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논평]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사망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권고를 환영한다
1. 3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는 2021년
1월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사망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법무부장관에게 △서울동부구치소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하고 △코로나19 확진 수용자에 대한 의료
및 관리시스템을 개선하며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확진자에 대해서는 병상배정 등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고 △본 사례를 각 교정시설에 전파하여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서울동부구치소장에게는 소속 직원 대상 직무교육 실시와 업무 개선을 권고했다. 우리 단체들은 이번 권고가 코로나19 관련 교정시설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환영한다.
2. 2021년 1월 천주교인권위원회는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수용자 3명이 사망한 사건에 관해 △응급 후송 계획과 사망 당일 조치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구치소의 의료접근권 △확진 사실 등의 유족
미통보 및 사망 사실의 공개 지연에 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법무부장관과 서울동부구치소장,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을 사망자 별로 3건으로 분리한 후 세 번째 사망 사건인 서울동부구치소 사건에 대해 이번 권고 결정을 한 것이다. 같은 해 7월 서울동부구치소 사망 사건의 유족도 △고인의 감염 경위와 의료 조치 조사 △적절한 응급조치 여부 등 고인의
사망 경위 조사 △적절한 배상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권고 등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고, 해당 사건은 위 사건과 병합됐다.
3. 국가인권위 결정에
따르면, 피해자는 입소 당시 고혈압과 당뇨 등 기저질환 진단을 받았는데 2020년 12월 2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기침, 근육통, 오한 두통이 지속되다가 12월
30일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그러나 법무부는 피해자를 외부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았고
서울동부구치소가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되었다며 피해자를 계속 수용했다. 2021년 1월 7일 오전 5시 55분 피해자가 호흡곤란을 호소하자 6시 10분 생활치료센터 근무자는 수용동에 도착하여 피해자가 의식, 호흡, 맥박이 없음을 확인한 후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서 6시 24분 119에 연락했다. 6시 25분 담당의가 도착하여 피해자 상태를 확인한 후 심폐소생술을 지속했으며, 6시 50분 119 구급대가 도착, 7시 33분 추가로 음압구급차가 도착하여 7시 53분 경찰병원에 이송했으나 피해자는 사망했다.
4. 이번 조사를 통해
피해자가 사망 전날인 1월 6일 오후 11시경 인터폰을 통해 호흡곤란을 호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근무자는 인터폰 유선상으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증상에 대한 투약 설명만 했다고 한다. 또한 법무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절 시행에 따른 코로나19 교정시설
방역 세부지침」(교정본부 코로나19 대책반, 2020. 4.) 등은 피해자와 같은 고령의 만성 기저질환자는 고위험 환자이므로 중증으로 간주하여 병상을 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던 점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설령
피해자의 최초 증상이 미미하여 의료기관 이송까지 필요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지라도 피해자가 2021. 1. 6.
23:00경 호흡곤란을 호소하였을 때에는 신속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조치를 해야 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5. 국가인권위는 사망
당일 피해자가 5시 55분경 호흡곤란을 호소했으나 응급조치
직원은 6시 10분이 되어서야 수용동에 도착한 점, 당시 이미 피해자에게 호흡과 맥박이 없었던 점, 6시 24분에 119 신고가 이루어지고
6시 25분에 담당의사가 도착하여 심폐소생술을 시도한 점에 대해 “피진정기관이 피해자의 응급상황에서 신속한 환자보호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피해자가
확진된 시점인 2020. 12. 25.은 교정시설에서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시작된 2020. 12. 15. 이후로서 보다 높은 주의와 조치가 필요했었던
시기”라며 “신속하게 형집행정지를 추진하거나 근처 의료기관으로
병상배정 요청을 하지 않은 것 역시 수용자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6. 국가인권위는 유족이
확진 판정으로부터 약 12일이 경과된 사망 전날에서야 양성 판정 사실을 통지받은 점에 대해서도 “수용자의 가족으로서 수용자의 중요한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그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역시 침해하였다”고 판단했다.
7. 우리 단체들은
교정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하고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사람까지 석방하지 않고 계속 수용한 법무부의 당시 대책이 사망 사건의 중요한 원인임을
지적한다. 일반적인 생활치료센터와 달리 교정시설은 휴대전화의 소지가 금지되어 있어 수용자가 자신의 증상을
외부에 호소하기 어렵다.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시 접견과
전화통화가 중단되는 등 외부교통권이 제한되기도 한다. 의료과 직원 외 교도관은 수용 관리에는 익숙하나
의료 처우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도 사망 전날 호흡곤란을 호소했음에도 외부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았다. 교정시설 용도로 건축된 교정시설에 생활치료센터라는 간판을 붙인다고 해서 생활치료센터의
기능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8. ‘COVID-19 수용자
인권 지침’(OHCHR-WHO 기관 간 상임위원회, 2020. 3.
27.)은 “국제 기준은 국가가 자유가 박탈된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이용 가능한 것과 동일한
기준의 보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이를 시민권,
국적 또는 이주민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국가의 보호, 감독하에 있는 수용자(수형자 및 미결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의료 보호의 필요성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더 크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5. 2. 24. 선고 2003헌마31,2004헌마695(병합) 결정). 법무부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사망 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22년 5월 19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사단법인 두루,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