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권 영역 실무수습생 고준호님 사진>
들어가며
두루에서의 2주는, 지난 1년 반의 로스쿨 생활 중 제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가장 압축적으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저를 환대해주신 두루 구성원, 그리고 모든 과정을 함께 했던 동기 시보님들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기에 그분들께 깊은 감사를 표하면서 후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두루에서의 경험의 의미는, 제게 그 자체로서 온전한 완결성을 갖춘 하나의 이야기로 잘 정리가 되었지만, 전달의 편의를 위해 ‘무엇을 배웠는가?’, ‘어떤 관점을 얻었는가?’, ‘누구와 함께 했는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자 합니다.
(1) 무엇을 배웠는가?
공익변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지식을 아주 효율적으로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국제인권 분야로 참여하였는데,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세 영역에 대한 영역별 강연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변호사님들께서 과거에 수행했거나 현재 수행하고 계시는 활동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에 대해 들으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소송은 물론, 비영리 스타트업 활동,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멀티플레이어로서 공익변호사의 역할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특정 의제에 대한 일반론을 듣는데 그치지 않고, 가장 최신의 구체적 정보와 동향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기후위기 특강에서, ESG 경영이 논의되어 온 배경과 인권 실사를 통해 국제적으로 일관된 투자의 기준을 제시하는 최근의 움직임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강연을 듣기 위해 직접 신청하여 찾아가지 않는 한, 따로 들을 기회가 없었을 내용을 접하면서 특정 분야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1주차에는 공통과제를, 2주차에는 영역별 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두 과제가 공통적으로 두루 변호사님들께서 현재 고민 중인 문제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 큰 의의가 있었습니다. 동기 시보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고, 제한된 시간 내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역할을 분담하여 리서치를 하고 서면을 작성했습니다. 각 영역별로 소장, 의견서, 법률개정안 등 다양한 형식의 글을 작성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저는 국제인권과 아동⸱청소년 영역의 공통과제로서 이주아동의 구금 금지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작성하는 과제를 수행했는데, 그간 생각해보지 못했던 주제였고, 또 법률개정안을 작성하기 위해 필요한 고민들을 처음으로 해볼 수 있어 아주 만족했습니다.
(2) 어떤 관점을 얻었는가?
강연을 통해, 특정 의제나 활동에 대한 지식에 더하여 그와 관련한 변호사님들의 고민과 경험, 문제의식을 함께 전달받았기에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단순히 특정 의제에 대한 정보 습득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특정한 역할의 수행’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가능했습니다. 이는 강연 후에 이어지는 자세하고 창의적인 질의응답 및 의견교환 덕분에 가능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변호사님들께서 자유로이 의견이 오갈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셨고, 시보님들은 그에 응해 아주 구체적인 궁금증까지도 긴 시간을 들여 공유하였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공익변호사로서 어떠한 문제를 인지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동료들과 협력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느꼈습니다.
그런 면에서 임성택 변호사님께서 강연해주신 ‘임팩트 소송’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공익변호사의 역할을 총망라 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를 포착하고, 당사자와 연대하여 법정에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는 활동은, 공익변호사가 할 수 있는 가장 ‘임팩트’ 있는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특강을 통해 변호사의 ‘전문성’ 안에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사회문제를 포착하고 분석하는 날카로운 시각이 포함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또한 꼭 공익 분야로 한정할 필요 없이, ‘변호사’로서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해결하고, 또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공익과 영리 영역을 칼같이 구분하기보다,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법을 통해 해결하는 변호사로서의 전문성, 그리고 이를 어느 방향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깨달았습니다. 이는 강의실이나 열람실에서는 얻기 힘든, 직접 변호사님들의 일터에 함께 있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통찰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러했듯, 다른 시보님들께서도 공익 영역뿐만 아니라 변호사로서의 진로 전반에 대해 각자 가지고 있던 구체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얻어갔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임성택 변호사의 임팩트 소송 특강 모습>
(3) 누구와 함께 했는가?
시보님들이 각기 다른 학교 소속임에도, 로스쿨에서 공익에 대한 관심을 가진 원우들을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공익⸱인권 분야에 대한 큰 관심을 가진 로스쿨생이 수적으로 다수는 아닐뿐더러, 설사 관심을 공유한다고 해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두루 실무수습을 통해 이러한 갈증이 해소되었고, 또 비슷한 목표의식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어느 정도 비슷한 태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두루는 안전한 공간이면서도 진취적인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습니다. 내가 내밀한 이야기를 공유하여도 나의 생각을 부정적인 방식으로 곡해하거나 함부로 재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루는 내가 나답게 행동할 수 있고, 각자가 모두 그러함으로써 진실된 서로를 만나 교류하는 기쁨이 있는 공동체였습니다. 진취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들끼리 모여있으면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두루에서는 각자의 목표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있으면서도, 그 뿌리에 해당하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기에 진취적인 사람들이 모여 안전한 공간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덕분에 저희 7명의 시보들이 각자 고유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도, 어느 누구의 자아가 다른 누군가의 존재감을 침범하지 않는 조화로운 그룹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타인을 억누르지 않는 사람들이었고, 그럴 필요가 없는 환경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주를 보내며 두루 변호사님들께서 서로 그러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기반 위에서 저희가 평화롭고 안전하게 교류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했는가”라는 제목 하에, 머리에 떠오르는 각각의 구성원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기억과 감사를 뭉뚱그려 일반화할 수밖에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애정을 가지게 된 대상이 그룹에 대한 일반화된 인상이 아닌, 각기 다른 개개인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서로 많은 것을 알아가기에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앞으로 오랫동안 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각자가 어떤 길을 가든 앞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싶은 특별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고, 저도 그러한 응원과 지지를 가슴에 품은 채 다음 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나가며
제 후기를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두루 실무수습에 지원하기 위해 고민하고 계시거나, 저와 실무수습을 함께 했던 분이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만약 전자라면, 주저 없이 지원하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공익 분야에 대해 잘 모르고 관심만 있다고 생각하여 걱정이시라면,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떤 질문이든 간에 그에 대한 나름의 해답을 얻어가실 수 있을 것이고, 어떤 분들에게는 이 실무수습이 법조인으로서의 커리어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중요한 경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후자라면, 다시 한번 제게 소중한 경험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그에 대한 인사는 다른 많은 방식 중에서도, 특히 앞으로의 제 발걸음으로 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턴실에서 찍은 실무수습생 단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