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씨는 2022. 10. 1.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민신청을 했지만, 10일만에 돌아온 대답은 ‘난민심사를 해 볼 필요도 없으니 돌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선고된 이 소송은 난민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아닙니다. 단지 제대로 된 심사 기회를 얻어, L씨가 자신의 사정을 말해볼 기회를 달라는 소송입니다.
L씨는 북아프리카에서 왔습니다. L씨의 출신국에는 특정 종교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 있습니다. L씨는 본인은 해당 종교의 신자가 아니며, 그러한 교리에 따라 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L씨가 난민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의 여부는 L씨의 출신국에서 특정한 사람들을 박해하는 법률과 문화, 사회구조 등이 난민법상 박해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L씨가 그러한 박해받는 집단의 구성원에 해당하는지 심사를 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그러한 심사도 하지 않고, L씨의
공항에서의 난민신청 내용 자체만으로 난민심사를 해볼 필요조차 없다며 심사를 거절(불회부처분)한 것입니다.
난민법 시행령 제5조에서
정하는, 난민심사에 회부하는 것을 공항에서 거절할 수 있는 사유들에 해당하려면 난민신청자의 주장이 분명한
허위로 드러나거나 모두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주장 자체로 난민법이 정하는 난민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여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공항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지 않고, 정식 심사도 하지 않은 채 난민신청의 내용이 ‘얼마나 그럴듯한지’ 임의적으로 판단하여 불회부처분을 남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항에서 심사도 없이 난민신청자를 돌려보내는 제도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이 가입한 난민협약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들에서의
불회부율은 공항 난민신청자의 10% 가 넘는 경우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의
공항에서는 불회부율이 50%가 넘습니다. ‘난민심사 불회부
처분자’는 한국에서는 난민신청자 통계에조차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미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난민인정률 1%를 자랑하는 한국의 난민인정률은 사실 난민신청의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나온 통계입니다. 대한민국 법무부는, 국제기준은
물론 국내 법률에도 어긋나는 ‘불회부처분’을 남발하여 수많은
난민신청자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있습니다.
L씨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의 이러한 무책임한 불회부처분으로
인해 8개월이 넘게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야 했습니다. 하루에
겨우 두 끼 식사를 받으며, 씻고 입을 방법을 걱정하며, 제대로
된 잠자리도 없이 버텨야 했습니다. 부적절한 불회부처분은 말 그대로 생명을 위협합니다. 공항에서 버티기로 결정한 사람들은 오히려 나은 편일지도 모릅니다. 공항에서
노숙하며, 최소 4개월 이상 걸리는 이러한 소송을 무릅쓸
수 없었던 대부분의 나머지 난민신청자들은 모두 본국으로 송환되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과연 모두 무사한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비극은 너무 오래 반복되었습니다. 이제는 끝낼 때가 되었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코로나 이후 20건 가까이 이루어진 불회부처분
취소소송의 75% 이상을 난민신청자측에서 승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공항의 난민신청자에 대해 함부로 불회부처분을
하고 있는 법무부의 행태를 멈추어야 합니다. ‘법대로’ 판단하기만
해도 현재 공항난민의 대부분은 이렇게 구금되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단기적으로는, 국회에서 계류중인 ‘출국대기소’법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현재까지 가장 오랫동안 공항에 머무르고 있었던 공항 출국대기실의 ‘터줏대감’ L씨는 구금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아직도 첫 번째 법원 판단도 받지 못했습니다.
▶ ‘종교 박해’ 피해 난민 신청했지만…9개월째 공항서 쪽잠
담당변호사: 이한재 (연락처: 02-6200-1679, leehj@duro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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