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접수 거부’ 공항 난민의 국가배상청구소송 제기
Ⅰ. 1년 2개월간의 공항 생활과 입국
난민 I씨는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내 43번 게이트 앞 소파 위에서 1년 2개월을 살아야 했습니다. I씨는 고향에서 정치적 박해로 지인과 가족들 십여 명이 살해당했습니다. 고향을 탈출하여 한국에서 난민신청을 했지만, 한국정부는 I씨가 난민인지 아닌지 판단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방치했습니다.
그 이유는 I씨가 가지고 있는 티켓의 목적지가 한국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간 공항에서는 환승 티켓을 가지고 있거나, 입국 자격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난민신청서의 경우 일단 접수를 하고 절차를 개시했습니다. 이미 난민법에는 공항에서의 간이심사도 가능하도록 해 두었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공항에서 정해진 절차에 의한 판단을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공항 출입국은 별안간 I씨의 사안에 이르러 ‘환승객은 입국 자격이 없으므로 난민신청서를 쓸 자격조차 없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천공항 출입국 외국인청의 소송수행자는 변론 중 ‘이에 대한 법원 판단이 없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일종의 ‘실험’으로 인해 한 사람이 최소한의 존엄성도 무시된 상태에서 일 년을 넘게 지냈습니다. 공항에는 잘 곳도, 입을 옷도, 먹을 음식도 없습니다. 24시간 환한 불이 켜져 있는 곳에서, 씻을 수도 없는 상태로 노숙을 해야 합니다. I씨는 공익변호사들과 시민의 모금을 통해 음식과 생활비, 의료품을 지원받아 겨우 생존하였습니다. 더구나 I씨는 본국에서의 박해와 어려운 탈출 과정에서 지병을 얻었습니다. 갑작스러운 탈장 증상으로 공항에서 쓰러진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I씨는 입국부터 14개월간 병원에서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변호사들이 전해주는 진통제를 먹으며 버텨왔습니다. 결국 소송을 통해 입국하였지만, 지병은 악화되어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I씨는 여전히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2021년 4월 13일, 인천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고승일)는 I씨가 그간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의식주·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하”였다면서 “수용을 임시해제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1인카1 임시해제신청) 이에 따라 I씨는 1년 2개월 만에 공항 밖 땅을 밟았습니다. 현재 I씨는 입국하여 통원치료 등을 받고 있습니다.
Ⅱ. 법무부의 위법을 확인한 판결, 그러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인천공항에서 출입국외국인청이 I씨의
난민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은 처음부터 명백했습니다. 공항에서의 난민신청에 특별한 ‘입국
자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국제법적으로 명백하고, 심지어
그간 법무부도 이를 인정해왔기 때문입니다. 법원도 이를 인정하여 I씨는
일찌감치 승소했으나 (2020.6.4.선고 인천지방법원, 2020구합51536) 법무부의 항소로 인하여 서울고등법원 판단(2021. 4. 21. 선고
서울고등법원, 2020누45348)으로 최종 승소판결이 확정되기까지
1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한 접수 거부 행위가 위법한지와 별개로, 난민신청자를 아무런 생존 대책 없이 공항에 가두어 둔 행위 자체도 ‘위법한
수용’이었습니다. 인천지방법원은 이를 인정하여, ‘임시 해제’를 통해 일단 I씨를
입국시키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2021. 8. 9. 선고, 인천지방법원, 2020인라8 결정을 통해 그러한 구금이 위법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I씨는 부당하게 공항에 억류되어 끼니를 거르고, 제대로 된 잠자리도 없이 노숙하며, 당장 씻을 곳을 찾아 헤메어야
했던 1년 2개월을 견뎠지만 아무런 배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위법한 행정으로 인해 한 사람이 장기간 고통받았지만, 아무도 그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I씨는 억류되어 있던 당시부터 심각한 지병으로 쓰러져 구급대의 조치를 받는 등
건강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장기간의 공항 생활은 이를 악화시켰고,
입국한 이후 국내에서 수술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현재도 I씨는
병으로 고통받고 있지만 어떠한 보상도, 사과도 없이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이에 두루는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합니다.
담당변호사: 이한재 (연락처: 02-6200-1679, leehj@duro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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