론보도는 아동에 대한 체벌 및 그 밖의 잔혹하거나 굴욕적인 형태의 모든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권고를 위반한다. 언론의 어떠한 표현의 자유도 학대피해(의심) 아동의 보호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용인 학교 내 장애아동학대 신고 사건은 보호자가 유명인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이에 이 사건 전에 해당 아동은 방송을 통하여 얼굴이 알려진 바 있다. 사건 보도 이후에도 아동의 이미지나 인적사항은 구글이나 네이버 검색을 통하여 쉽게 알 수 있다. 따라서 사건 보도 후 아동과 그의 동생은 전학 후에도 학교를 가기 어려웠으며, 학대 신고 정황과 관련한 상세한 진술 기록에 대한 보도로 인하여 2차 피해를 입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6조에 따라 아동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사생활, 가족, 가정 또는 통신에 대하여 위법적인 간섭이나 비난으로부터 법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 구조 사이에서 아동의 권익 보호에 대한 언론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보도의 균형은 무너졌으며,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언론의 윤리는 사라졌다.
이에 장애아동인권네트워크는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보건복지부는 올해 개정된 아동복지법 제29조의 8,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 18에 따라 발달장애아동의 특별한 요구를 반영한 학대보도 권고기준을 수립하고, 이행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한국기자협회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 Ⅲ. 2차 피해 예방’에 있어 사회적 차별을 부추길 수 있는 보도의 예에 ‘장애’를 포함하고, 장애아동과 그의 형제·자매의 프라이버시 및 발달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상세 보도를 지양하도록 각 언론사에 권고하라.
2023년 12월 11일
장애아동인권네트워크
사단법인 두루, 사단법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등 8개 단체
사단법인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단법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등 8개 단체
※ 이 성명서는 2022년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이 발표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 기준’에 따라 ‘웹툰작가 주호민 아동학대 신고’로 알려진 사건을 주호민씨 자녀인 장애아동의 권익과 인권을 보장하고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용인 발달장애아동의 학교 내 장애아동학대 신고 사건’으로 명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