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지금은 돌봄사회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돌봄은 정당한 시민의 권리이다
윤석열 정부의 돌봄 시장화 정책 폐기하라
시민이 바라는 3대 돌봄정책요구안 반영하라
우리는 지난 2년,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을 겪으며 돌봄 공백을 처절하게 마주했다. 돌봄 시설이 문을 닫아 노인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외부와 단절된 요양원에서는 집단 감염, 사망이 잇따랐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했고 화면으로만 수업을 듣고 친구들을 만나야 했다. 대부분 민간주도로 이루어졌던 돌봄서비스가 감염병 상황을 거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돌봄 공백 문제를 다시금 확인하고, 돌봄의 사각지대가 더욱 커졌음에도 여전히 우리사회는 돌봄을 개인적이고 주변화된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의 돌봄을 강조하며 돌봄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려 시도하고 있다. 더 이상 개개인이 책임지는 돌봄체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이에 12개의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약칭 돌봄공공연대)’를 발족하며 돌봄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라는 점을 선포하고,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사회 구축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모두에게 차별없이 돌봄권을 보장하라
복지국가에서 돌봄은 시민의 정당한 권리이다. 국가는 돌봄이 필요한 시민들에게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생애주기별 돌봄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가 노동의 주체이자 돌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돌봄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성별화된 돌봄노동이 재분배되어야 하며, 다양한 공동체 안에서 다채로운 상호돌봄이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누구나 차별없이 돌봄을 받고, 또 돌봄을 할 수 있도록 양육자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또한 제대로 된 돌봄휴가, 상병수당을 도입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보장성 강화 등을 통해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체계를 구축하라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돌봄 서비스를 민간에 맡겨 운영해왔고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아 낮은 서비스 질과 열악한 노동자 처우가 문제가 되어 왔다.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 우리는 돌봄 공백을 맞닥뜨리며 열악한 우리나라의 돌봄시스템을 경험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국가가 주도하는 제도 확대에 대한 언급도 계획도 밝히고 있지 않아 우려 된다.
주지하다시피 돌봄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는 돌봄기본법(가칭)을 제정하고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전국적으로 시행해 모두의 돌봄권을 보장해야 한다. 노인, 아동청소년, 장애인 등 돌봄이 요구되는 모든 분야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충분한 인프라 제공과 구체적인 인력 확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작년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서비스원법이 상당부분 후퇴되어 처리되었다. 법안의 취지를 되살리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에 국공립 시설 우선위탁을 법제화하고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시설 공영화를 확대해야 한다.
셋째, 모두가 안전한 돌봄노동권을 보장하라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돌봄노동자의 수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돌봄노동에 대한 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어 임금수준은 매우 낮고 고용은 불안정하다. 그러다보니 노동자와 이용자 간 신뢰가 담보된 돌봄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돌봄을 사회경제적으로 인정하고,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돌봄노동자의 적정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표준임금체계를 도입하고 돌봄노동자 정규직화 등 불안정한 고용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또한 모든 보육교사에게 보건복지부의 인건비 지급기준을 적용하고, 감정노동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 돌봄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등 제도화를 통해 돌봄 서비스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돌봄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국가는 노령, 장애, 질병 등의 상황에서도 모든 시민이 최대한 살던 곳에서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돌봄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는 오늘 발족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우리사회가 돌봄이 모든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고, 모두가 돌봄의 주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에 걸맞은 공공성이 담보된 질 높고 안전한 돌봄 정책이 만들어질때까지 활동할 것이다.
2022년 6월 15일
돌봄 공공성 확보와 돌봄권 실현을 위한 시민연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민주노총,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사단법인 두루, 연구공동체건강과대안,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행동하는간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