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코로나19 관련 서울구치소의 실외운동·종교행사 제한 사건 국가인권위 진정
1. 코로나19 관련 서울구치소의 실외운동·종교행사 제한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제기되었습니다. 피해자 김호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어 지난 1월 25일 서울구치소에 수용되었습니다. 서울구치소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신입 수용자를 일정 기간 격리수용하고 있어 피해자도 입소 후 곧바로 독거수용 되었습니다. 피해자는 격리수용 중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고, 2월 14일 신입자 격리가 해제된 이후 현재까지 독거실에 수용되어 있습니다. 피해자는 격리수용 기간 및 해제 후 현재까지 실외운동이 금지 또는 제한되었고 종교행사도 금지되었습니다. 3월 17일 우리 단체들은 법무부장관과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실외운동 금지 또는 제한>
2. 서울구치소장은 신입자 격리 기간 피해자에게 실외운동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신입자 격리 해제 후 현재까지 피해자에게 주 2회(화요일, 금요일)만 실외운동을 허용하고 있고, 어떤 주에는 주 1회만 허용했습니다.
3. 국제인권기준과 한국의 형집행법령은 실외운동을 수용자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아래 넬슨만델라규칙) 제23조 제1항은 “실외작업을 하지 아니하는 모든 피구금자는 날씨가 허락하는 한 매일 적어도 1시간의 적당한 실외운동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집행법 시행령 제49조는 “소장은 수용자가 매일(공휴일 및 법무부장관이 정하는 날은 제외한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9조에 따른 근무시간 내에서 1시간 이내의 실외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실외운동에 대해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를 위하여 최소한의 기본적 요청”이라며 “가장 중한 징벌인 금치 처분을 받은 수형자라고 하여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건강을 유지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수인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문명국가에서는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비인도적인 징벌이라 아니할 수 없다”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04. 12. 16. 선고 2002헌마478 결정).
4. 교정시설은 도주의 방지와 형의 집행이라는 구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반적인 시설에 비해 폐쇄적으로 건축되므로 채광과 환기 등 수용환경이 열악한 형편입니다. 또한 과밀수용이 일반화되어 있어 수용거실에서 수용자 1인당 수용면적이 좁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수용자에게 실외운동은 유일하게 햇빛을 접할 수 있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으며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기회로서,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특히 미결수용자의 경우 작업이 부과되지 않으므로 접견 등 일시적으로 수용거실 외부로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용기간 내내 수용거실 안에 머무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미결수용자의 실외운동은 작업이 부과된 수형자에 비해 폭넓게 보장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5. 실외운동 금지 또는 제한에 대해 법무부는 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입소 이후 현재까지 독거실에 수용된 독거수용자인데, 독거수용자의 실외운동은 혼거수용자들이 사용하는 넓은 운동장이 아니라 1인용 운동장에서 시행됩니다. 코로나19는 감염된 사람과 2미터 이내에서 밀접 접촉하는 경우 감염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독거수용자가 혼자 실외운동을 하는 것은 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염병 위기 국면이기 때문에 수용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유지를 위해 실외운동이 더욱 필요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6. 미결수용자인 피해자에 대해 실외운동을 금지·제한한 조치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합니다. 미결수용자들은 구금으로 인해 긴장, 불안, 초조감을 느끼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고 위축되며,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해치기 쉽고, 자칫 열악하고 불리한 환경의 영향으로 형사절차에서 보장되어야 할 적정한 방어권 행사에 제약을 받거나 나아가 기본적 인권이 유린되기 쉽습니다(헌법재판소 2001. 7. 19. 선고 2000헌마546 결정). 이러한 구금 자체의 폐단을 최소화하고 필요 이상으로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미결수용자의 형사절차상 방어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구속 피고인이 불구속 피고인에 비해 방어권 행사에 불리한 환경에 처해져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법원의 형사재판 등 형사절차는 원칙적으로 중단되지 않고 있는데 비해 피해자에 대한 실외운동 금지·제한 조치가 계속되고 있는 점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봐야할 것입니다.
7. 신입자 격리 기간 실외운동 금지 조치가 불가피했다 하더라도, 피해자가 코로나19 진단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가 해제된 이후에도 주 2회 또는 주 1회로 실외운동을 제한한 조치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습니다. 교정시설에서 신입자 격리 기간을 두는 이유는 △코로나19 증상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1일~14일(평균 5일~7일) 이내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 △증상 발생 1일~3일 전부터 호흡기 분비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전파가 가능하다는 점 △증상 발생 7일 이후에는 생존 바이러스가 거의 없어 전파 가능성이 없거나 감소한다는 점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서울구치소장은 피해자가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가 해제된 후에도 현재까지 실외운동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 방지라는 목적과는 무관한 행정편의주의적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종교행사 금지>
8. 법무부장관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020년 3월경부터 모든 교정시설에서 종교행사를 중단했습니다. 2021년 11월경 ‘단계적 일상회복’(이른바 ‘위드 코로나’) 조치로 종교행사가 일시 재개되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위 조치가 중단되면서 서울구치소 내 종교행사는 현재까지도 중단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도 현재까지 종교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9. 국제인권기준과 한국의 형집행법령은 종교행사 참석을 수용자의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넬슨만델라규칙 제66조는 “실제적으로 가능한 한 모든 피구금자는 교도소 내에서 거행되는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또 자기 종파의 계율서 및 교훈서를 소지함으로써 종교생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집행법 제45조 제1항도 “수용자는 교정시설의 안에서 실시하는 종교의식 또는 행사에 참석할 수 있으며, 개별적인 종교상담을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구치소 내에서 실시하는 종교행사 등에의 참석을 금지당한 미결수용자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종교는 구속된 자들에게 심적 위안뿐만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 대한 증오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적 해결책을 제시해 주는 등 수용자의 안정된 정신건강을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는바, 갑자기 사회와 격리되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위축되어 있는 미결수용자에게 종교행사 등에의 참석을 보장해 주는 것이 오히려 자살 등과 같은 교정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라며 위헌 확인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헌법재판소 2011. 12. 29. 선고 2009헌마527 결정).
10. 종교행사 금지 조치에 대해 법무부는 코로나19의 유입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장소 면적 대비 참석 인원을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조정한다면 종교행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종교계와 논의하여 마련한 종교시설 방역강화 방안에 따르면, 정규 종교활동 시 좌석이 없는 종교시설은 2m(최소 1m) 거리두기가 가능하도록 허가면적 4㎡ 당 1인으로 산정하여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실내 취식 또는 큰소리로 함께 기도·암송하는 행위(예, 통성기도 등)는 금지한 바 있습니다. 교정시설 내 종교행사를 전면 금지할 것이 아니라 참석 인원을 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한적으로 실시한다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통한 수용자의 건강권과 종교의 자유 양자를 균형 있게 보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11. 교정시설 종교행사는 외부 종교단체 구성원이 시설을 방문하여 실시하게 되므로 코로나19의 유입 우려가 전혀 없다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교정시설은 코호트 격리가 아닌 이상 교도관들이 출퇴근을 하면서 수용자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하고 있습니다. 외부 종교단체 구성원들도 교도관들에게 적용되는 수준의 방역 수칙을 지킨다면 교정시설 출입과 종교행사 실시가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12. 한편, 교정시설 종교행사가 실내에서 진행되므로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크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19는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호흡기 침방울을 만드는 환경에 있는 경우 전파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창문 개방 등 주기적인 환기가 권장됩니다. 그러나 종교행사를 환기가 용이한 공간에서 실시하거나 운동장 등 실외에서 시행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줄이면서도 수용자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13. 우리 단체들은 실외운동과 종교행사의 재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권고할 것을 국가인권위에 요구했습니다. 또한 감염병 유입 및 확산 우려를 최소화하면서도 실외운동과 종교행사를 안전하게 실시함으로써 수용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14.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