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0일 선고된 난민체류지침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법무부장관에 대하여 난민신청자 등 체류관리 및 사범심사 중 '위변조 여권 행사자 및 밀입국자 조치사항'의 내용 및 '밀입국자에 대한 체류허가 및 사범심사'의 내용을 제외한 나머지 난민체류지침 일체를 공개하도록 판결하였다. 이에 판결이 확정된 직후인 4월 14일 난민인권센터는 난민인정심사·처우·체류 지침 일체의 공개를 청구하였다. 법무부는 4월 27일 이 가운데 2020년 4월자 체류관리 및 사범심사에 관한 사항만을 공개한 후, 그 밖의 지침 전체에 대해서는 공개시 출입국관리행정에 있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고, 난민인정심사 업무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하였다.
공개된 ‘난민신청자 등 체류관리 및 사범심사 등’ 지침은 2020년 4월 기준 난민신청자 체류관리 및 사범심사, 인도적체류자 체류관리, 난민인정자 체류관리에 대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위 지침의 공개로, 비록 최신의 정보는 아니지만, 한국의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 난민인정자가 그동안 자신의 권리와 실제 생활에 중요한 사항임에도 매 순간 베일에 가려진 채 일상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웠던 체류 허가(연장, 변경 등) 신청, 취업허가 신청(연장), 가족결합, 사범처리 기준 등 출입국에 관련된 기본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행정처리가 자의적이거나 남용되고 있지 않은지, 지침의 운영이 난민법·난민협약·출입국관리법 등 관련 법령, 국제기준에 위배되는 부분이 없는지 등의 감시와 통제가 가능한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이번에도 난민심사와 처우에 관한 지침은 관련 소송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가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비공개하였고, 최근의 정보가 아닌 법원판결을 통해 다투어졌던 2년 전의 시점의 지침만을 공개하였다. 이는 난민행정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행정의 예측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난민지침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반복되는 정보공개청구와 이를 소송으로까지 가지고 가는 힘겨운 싸움을 거쳐 법원이 공개하라 명령한 일부 지침 만을 어쩔 수 없이 공개하고, 대부분의 지침은 다시 가리는 법무부의 태도는 스스로 자신들의 출입국행정이 밀실행정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번 공개된 ‘난민신청자 등 체류관리 및 사범심사 등’ 지침은 그간 출입국행정이 많은 부분 재량에 의존하여 행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로 인해 담당 출입국공무원이 재량권을 입맛에 따라 행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였다. 가령 난민신청자의 경우 지침에서 1년까지의 체류기간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대부분의 난민신청자들은 6개월의 체류허가를 받아 체류하고 있으며, 때로는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은 채 1개월, 3개월 등 너무 짧은 기간 체류연장을 하여 난민신청자의 체류권과 생존권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왔다. 한편, 난민신청 후 6개월이 경과하지 않았으나 청장 등이 특히 인도적 배려(임산부, 장애인 등 부양자)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취업허가가 가능함을 지침에서 명시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정책적 필요에 의해 2018년 제주 입국 예멘 난민에 대해 예외적으로 취해진 한시적 조치 외에 실제 이러한 고려가 이루어진 예가 없었으며, 이러한 조치가 가능한지 여부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또한 이번 지침을 통해 그간 출입국의 차별적이고 위법한 체류운영의 관행도 여실히 드러났다. 난민신청당시 합법체류자임에도 불구하고 1년 이상 체류자로 체류기간 만료일 4개월 이내인 자, 난민재신청자 등에 대하여 법적근거 없이 지침으로 체류자격 연장을 불허하고 출국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리고 난민법에서 난민심사의 기한을 6개월로 두고 있음에도 난민심사가 1-2년 넘게 지연되고 있는 상황의 책임을 난민신청자에게 전가해 난민신청자에 대해 체류연장시마다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인도적체류자 체류허가 취소 등 불안정한 인도적체류자의 지위에 관한 지침의 규정은 고문방지협약 등 국제협약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난민인정절차 중에 있음에도 대한민국의 공공의 안전을 해쳤거나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강제퇴거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의 규정은 난민신청자의 강제송환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운영될 위험성이 다분하다.
우리는 이후 난민행정이 공정하고 투명하며 적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침 내용을 모니터링하고, 난민이 기본적 정보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체류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배포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법원 판결의 취지에 맞게 지속적으로 난민에게 적용되는 최신의 지침을 공개하여야 할 것이며, 지침이 관련 법령과 국제기준을 준수하고 있는지, 난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여 위법하지 않은지 전면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그리고 출입국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는 위법한 행정 운영의 관행을 중단하여야 할 것이다.
2022년 5월 3일
난민인권네트워크,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