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결정문에 대한 공동대책위 입장]
국가인권위원회 “외국인보호소의 반복적인 인권침해 방지하라” 결정
반복되는 보호소내 인권침해 근절하고 고문 피해자 석방하라
1. 국가인권위원회, 화성외국인보호소 및 직원들의 반복적인 인권침해를 인정
2021. 11. 16.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새우꺾기’등 인권침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재발 방지와 관련 책임자에 대한 경고조치 등을 권고하였다. 2021. 6. 23. 이 사건과 관련한 진정이 제기된 이후, 5개월 가까이 흐른 시점이다. 인권위는 ‘새우꺾기’와 같은 방식의 보호장비 사용에 대해 “사용 목적을 넘어서서 대상자의 신체에 상당한 고통을 안겨줄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존엄에도 부합하지 않는 비인도적인 보호장비 사용”으로서 헌법에서 보장되는 신체의 자유 및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또한 독방 수용(특별계호)에 관해서도, “사전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함이 없이 특별계호 신청서와 지시서의 결재만을 통해 특별계호를 실시하였”다고 인정하면서 “적절한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채 진정인에 대한 특별계호를 실시하였고, 그 사유 설명도 미흡하게 하였음이 인정되므로, 이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여 헌법 제12조에서 보호하는 진정인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특히 유사 사례로 인권위의 권고가 있은지 1년여만에 동일 기관에서 동일한 인권침해가 반복되었다며 법무부장관이 대책을 마련할 것, 보호소장과 직원에게 경고조치를 할 것, 관련절차를 개선할 것 등을 권고했다.
2. 새우꺾기 고문 인권침해 확인 및 특별계호절차 위법성 확인
대책위는 본 사안을 인지한 직후부터 '새우꺾기'는 사실상 '고문'에 해당하는 가혹행위임을 지적해 왔다. 금번 인권위 결정은 피해자에 대한 화성외국인보호소의 보호장비 사용방식이 우리 헌법, 세계인권선언, 자유권규약 상의 인간존엄성, 신체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특히 지난 11. 1. 법무부가 '화성외국인보호소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결과발표'에서 피해자에 대한 특별계호 실시 자체는 적법했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인권위는 피해자에 대한 특별계호 실시가 절차적 적법성을 결여하여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 부재 유감
하지만, 사건 발생 초기부터 당사자와 대책위의 일관된 피해자에 대한 구제조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피해자에 대한 보호해제에 대해 아무런 권고를 하지 않은 것은 극히 유감이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피해자는 기저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보호소 내에서 겪은 고문 피해로 인해 나날이 병세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법무부도 스스로 인권침해 사실을 인정하였고, 인권위 역시 피해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문피해를 당한 뒤 장기간 구금이 지속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해제를 권고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법 44조는 위원회가 진정을 조사한 결과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일어났다고 판단할 때에는 피진정인, 그 소속 기관ㆍ단체 또는 감독기관(이하 “소속기관등”이라 한다)의 장에게 원상회복, 손해배상, 그 밖에 필요한 구제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제47조에 의거 위원회는 진정을 접수한 후 조사대상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상당한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그 진정에 대한 결정 이전에 진정인이나 피해자의 신청에 의하여 또는 직권으로 긴급구제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인권위로서는 사건 발생 초기부터 신속하게 개입하여 고문피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해 더 이상의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구금을 해제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긴급구제조치를 하였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나아가 이번 결정을 통해 국가폭력행위의 피해를 확인한 뒤에도 인권위가 금번 결정문에 보호해제를 권고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정부의 2차 가해를 방임, 방조한 것과 다르지 않다. 법무부는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피해 당사자에 대한 보호를 즉각 해제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한다.
4. 반복적인 징벌적 독방 구금 및 케이블타이 등 불법적 장비 사용에 대한 외면
인권위는 결정문에서 “직무집행방해 및 지시불이행에 대한 제재로서의 특별계호는 사실상 과거 행동에 대한 불이익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무려 12차례, 총 34일 동안 가해진 장기간의 반복적인 독방 구금에 대해서는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였다. 또한, 인권위는 보호소가 사람에게 ‘테이프와 케이블타이’를 사용한 점을 확인하면서도, 이것이 “진정인에게 부당하게 고통을 주거나 인격권을 침해할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는 인권적 관점에서는 물론이고, 현행법에 의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교정시설에서 수용자를 징벌할 수 있는 것은 형집행법 등에 그러한 공권력 행사의 근거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는 보호장비 사용과 독방 구금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외국인보호소의 경우 출입국관리법과 외국인보호규칙 등 법령 어디에도 외국인에 대하여 ‘징벌’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규정이 없다. 보호장비 사용에 관하여도, 그 종류 등에 관한 규정 어디에도 ‘케이블타이’ 따위를 찾을 수 없다.
신체에 대한 강제력 행사에는 가장 엄격한 법적 근거가 요구되며, 이 사건과 같은 징벌적 독방 구금과 불법적 도구의 사용에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적 관점에서도 부적절하고, 법적으로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필요성’을 운운하며 판단의 책임을 회피했다. 인권위가 국가의 중대한 공권력, 강제력 행사에 있어서 이러한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에 중대한 유감을 표한다.
5. 대책위는 바란다
금번 인권위 결정을 통해,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새우꺾기' 고문사건의 인권침해 사실 및 피해자에 대한 독방수용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위반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금번 인권위 결정은,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하여 지난 11. 1. 법무부가 발표한 내부조사결과에 비하여 그 반인권성 및 위법성을 폭넓게 인정하였으며, 관련 책임자에 대한 경고라는 구체적인 조치를 권고하였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하지만 인권위는 진정내용에 포함되어 있었던 반복적인 징벌적 독방 구금, 케이블 타이나 박스테이프와 같은 불법적인 장비 사용에 대하여 인권침해로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탈법적 국가폭력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특히 지금도 가해자와 한 공간에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해제를 권고하지 않은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금번 인권위 결정이 실효성있는 결정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인권위는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였으므로 지금이라도 직권으로 긴급구제절차 등을 통해 피해자의 안위를 확인하고 확보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또한 법무부와 화성외국인보호소는 금번 권고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장기적 대책 뿐 아니라 피해당사자의 구제책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
2021년 11월 16일
외국인 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