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문 2]
소송의 결과 설명 및 지침 비공개의 문제점
사단법인 두루 이상현 변호사
이 소송의 원고는 콩고 출신의 난민가족입니다. 이 가족은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정식난민심사에 회부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해서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과정에서 법무부 측에
난민지침의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정식난민심사에 회부할지에 관한 기준을 난민지침이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도 판결을 위해서는 난민지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법무부
측에 난민지침을 제출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법무부 측은 법원의 명령에 거부했습니다. 난민지침에는 국가안보에
중요한 내용이 있다면서 제출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이
난민가족은 본인들이 왜 정식난민 심사에 회부되지 못한지도 알지 못한 채 공항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1년
가까이 공항에서 지낸 후에야 재판에서 이겨서 입국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소송은 바로 이런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 시작된 소송입니다. 우리는
법무부에 난민지침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였고, 법무부가 이를 거부해서 이 소송이 시작되었습니다.
난민가족의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주듯이, 난민지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난민지침 비공개 때문에 불투명하고 예측가능하지 않은 난민행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기준 자체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법률과
국제인권 기준이 요구하고 있는 ‘절차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전혀 확보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기준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불리한 처분을 받은 난민들은 그 결과에도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재판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준이 투명하게 수립되어 있고 기준대로
법진행이 된다면, 기나긴 법정다툼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난민지침 비공개 때문에 불공정한 난민재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콩고 난민가족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법무부 측은 본인들이
불리할 때에는 재판에서 난민지침을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인들에게
유리할 때에는 재판에서 적극적으로 난민지침을 제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하게 ‘무기 대등의 원칙’에 반합니다. 쌍방이 다투는
재판에서, 규칙을 한 쪽만 알고 있고, 그쪽에서만 규칙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이것은 결코 공정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넷째, 법무부의 밀실행정은 자의적이고 잘못된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정법에서는 이것을 ‘통제기능’이라고 합니다. 행정의 기준과 근거가 제대로 공개되어 있어야, 국가가 자의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고 적법한 행정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컨대,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한
난민을 정식난민심사에 회부하지 않는 결정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총 34건의 법원판결이 내려졌는데, 그 중에서 법무부가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판단된 경우가 29건입니다. 법무부가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하고 있는지가 외부에 공개되어 검증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85%에 달하는 비율로 법무부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다섯째, 난민지침에는 법률에 반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내용에 근거해서 위법한 행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내부 지침에는 환승객인 난민신청자에게는 난민신청을 접수받지 말라거나, 주말에는 변호인접견을 할 수 없다거나, 난민신청자가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난민신청자가
본인의 난민면접 영상도 복사할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들은 모두
위법합니다. 지침을 투명하게 공개해서, 그 내용이 적법한지를
제대로 평가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적법한 난민행정은 그 기준과 절차를 공개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2006년에 법원은 “절차의 투명한 공개를 통한 난민인정제도의 민주적 통제는 법집행의 투명성ㆍ공정성 확보와 공공의 안전과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며, 난민지침의 공개를 명했습니다. 이제 밀실행정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난민지침은 공개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난민인정제도의 민주적 통제와 법집행의 공정성을 위한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