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명시한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사람은 국적을 가질 권리를 가지”며, “어느 누구도 자신의 국적을 박탈당하거나 국적을 바꿀 권리를 부인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적은 자신의 존재를 국가로부터 인정받고, 국가와 법적인 연계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국적은 개인에게 정체성을 제공하며,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와 기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국적의 취득과 상실, 거부에 대한 국제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는 지금도 수 백만 명의 사람들이 국적이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우리는 무국적자라고
부릅니다. 무국적은 국적에 대한 법률의 해석상 차이, 혼인에
대한 법, 행정의 집행, 차별, 국적의 상실 또는 포기에 대한 규정, 출생신고의 미비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한국에도 무국적자는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출생신고를 하지
못하는 난민 등, 또는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 등입니다. 한국에서는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경우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으며, 이 경우 한국에 출생을 신고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은 본국 대사관 등 재외공관에 출생신고를 하지만 본국 대사관 접근이 어려운 난민, 체류자격이 없는 미등록 이주민은 이러한 방식으로 출생을 신고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어디에도 출생을 신고하지 못해 자신을 증명할 수 없고, 국적을 향유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탈북 후 탈북민 부모의 서류를 입증할 수 없어 무국적이 된 사례, 조선적 재일동포의 사례 등 다양한 사유로 무국적 상황에 처해진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국적이 없다는 사실은 개인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투표권 등 자국민에게 한정된 권리를 누릴 수 없으며,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무국적이라는 이유로 교육이나 보건 등의 서비스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특정한 사례에서는 구금이 되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2024
세계 무국적 컨퍼런스 개회식]
세계적으로 무국적에 관심을 두고 해결을 도모하는 단체들은 ‘세계 무국적
컨퍼런스 (World Conference on Statelessness)’를 개최하여 무국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무국적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협력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26일부터 29일까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진행된 2024 세계 무국적 컨퍼런스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정부 또는
국제기구, 시민사회단체, 학계, 그리고 무국적 당사자들이 모여 각 국가의 무국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두루에서는 김진 변호사가 참여해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무국적 상황에 대해 발표하고, 국제인권법과 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진행된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세션에서는 한국 외에도 일본, 대만, 키르기스스탄의 변호사, 학계, 활동가가
모여 각 국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나눴습니다.
[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무국적 상황 발표 모습]
컨퍼런스 이후 김진 변호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국적 이슈를 다루기 위해 마련된 네트워크인 무국적 및 존엄한 시민권을 위한 연대 (Statelessness and Dignified Citizenship Coalition: SDCC) 회의에 참석해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나누었습니다.
새롭게 태동한 이 네트워크에서 두루는 동아시아 지역의 무국적 상황과 활동의 필요성을 공유하며, 다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 및 단체들과의 협력을 도모할 예정입니다.
[무국적
및 존엄한 시민권을 위한 연대 (SDCC)]
[연대
네트워크의 운영위원회 – 각 지역 대표]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개념인 ‘무국적’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그리고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법과 제도의 개선을 이룰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담당 변호사: 김진 (연락처: 02-6200-1914, jkim@duro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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