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과 인종, 종교에 대한 차별 및 혐오표현의 금지
2021년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함에 따라 아프가니스탄 내 인권 및 안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한 인권 침해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난민들에 대해 인터넷을 중심으로 혐오표현이 급증하고 있으며, 난민 뿐 아니라 인종, 종교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 정서로 이어지고 있음.
난민에 대한 낯섦에 기반한 반응을 넘어선 인신공격성 혐오표현이 지속되는 데에는 난민보호에 대한 국제법적 의무를 방기하고, 분명한 책무의 언급을 회피하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음. 2018년, 난민에 대한 낯섦에서 시작된 예멘 난민 사태 및 난민 혐오, 사회적 혼란은 정부의 모호한 태도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음.
정부는 신속히 아프가니스탄 난민에게 국제적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과 한국 정부가 역할을 다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난민 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인종, 종교에 대한 혐오 표현은 용인될 수 없다는 원칙을 명확히 표명해야 함.
언론 역시 인터넷 상의 혐오표현을 수집하여 ‘찬반 논란' 등과 같이 기계적으로 보도하여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 소수자를 공격하는 혐오표현을 정당한 의견으로 수용하고 공론의 장에 진입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여야 함.
현지인 조력자 피난 지원
탈레반은 2021년 6월, 성명을 통해 “외국의 군대를 지원한 것은 이슬람과 국가에 대한 반역에 해당함”을 분명히 함. 휴먼라이츠워치의 2021년 6월 보도 “Afghanistan: Exiting Forces Should Protect Interpreters”에 의하면 아프가니스탄에서 해외 파병군 또는 외국 대사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아프가니스탄인은 탈레반의 보복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며, 해외를 위해 일한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큰 아프간인들은 군대를 철수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함. 이에,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일본 등은 자국 기관에서 일했던 현지인 직원 및 가족들의 피난을 돕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임.
“외국의 정부, 군, 공공기관을 지원”한 이들은 설령 그 활동이 민사적 활동이었다 하더라도 부역자(traitor)로 인식되므로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그리고 우리 난민법의 정의에 따라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으로 인해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공포가 있다고 할 수 있음. 이들의 국내이송을 추진하기로 한 외교부의 결정은 이러한 위험을 인식한 행위라 할 수 있음.
또한 국내이송 추진 결정의 과정에서 외교부가 밝힌 400여명의 현지인 조력자 이송 계획에 누락된 사람이 없도록 해야함. 정부, 군 뿐 아니라, 언론, 지역재건 사업의 일환으로 활동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한국 비정부기구(NGO)등을 조력한 현지인 조력자들 역시 정부를 지원한 자들과 같은 정도의 위험에 놓여 있음. 생명의 위협 속 유일한 탈출이 될 수도 있는 이송절차가 차별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이들 역시 모두 이송자 명단에 포함시켜야 하며, 제한된 여건상 이송이 어려울 경우 인접국가 해외공관을 통해 사증을 받아 즉시 피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함
이송의 대상이 되는 난민들의 경우 한국정부가 현지인 조력자 및 그 가족이 본국에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고 위험을 직접 평가한 만큼, 법무부는 이들의 국내 정착을 재정착 난민의 절차 등을 통해 난민인정자 지위(F-2)를 부여해야 함. (재정착희망난민의 수용에 대해 규정한 난민법 제24조는 “재정착희망난민의 국내 정착을 허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 경우 정착허가는 난민법에 따른 난민인정이라고 본다”고 규정함.)
인권옹호자, 여성, 아동 등 취약계층 등 난민 피난 지원
한편, 한국정부 및 기관을 조력하여 위험에 빠진 사람들 외에도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정황 상 수 많은 난민들이 국제사회의 보호를 요청하고 있음. 캐나다, 영국 등의 국가는 이미 취약한 그룹에 대한 난민재정착 쿼터를 밝힌 바 있으며, 24일에 예정된 G7 정상회의, 이후 진행될 예정인 G20 특별회의 등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 및 난민 보호가 중점적으로 논의되고, 각 국가들의 역할이 정해질 것으로 기대함.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자 운크타드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선진국으로서,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선도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로서 한국 역시 국제평화와 인권을 기초로 한 책임을 다 하여야 할 것임.
한국 정부는 국가정황정보를 기초로 우선적으로 위험에 빠진 취약한 집단인 인권옹호자(human rights defenders), 언론인, 여성, 아동, 성소수자, 소수 종교인 및 이들의 가족에 대한 피난을 지원하고 재정착 방침을 마련해 국제사회에서의 책무를 다하여야 함.
국내 체류 아프가니스탄인들에 대한 체류 지원
법무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내에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들에게 미얀마 사태 당시 미얀마 국적자들에게 부여한 것과 같은 ‘임시체류조치' 또는 ‘인도적 체류조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힘. 하지만 그 내용이 매우 불확실하며, 미얀마 국적자들에게 부여했던 임시체류조치(G-1-99)는 취업 등에서 안정적인 정착이 불가능한 지위이므로 상황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현재 적절한 조치가 아님.
체재 중 난민(Refugee sur place)이란, 본국을 떠나온 이후 난민이 된 자를 말함. 체재 중 난민은 신청자가 국적국에 없는 동안 그 국가에서 발생한 상황 때문에 발생할 수 있음 (난민편람 제95항). 우리 법원은 다양한 사유에서 체재 중 난민의 가능성을 인정해 옴.
2021년 8월, 유엔난민기구는 「아프가니스탄 귀환에 대한 유엔난민기구의 입장」을 발표, “유엔난민기구는 여성 및 소녀 … 등을 포함한 민간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위험을 우려” 하며,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는 민간인의 자국 영토 접근을 허용하고, 항상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존중할 것”을 모든 국가에 요청함. 또한, “최근 사태 이전에 비호신청이 거부되었던 개별 신청인의 경우, 아프가니스탄의 현 상황은 사정의 변경에 해당할 수 있으며, 새로운 비호 신청 제출 시 고려되어야 함”을 강조함.
유엔난민기구의 이러한 입장을 고려하여,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아프가니스탄 국적자가 난민 지위를 신청할 경우, 이미 난민 신청이 거부되었거나 미등록 체류 중이라 하더라도 본국의 중대한 사정 변경을 고려하여 난민지위를 부여할 수 있음. 난민협약을 비준한 국가이자 유엔난민기구의 집행이사국으로서 한국 정부는 유엔난민기구와 협력할 의무가 있음 (난민협약 제35조, 난민법 제29조 참조).
법무부에서 2021년 3월 발표한 ‘국내 체류 미얀마인 대상 인도적 특별체류조치’는 쿠데타 종료 등 상황이 변경될 때까지 기존 체류자격을 연장하거나, 기타(G-1-99)라는 일부 취업만이 가능한 형태의 체류자격을 부여한 것임. 하지만 실무에서는 현실적으로 미얀마로 돌아갈 수 없었던 난민들에게도 범칙금을 부과하고 구금의 가능성이 있는 등 실질적인 보호 대책으로 기능하지 못했음. 뿐만 아니라 난민협약 또는 고문방지협약, 자유권규약 등 한국이 비준한 국제인권조약에 기초한 규범적인 근거가 아닌, 법무부의 재량에 따라 임시로 부여한 이러한 지위는 실제로 난민으로 인정되어야 할 자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지위임.
‘인도적 특별체류조치'의 규범적, 실무적 문제가 분명할 뿐 아니라 탈레반의 점령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사태가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법무부는 국내 아프가니스탄 국적자에게 안정적 정착이 가능한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함. 즉, 난민인정 후 체류자격(F-2) 부여 및 인도적체류지위(G-1-6) 부여, 부득이한 피난과 국가의 기능 마비로 인한 미등록 체류에 대해 범칙금 면제 등의 정책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인도적 체류자의 처우에 대한 개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