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인권 영역 실무수습생 김하은, 이태경님 사진>
1. 들어가며
하은: 필요한 누군가의 ‘언어’가 되어 공익변호사로 ‘함께’ 목소리 내고 싶다는 동기를 가지고 로스쿨에 입학했습니다. 하지만 입학 후에는 당장 해내야 할 일들이 너무 버겁게만 느껴졌고, 여러가지 사정을 이유로 공익활동에 대한 마음이 수없이 흔들려 어느새 옅어지기도 했습니다. 로스쿨 생활의 한 가운데 선 이번 여름, 다시금 왜 이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는지 그 이유를 되새기고자 공익변호사 진로를 경험할 수 있는 단체 위주로 실무수습을 알아보았습니다. 두루를 미처 알기 전 매스컴을 통해 접했던 익숙한 사건들에 두루가 함께했던 것을 알게 된 후, 두루라는 단체와 두루의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겨울에 실무수습을 다녀온 동기들이 좋은 후기와 함께 강력하게 추천해주어 저도 꼭 두루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두루의 실무수습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태경: 공익변호사의 길에 관심이 많았기에,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고 배우고 싶어 두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영역에 관심이 있었고, 최근 관련 법적 쟁점이 더욱 이슈가 되던 때에, 아동·청소년 영역을 본격적으로 내걸고 활동하셨던 두루에 더욱 관심이 갔고, 시공간을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2. 실무수습기간 두루에서의 생활 - 하은
“서로에 대한 존중 속에 편안한 분위기”
두루에서 2주 간의 생활을 요약한 문구입니다. 함께 실무수습을 했던 동기들은 과제에 대한 열정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존중, 배려가 넘쳤고 편안하고 안전한 분위기 속에 금방 마음을 열고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같은 방향성과 고민을 가진 친구들이기에 로스쿨에서는 선뜻 나누기 어려웠던 크고 작은 고민을 나눌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또한 실무수습이 시작되기 전 안내메일에서부터 변호사님들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기대 끝에 직접 만나 뵌 변호사님들께서는 언제나 저희를 한껏 반겨주시며, 존중해주셨습니다. 어떤 질문에도 항상 즐겁게, 최선을 다해 답변해주신 덕분에 평소에 질문하는 것을 정말 쑥쓰러워하는 저조차도, 아쉬운 것 하나 없이 모두 다 여쭙고, 배워올 수 있었습니다. 이어지는 과제와 특강을 통해서 변호사님들께서 실무수습 프로그램에 정말 많은 정성을 쏟아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두루 구성원분들께 참 감사했습니다. 따뜻한 존중과 배려 속에서 2주 간 두루 실무수습을 하며, 늘 밝은 에너지로 가득 차 지낼 수 있었습니다.
3. 과제 및 피드백 - 하은
1) 공통과제
공통과제는 “피성년후견인 공무원 결격조항 위헌 판결” 이후 당해사건의 본안소송을 위한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오히려 제게는 조금 부끄럽기도 한 장면입니다. 과제의쟁점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하던 저는 A와 B중 B의 논리를 세우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보인다는 이유로 단순히 A로 과제의 방향을 정하려 했었습니다. 그때 변호사님께서 들어오셔서, 이 소송이 갖는 의미와 당사자분들의 상황을 들려주시는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B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했습니다. 그때, 오직 더 해결하기 ‘쉬운’ 방법을 선택하려고 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두루에 온 첫 날 퇴근 길에, 이날 일을 되돌아보며 ‘공익변호사란 더 중요한 가치들을 고려하며, 때로는 어려운 줄 뻔히 알면서도 부딪히고, 또 해내야만 하는 각오도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우리가 마주할 사건들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시험 문제는 모범 답안이 있기에 기존 판례를 대입하면 답안과 맞아 떨어졌던 것과 달리, 과제로 주어진 실제 사안은 그보다 더 복잡한 사실관계들이 얽혀 있어 정확하게 들어맞는 판례를 찾기란 정말 어려웠고, 때로는 기존의 판례에만 얽매여서는 안된다는 점이 새로웠습니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례의 결론만이 아니라 그 제도의 목적과 취지, 그러한 법리가 형성된 근거에 대해 고민하며 그러한 취지와 논리를 살려 저희의 주장을 펼쳐보려 노력했던 것도 기억에 남습니다. 학교에서 그간 공부해온 희미한 지식을 밑바탕으로 하여 동료들과 자료조사로 살을 붙이고, 이를 차근차근 엮어가며 하나의 논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렵지만 재미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과제에 대한 피드백은 문장 단위, 법문서로서의 구성과 형식, 구체적인 법리까지 섬세하게 짚어주셨습니다. 저희가 먼저 서면을 작성한 취지와 특히 어려웠던 부분,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돌파하려고 했는지 고민의 과정을 설명 드린 후 변호사님의 의견을 나눠 주시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평가를 받는다기보다는 변호사님의 조언을 듣고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과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항상 저희에게 귀기울여주셔서, 과제 수행 방식에 관한 저희의 의견을 수렴해주시기도 했고 질문에도 세심하게 답변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막막하게 느껴졌던 과제를 훨씬 수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실무수습 프로그램 중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루 변호사와 실무수습생>
2) 영역별과제
영역별 과제로는 국제영역과 함께 ‘(이주)아동구금 금지’를 위한 출입국관리법 개정 자료를 작성해보았습니다. ‘구금 상한 없는 외국인 보호제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언급하지 않은 ‘아동에 대한 이주구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을 국회의원에게 제안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법률 개정안을 만들어본다거나, 법안 제안서를 작성하는 것은 처음이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몰라 막막했지만, 첨부해주신 자료들을 참고하며 하나씩 풀어나가다보니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국제법적 근거를 참고하기 위해 국제협약, 해외 판례연구 등을 리서치 하는 과정도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어쩌면 과제에서 가장 중요했을 최신 문헌을 미처 찾지 못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피드백 시간에 저희가 놓친 최신 국제 연구 동향과 저희가 궁금했던 해외 자료 리서치 방법 등을 공유해주셨고, 작성한 법률 개정 자료에 대해 실무적인 관점에서 한 문장, 한 문장 조언해주셨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또는 평소에 궁금했던 내용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역별 과제를 통해 평소 관심있던 아동의 권리에 관한 국내외적 법률과 제도, 연구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특히 이주아동이 놓인 현실에 대해 고민하고 알아가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4. 과제 외 활동 - 태경(외부 일정 동행 부분만 하은)
후기를 참고하시는 분들께서 전체적인 실무실습의 흐름을 이해하실 수 있도록 활동 유형을 불문하고 시간 순서대로 작성해보았습니다. 과제와 과제 외 활동뿐만 아니라 변호사님들과 식사를 하며, 또는 일상에서 함께 소통하는 크고 작은 기회들이 수시로 있었고, 그런 사소한 순간들에서조차 많은 점들을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0) 내규 제정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시보님들과 함께 지킬 약속을 정했습니다. 일정한 형식을 요한 활동도 아니었고, 실제 제정 과정에서 선례를 많이 참고하기도 했었지만, 약속을 정했다는 사실보다도 공동체에서 가장 먼저 함께 한 일이 활동이나 업무가 아닌 공동체 스스로를 향하는 대화였다는 점 자체가 좋았습니다. 물론 여러 배움과 경험을 위하여 실무실습에 참여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사람과 공동체에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프로그램 설계가 아니었을지 생각됩니다. 서로가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또 존중받을 수 있겠다는 신뢰가 쌓이면서 이후 활동에서도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습니다.
1) 주요 영역 소개 : 아동·청소년 인권
본격적인 과제 외 활동으로는 첫 활동이었습니다. 지원했던 분야로서 기본적으로 관심이 많았지만, 최근 교권 보호 이슈, 장애학생의 학교폭력 이슈 등 관련 쟁점이 유독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어서 변호사님들의 경험과 생각에 더욱 주목되었습니다.
교권을 섣부르게 권리로 구성하여 그 충돌을 이유로 학생인권을 제한하려는 일부의 시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아동학대 면책권이라는 교원단체 등의 구호가 이면에서 아동의 취약성을 어떻게 비가시화하는지 등 변호사님들께서 공유해주신 여러 생각은 세간에서 논의되던 고민보다 훨씬 깊고 조심스러웠지만, 단호했습니다. 일부의 자극적인 사례와 그 해결책으로 나온 보다 폭력적인 엄벌주의의 담론이 떠돌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생각의 중심을 지킬 수 있었던 그 단호함에서 오래도록 쌓인 내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동·청소년 인권 영역 업무소개>
2) 특강 : 임팩트소송
사단법인 두루의 이사님이신 임성택 변호사님께 국내외 임팩트소송의 사례와 공익변호사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관한 특강을 들었습니다. 미시적 대리인으로의 변호사를 넘어, 사회와 공동체를 향해 법이라는 언어로써 외칠 수 있는 변호사의 다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소송 제기를 통한 사회적 의제화가 임팩트소송의 중요한 의의라지만, 그럼에도 이를 수행할 변호사로서는 당연히 승소 가능성을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는 말씀이 와닿았습니다. 많은 사회적 문제의 해결은 정치의 영역이지만, 한편으로 사법은 정치의 한계로서 작동하므로, 판례가 한 번 잘못 새겨지면 정치적 해결로 나아가기 전에 그 판례를 깨어내기 위한 전 단계에서의 노력까지 추가로 요구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결국 그 최초의 판단까지도 당연히 소송대리인으로서 변호사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라는 점에서 공익변호사의 사회운동가로서의 특수성과 변호사로서의 본분 사이 균형을 생각했습니다. 직접 소송대리를 맡은 사건에서는 법원 앞 기자회견에도 참여하지 않으셨다는 변호사님의 소신이 그 자체로 변호사님께서 실천해오신 균형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장애인권 의제를 중심으로 직접 수행하셨던 소송 사례들도 소개해주셨습니다. 특히 탈시설 소송과 관련하여 당사자 분의 말씀으로 명명되었던 ‘위험할 권리’의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지 소수자와 함께하는 것을 넘어서 당연하게 여겨져왔던 그들의 불편함과 부당함에서 숨은 권리를 구성해내는 감각을 꾸준히 훈련하기로 다짐했습니다.
3) 특강 :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책임
녹색전환연구소에 계시는 지현영 변호사님께 환경 분야 공익변호사로서의 사회적 역할과 그 실천에 관한 특강을 들었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공동체적 실천에 기업도 방관자가 아닌 그 합당한 책임을 다하는 적극적 의무자로서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강제하는 법규범의 설계와 정착이 그 핵심이었습니다.
변호사님께서 걸어오셨던 길 자체에서부터 많은 것들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두루에서 채식 선택권, 기후위기 진정 등 환경적 시민권의 가시화를 위한 실천을 이어오시다가, 지평의 제안으로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ESG 공시 등 관련 자문 업무를 시작하셨고, 결국 기업 자문에서 느낀 한계로 녹색전환연구소에서 본격적인 기업 모니터링 활동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는 소개에서 법조인보다 더 큰 실천가로서의 비전과 확신을 보았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의 다음 단계에서 변호사로서 가능한 실천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환경교육과 그 실천은 분리배출과 재활용 등 의무 주체로서 개별 시민들의 미시적 실천을 강조하기에 그쳤고, 그로써 환경 의제들도 인권의 영역으로 포섭되기 전에 타자화된 자연의 보호를 위한 인간의 의무로만 표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을 포함하여 모든 주체의 구조적이고 공동체적인 대응이 절실해진 현재, 그 대응을 가능케 할 열쇠는 오히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질 때까지 당연한 듯 빼앗겨왔던 각자의 권리를 감각하고 이를 함께 회복하는 ‘기후 인권의 가시화’에 있음을 분명히 할 수 있었습니다.
4) 주요 영역 소개 : 국제인권
당일 폭우 예보가 있어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외국인 보호소 내 인권침해 사건을 기사로 처음 접하고 여전히 그런 전근대적 국가폭력이 자행되었음에 경악했었는데, 두루에서 그 권리 구제와 위헌소송을 직접 수행하셨다는 소개를 들으며 다시금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제의 무게가 주권의 크기에 비례하여 취급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외국인 시민들의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그동안 쌓아오신 고민과 실천의 깊이를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역별 과제를 수행하며 관련 주제를 다시 한 번 깊게 다룰 수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 가시적인 이슈에 한정되었던 제 공익적 관심과 시야가 유의미하게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5) 주요 영역 소개 : 사회적경제
공익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가지고 있던 무의식적 편견이 가장 많이 깨진 시간이었습니다. 권리 구제를 위한 소송 수행만을 공익변호사의 모습으로 생각해왔었지만, 사회적경제 분야 변호사님들의 업무 소개를 들으며 자문변호사로서의 공익변호사라는 진로를 새롭게 그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익과 영리의 조화라는 질문에 사회적·공익적 영리라는 하나의 유력한 답변을 얻었습니다.
대기업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라는 아이디어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국가에서 입법으로 가능한 최대치로서 급부 제공의 경제적 강제를 넘어서, 민간에서의 이행을 실제로 유인하고 더 나아가 그 이행조차 매력적인 선택지로 만들어내는 사회적경제의 넛지적 접근이 유력하게 다가왔습니다.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판다”는 사회적기업 당사자 분의 말씀이 시장과 조화하는 사회적경제의 지향과 추구를 가장 적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민간 참여의 유인을 넘어, 아예 직접 참여하여 좋은 사례를 만들어보자는 ‘리걸임팩트센터’의 아이디어도 기억에 남습니다. 현재는 공중이용시설 경사로 설치 관련 소송에서 출발한 ‘모두의 1층’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계셨는데, 임팩트소송으로 만들어낸 판례와 규범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끝나지 않고, 그 실제 적용과 이행을 촉진하는 데에 변호사가 더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찾아내어 세상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보겠다는 명확한 비전이 가슴을 뛰게 했습니다.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제도화를 목표로 하려는 구체적인 계획과 그 실천에 충분히 설득되었고, 스스로 상상했던 변호사의 대안적 역할들이 이미 시도되고 실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반가워 그 성공을 더욱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6) 특강 : 아동사법
소년법상 소년의 보조인으로도 활동하시는 두루의 엄선희 변호사님께 아동사법 체계 전반에 관한 특강을 들었습니다.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고 배울 수도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아동사법 체계의 적나라한 현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년의 행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시 비행사실뿐만 아니라 보호의 필요성과 같은 다른 기준이 상당 부분 반영되면서 같은 비행사실에도 서로 다른 처분이 내려지는 등 형사상 비례성 원칙의 예외가 발생해왔던 점,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라는 모호한 기준만으로도 불이익의 처분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가 되어왔던 소년법상 우범소년의 규정이 형사상 명확성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은 물론이고 아동의 성장이라는 소년사법 체계의 본질적 취지와도 배치된다는 점 등 체계와 제도 전반에 '아동의 특수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정당화된 위헌적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형사처벌과 소년법상 보호처분에 모두 대상이 되는 범죄소년의 경우 양 절차의 취지와 처분의 정도 등에 차이가 상당함에도 실제 검사의 판단은 소년의 행위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루어지기보다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제도에 드러나지 않는 운영상의 한계도 분명함을 확인했습니다.
경험하신 여러 현실을 공유해주실 때, 아동들의 개별 서사에 무리하게 주목하기보다 보조인 활동 과정에서 직접 느끼신 절차적 한계나 개선 방안을 담백하게 짚어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동등한 시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기본적인 적법 절차조차 결여된 부분과, 특수성을 가지는 아동이기에 보다 면밀한 고려가 필요한 부분을 분명히 나누어 설명해주셔서 아동사법 체계를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을 훈련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동사법 특강>
7) 주요 영역 소개 : 장애 인권
장애인권의 의제화 문제는 결국 보편성으로의 인식 전환에 핵심이 있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장애는 당사자에 내재된 것이 아니라, 결핍의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라는 워딩은 그만큼 파격적이었고 깊은 성찰을 요했습니다.
장애인법연구회를 통한 연구활동을 소개받으며 소수장애 유형에 관한 특수 사례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시청각장애의 경우를 시각장애와 청각장애의 중첩으로만 보는 대상화된 관점의 한계와 “빨간색과 파란색을 혼합하면 보라색이라는 전혀 다른 색이 된다”는 당사자 분의 말씀이 대비되며 그 인식 전환을 위한 의식적 노력의 필요를 다시금 새겼습니다.
<장애인권 영역 업무소개>
8) 외부 일정 동행 - 하은
공통과제였던 피성년후견인 당연퇴직 사건의 변론기일에 동행하였습니다. 과제를 하며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며 주요 쟁점에 대해 다양한 방향으로 고민해보고, 그럼에도 우리 주장에서 문제되는 부분이 무엇이며 어떻게 방어하면 좋을지 깊이 살펴본 뒤에 재판을 나갔기 때문에, 판사님의 질문과 피고 변호인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함께 변론하는 마음으로 방청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직접 준비해본 사건의 기일에 방청을 갈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저희 사건을 기다리며 앞선 사건들의 심리까지 방청하는 동안, 당사자간의 분쟁을 법정에서 사법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각 법조인들이 하는 역할이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전에 제도의 한계에 대해 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으로 사법제도 안에서 당사자 간 분쟁을 해결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가 하게 될 역할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느끼며 법조인으로서 제가 하게 될 일에 매력을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9) 공익변호사 진로 소개
두루의 한상원 변호사님과 홍혜인 변호사님께서 함께해주셨습니다. 변호사님들께서 공익변호사로의 길을 선택하기까지의 각자의 궤적을 먼저 소개해주셨고, 이후에는 시보들의 진로 고민을 중심으로 집단상담처럼 진행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프로그램들이 공익변호사로서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이 시간에는 그 가슴 뛰는 가능성으로 과감히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공익변호사의 진로를 영리변호사와 분리해서만 생각해왔고, 그런 제한적인 고민의 결론은 언제나 경제적 현실에서 멈췄습니다. 마음 한 편 답답함을 계속해서 가지던 중에, 공익변호사의 길을 너무 전형적인 모습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변호사님의 조언은 쌓여오던 진로 고민에 유의미한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공익과 영리도 충분히 조화될 수 있고, 전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유형의 공익변호사가 새롭게 등장해서 이 생태계 자체를 더욱 다양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이라는 말씀에서 오히려 따뜻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직업적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바탕에 깔릴 공익적 사고와 열정임을. 그것들이 꺾이지 않도록 끊임 없이 보살피기로 했습니다.
10) 지역활동 소개
부산에서 활동하고 계신 이주언 변호사님께서 지역을 배경으로 펼치고 있는 활동 사례 등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지역의 공익법 생태계 활성화에 정책적으로든 실무적으로든 관심이 많았던 터라, 변호사님께서 공유해주신 경험과 사례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연구 프로젝트를 매개로 지역 내 여러 주체들과 관계 맺기부터 시작하셨다는 변호사님의 이야기에서 변호사의 모든 역할과 필요도 결국 사람으로부터 나온다는 당연한 본질을 다시 한 번 상기했습니다. 경험해주신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사실상의 미개척지에서 이어가는 수많은 도전들에 너무도 바쁘실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그 기저에 사람을 향한 애정과 관계 에 대한 믿음이 언제나 깔려있으신 것 같아 더욱 존경스러웠습니다.
희망적인 앞날에 대한 이야기 만큼이나 척박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지역사회에서의 인권 의식에 대한 이야기,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사회에서 공익변호사로서의 지속가능에 대한 이야기 등 실제 관련하여 도전할 때 누구나 필연적으로 마주할 고민과 난관을 먼저 겪으시면서 느끼신 점들을 솔직하게 공유해주셨고, 그 도전을 상상하고 있었기에 더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역활동 소개를 하는 이주언 변호사의 모습>
6. 나가며
하은: 두루에서 실무수습을 통해 저는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는 ‘공익변호사’를 상상해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에 저는 공익변호사란 변호인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이들의 개인 구제에 힘쓰는 모습을 가장 주되게 생각했습니다. 그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는 공익변호사님들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되며, 오히려 ‘공익변호사’라는 직업에 더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는 ‘공익변호사가 될 것인지’의 질문에서 벗어나 ‘어떤 활동을 하는 공익변호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어쩌면 ‘나도 정말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두루 변호사님들과 함께 생활하며, 막연하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공익변호사’란 다름 아닌 ‘한 사람’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이 생활하고 웃고 대화하는 평범해 보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제가 늘 꿈꾸기만 했던 더 나은 세상에 다가가는 일을 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도 내가 꿈꾸던 세상을 위한 일을 정말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공익변호사로 활동하고 싶은 열정도 많지만, 제겐 그 결심을 흔드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게 매일 흔들리던 시기에 두루에서 실무수습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 제게 두루는 공익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지평을 활짝 넓혀주었고, 함께 고민하는 소중한 동료들과 선배 변호사님을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두루에서 보낸 2주 간 다함이 없는 행복을 느꼈습니다. 공익변호사라는 활동에 관심이 있어 지금 이 후기를 보고 계신다면, 꼭 직접 경험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코 후회없는 경험을 하게 되실 것입니다.
이처럼 값진 경험을 선물해주신 두루 구성원 분들과 함께한 7분의 시보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후기를 마칩니다. 함께해 주었던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꼭 다시 뵈어요 :) !
태경: 학생으로서 첫 실무실습을 두루로 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학교에서는 체감할 수 없었던 법이 작동하는 실무 현장을 경험했고, 무엇보다 법보다도 더 중요한 사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전반에서 배려해주시고 노력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두루에 계신 모든 구성원 분들의 전문성과 사명감만으로도 충분히 존경스러웠지만, 저희 시보들을 진심으로 대해주시는 태도에서 가장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동등하게 존엄한 사람으로서의 존중이라는,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두루에서 매순간 느꼈고, 스스로 점검하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따뜻한 전문가, 따뜻한 법조인이 가능할까 회의적이던 때도 있었는데, 두루에 계신 여러 선배님들을 보면서 충분히 가능하고 마땅히 지향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한 시보님들께도 감사했습니다. 공통과제 수행 등 과정에서 1학년으로서 배경지식의 부족함을 느꼈고, 1인분 만큼의 도움은 되어야겠다는 자기 압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과정과 논의에서 어려움과 위축됨 없이 함께할 수 있도록 모두가 당연한 것처럼 배려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실제로 다른 시보님들께 지식적으로든 태도적으로든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명의 소외도 없이 모두가 함께 완성한 결과물이었기에 더욱 보람찼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미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는 의식적으로 애쓰지 않아도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채로 실무실습을 시작했던 것 같은데, 끝날 때쯤에는 오히려 힘을 가득 충전 받으며 마무리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두루에서 모두와 함께 맺은 이 인연을 꼭 더 오래 이어가고 싶습니다. 감사했고, 감사하고, 감사할 것입니다!
<실무수습생 단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