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분위기에서 집중하고 있는 열정적인 실무수습생>
국제 영역 - 김재용
두루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난민 인정 제도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수행하면서였습니다. 연구를 수행하며 인천공항출입국ㆍ외국인청의 난민인정심사 불회부결정으로 287일 동안 공항에 체류하며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분투했던 루렌도 가족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이 루렌도 가족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왔던 것이 두루의 변호사님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랬기에 두루에 대한 제 첫인상은 '공익소송 활동에 매진하는 공익변호사단체'로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한국 사회의 난민 인정 제도와 난민으로서의 삶에 대해 더욱 알아가며 공익변호사로서 내가 과연 무슨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장기화되려던 즈음에, 두루에서의 실무수습 공고가 올라왔고, 어떤 열의를 되찾고 싶다는 마음에 고민 없이 지원했습니다. 이번 하계 실무수습을 통해 알게 된 것은, 두루가 공익소송에서의 승소 그 자체보다는 그를 통한 사회 변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소송이나 자문 활동 외에도 공익연구 사업, 다른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 활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공익변호사'보다 오히려 '법률활동가'로 불리기를 원하신다는 두루의 구성원들과 2주를 함께하며, 자신은 무엇으로 호명되기를 원하는지, 또 어떤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를 궁리해볼 수 있었습니다.
실무수습 기간은 크게 강연과 과제 부여, 과제에 대한 피드백으로 흘러갑니다. 그중 강연의 경우 각 영역에 대해 두루가 가진 문제의식과 두루가 함께하는 활동을 소개받는 영역별 강연, 그리고 두루 지역 활동 소개, 공익변호사 진로 소개 등 몇 가지 특강을 듣게 됩니다.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나, 공익변호사로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회의하던 저에게는 특히 홍혜인 변호사님께서 진행하신 공익변호사 진로 소개 특강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다른 동기들에게도 특강이 인상적이었는지, 위기에 처한 당사자들을 도우며 자신이 소진되는 상황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일이 되었을 때 여가를 어떻게 확보하는지 등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졌습니다. 그중 공익변호사로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소통 능력"이라는 답변이 있었는데,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무수습 기간은 두루의 긴밀한 협업 체계를 느끼게 해주었고, 특히 이는 로펌 변호사와의 비교 속에서 등장한 말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로펌 실무수습 자기소개서를 첨삭했을 때, 소통 능력을 강조하는 문단은 꼭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만, 변호사님의 경험에 따르면 오히려 대형 로펌에서 다른 변호사들과 가깝게 소통하며 긴밀한 협업을 이어나가는 일이 드물다고 합니다. 공익변호사에게 소통 능력이 중요한 역량이라는 사실은, 일터가 친밀한 공동체이기를 원하는 저로서는 두루와 같은 공익변호사단체에서의 미래를 그려볼 만큼 매력적인 특성이었습니다.
과제의 경우 1주차에는 공통과제를, 2주차에는 영역별 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두 과제는 공통적으로 두루 변호사님들께서 현재 고민 중인 문제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공통과제의 경우 소년법상 우범소년 규정, 통고 규정에 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황에서 팀을 나누어 청구인, 피청구인 입장의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소년법은 "집단적으로 몰려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이 있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다고 판단되는 10세 이상의 소년에 대하여, 그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보호자 등이 관할 소년부에 통고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통고된 소년은 소년법 제18조의 임시조치에 따라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될 수 있으며, 동법 제32조의 모든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어 최장 2년의 기간 동안 소년원에 송치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청구인 소송대리인의 입장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 명확성원칙, 적법절차원칙 위반과 기본권 침해 등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작성하였습니다. 헌법소원과 관련된 의견서를 작성하는 것은 기본적 사실 관계가 사실상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다른 소송의 경우보다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졌고, 특히나 해당 법률조항으로 인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가 직접 침해된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남았으나, 해당 조항이 다른 조항들과 결합하여 임시조치와 보호처분이 예정되어 있다는 변론을 펼치면 된다는 피드백을 받아 의문을 해결하는 등 변호사님들의 피드백이 의견서를 완성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기존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었던 주제에 관하여 깊은 관심을 가져보면서도, 배웠던 헌법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열심히 타자를 치고 있는 오른쪽 검정티 입고 있는 실무수습생 김재용 님>
국제 영역 개별 과제는 이주구금시설 처우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주로 난민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소송이나 난민 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하는 처분, 강제퇴거명령, 보호명령의 위법성을 다투는 소송에 관심을 가져왔던 터라 실제 난민 신청자가 처하게 되는 이주구금시설의 환경에 대해 상세하게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다른 구금시설이나 해외 사례를 찾아보며 "왜 이러한 처우가 이주구금시설의 경우에도 보장되어야 하는지" 주장의 논거를 세우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단지 '현재 처우가 열악하다'는 호소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실태를 맞닥뜨리고 점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실무수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자아성찰을 취미이자 유일한 특기로 삼고 있는 저는 이런저런 반성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통과제를 수행하면서 먼저 불리할 것 같은 논점들을 피해가려 하거나 어떤 논점에서는 먼저 물러서려 했던 일 같은 것을 떠올렸고, 한 학기 동안 배운 어려운 말들을 하는 법만큼 쉽게 말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루에서의 실무수습을 통해 동료들과 주제에 흠뻑 빠져 함께 궁리하고 나름의 해답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경험하고 왔습니다. 모쪼록 이 후기가 두루와 함께해 보고 싶다는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