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고통을 구경거리 삼는 취재행태를 멈춰라
지난 8월 26일 정부는 ‘미라클 작전’을 통해 주아프가니스탄대사관, 한국국제협력단, 한국병원 등 한국 정부 기관에서 근무한 사람과 그 가족 등 390여명의 아프가니스탄인을 한국으로 구출했다. 27일,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하여 자가격리 및 한국 생활 적응에 들어갔다. 각종 언론에서는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머물고 있는 숙소를 찾아 그들의 일상생활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격리 중인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를 촬영한 사진을 보도하며 기본적인 모자이크 처리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멀리서 망원렌즈를 통해 관측한 이들의 주말은 평범해 보였습니다.’라고 표현하며 이들을 ‘관측’하며 대상화·타자화했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2장 인격권에는 ‘언론은 개인의 인격권(명예, 프라이버시권,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재난보도준칙 제19조에서도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의 상세한 신상 공개는 인격권이나 초상권,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이를 모두 무시한 채 보도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한국일보 측은 [바로잡습니다]를 통해 특별기여자들의 힘든 현실을 눈물짓는 소녀 사진이 담고 있다고 판단, 이들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응원을 요청하는 의미로 해당 사진을 보도했다고 밝히며 해당 사진에 뒤늦게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일보의 해명은 변명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이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표였다면 아프간 난민의 ‘동의’ 없이 불법촬영을 해서는 안됐다.
더욱이 ‘아프간 소녀의 눈물’ 사진은 전쟁으로 인한 불행, 고통을 이미지로 극대화하며 타인의 고통을 볼거리, 구경거리로만 소비하게 한다. 한국기자협회 재난보도준칙 제15조 [선정적보도 지양]에 피해자 가족의 오열 등 과도한 감정표현, 부적절한 신체노출, 재난 상황의 본질과 관련이 없는 흥미위주의 보도 등은 하지 않아야 함을 명시해놓았다.
아프간 특별기여자의 신원과 사생활을 보호하고 초상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언론 보도 시 모자이크는 필수적이다. 외교부와 관련 부처에서는 취재진에게 ‘군용기, 아프간 사람 얼굴은 촬영 시 특정되지 않도록 블럭처리’할 것을 공지했다고 알려졌다. 난민인권센터에서 제시한 난민보도 가이드라인에도 사진촬영에 대해 ‘원칙적으로 난민의 신변보호를 위해 신원과 얼굴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방식’을 취할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한국언론만 모자이크 처리하고 외국통신사들은 얼굴을 공개했다며 모자이크 처리와 관련된 글로벌 스탠다드 마련 필요성에 대한 기사를 송고했다. 보도내용에는 외국 통신사의 모자이크 처리 하지 않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입국사진이 다수 포함됐다. 현재 한국언론에서 규정하고 있는 보도준칙과 가이드라인을 어기고 단지 ‘의견’을 목적으로 사진을 게재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묻고 싶다. 심지어 기사 말미에는 ‘여러분은 어떤 사진이 보고 싶은가요?’라고 덧붙였다. 뉴스생산자 중심의 시각으로 독자 흥미를 유발하는 기사를 생산하려고 하는 건 아닌지 언론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언론은 전쟁으로부터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전쟁의 폐해를 밝히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지 이들의 피해를 ‘흥미’롭게 보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언론인권센터는 지난 20일 ‘탈레반 보도에서 한국 언론이 잊은 것’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탈레반 보도 시 사안의 심각성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고, 게임의 한 장면을 해설하듯이 보도하는 언론 행태를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여전히 그들을 관측의 대상, 타인의 고통을 극대화하는 요소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한다. 언론은 난민보도 시 난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며, 시민의 알 권리라는 명목하에 인권을 침해하는 보도를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