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루와 함께한 1학년 겨울방학
이번 겨울방학에 두루에서 실무수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최고의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정의로운 암행어사/사또/판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던 동화를 읽으며 ‘공익’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법조인의 꿈을 키워왔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두루에서의 실무수습 활동은 어린 시절 꿈마저 기억나게 할 만큼 가슴 뛰는 공익활동으로 꽉 찬 시간이었습니다. 공익변호사 활동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고민 말고 지원할 것을 강력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겨울 실무수습은 코로나19로 인해 최소한의 인원만 선발했다고 들었고, 많은 일정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됐습니다. 다만, 원한다면 사무실에 출근해서 앉아있을 수 있도록 인턴실을 마련해 주셔서 종종 나와서 인턴 활동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인턴실에 줄곧 출근하시는 시보님들도 많았는데요, 총 7명의 적은 숫자의 시보님들과 함께 오손도손 보낼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루의 실무수습 선발절차는 다른 로펌들과 달리 학교도 성적도 보지 않고 오로지 자소서로만 평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사진도 첨부하지 않도록 되어 있어서 역시 두루구나-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자소서를 작성할 때는 공익인권에 대한 열정과 사회적 경제 영역에 대한 강한 관심이 있다는 진심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사회적 경제 영역에 실무수습 대상자로 선발되어 2주간의 꿈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2. 활동 내용
두루의 실무수습 과정은 1주차, 2주차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1주차에 영역별 업무 소개를 듣고 공통과제를 작성했고, 2주차에는 영역별로 나뉘어 과제를 작성했습니다.
가. 1주차 활동- 영역별 주요 업무소개
1주차에는 영역별 주요 업무 소개 및 임팩트 소송 특강이 있었습니다. 환경, 국제인권, 사회적경제, 아동청소년인권, 장애인권 총 다섯가지의 영역에서 담당 변호사님께서 주요 이슈들과 과거부터 현재까지 맡고 계신 소송 등 업무를 소개해 주셨으며, 임팩트 소송에 대하여 임성택 변호사님께서 맡으셨던 소송과 그 과정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하나하나 배울 것이 많고, 느끼는 바도 많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다른 영역의 주요 업무 소개와 공통과제는 다른 시보님들께서 자세히 이야기해 주셨을 거라 믿고, 저는 제가 지원했던 분야인 사회적 경제 영역의 주요 업무 소개를 중점적으로 적겠습니다.
사회적 경제 영역의 주요 업무 소개는 이선민 변호사님께서 해주셨습니다. 업무 소개에 앞서, 먼저 ‘사회적경제’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부터 해주셨습니다. 사회적 경제란 단일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정리해보자면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는 경제활동 등으로 정의내릴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협동조합’이 이러한 사회적 경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사회적 기업, 자활기업, 소셜벤처 등이 ‘사회적 경제’ 영역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영리법인과 달리, 이들은 사회적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구성원들 사이에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편, 사회적 경제를 넓은 의미로 이해할 때에는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 경제 조직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의 CSR(기업사회봉헌) 또는 자원봉사 등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사회적 경제가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적 경제의 발달은 시장경제의 효율성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대표적 사회적 기업 중 하나인 ‘베어베터’를 예시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이 본인의 장점을 살려 쉽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발달장애인을 고용하는,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회사’입니다. ‘베어베터’의 운영방식은 기존의 획일화된 경제 활동 구조에서는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던 발달장애인도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애인-비장애인의 장벽을 낮추는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이고 생산성이 증대되는 긍정적인 경제효과 또한 창출합니다. 이는 발달장애인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없었던 환경에서 벗어나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이 되며, 이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하는 자생적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의 변호사의 역할은 생각보다 매우 다양한 업무를 포괄하고 있었습니다. 이선민 변호사님께서는 영리-비영리를 넘나드는 법률자문을 맡고, 사회적 경제 관련 입법활동 및 연구활동 등에도 참여하고 계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특히 법률자문의 경우에는 노동법, 세법, 지적재산권법, 상법 등등 정말 여러 분야의 법률을 검토해야 한다는 사실이 인상깊었습니다. 로스쿨 생활 동안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늘었습니다.
나. 2주차 활동 – ‘사회적 경제’ 영역 개별과제
2주차에는 각 영역별로 개별 과제가 부여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적은 인원을 선발했던 탓에, 사회적 경제 영역에는 저 혼자 뿐이어서 이선민 변호사님과 1:1로 과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받았던 과제는 대표적 사회적 경제 조직 중 하나인 ‘협동조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소비자들이 직접 사업체를 소유하고 조합원이 되어 재화 및 용역의 유통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형태의 협동조합으로, 조합원간 ‘상호성’과 ‘민주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입니다. 생협은 주주 등이 소유자가 되는 영리목적의 사업체와 달리, 소비자들이 소액의 출자금을 내고 소유자(조합원)가 됩니다. 또한, 조합원인 소비자가 주체가 되어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 및 유통 등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사업체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맡았던 과제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협동조합에 관한 법률인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이하 생협법)에 의하면 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사업 중에 하나로 ‘공제사업’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공제사업’이 무엇인지는 저도 이번에 처음 배웠는데요, 간단하게 이해하자면 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을 위한 보험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영리목적의 보험회사들은 피보험자의 보험료를 관리하여 이윤을 남기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면, 협동조합의 공제사업은 조합원들이 스스로 납부한 공제료를 기반으로 조합원들 사이의 ‘상호부조’를 목적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농산물의 생산‧판매를 업무로 하는 협동조합에서는 자연재해 피해로 막대한 손해를 입은 농민 조합원을 위해 ‘상호부조’의 목적으로 공제금을 지급할 수 있습니다. 공제사업은 일반 보험으로 커버가 어려운 ‘복지 사각지대’ 문제를 조합원들 사이의 ‘상호부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며, 일종의 사회안전망을 보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공제사업은 생협법상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협의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하여 사실상 금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상 공제사업 규정 마련이 부족한 상황임”을 들어 공제사업 시행 준비 단계인 ‘정관변경절차’에서조차 공제사업 관련 정관변경을 불허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협법상 공제사업의 관련 규정은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감독에 필요한 기준을 정하여 운영할 수 있음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관련 규정도 마련해주지 않고 허가도 내주지 않아 2010년 생협법 제정이래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제 과제는 공제사업 관련 ‘정관변경인가거부처분’을 받은 협동조합의 입장에서, 당해 처분의 ‘취소 청구의 소’의 준비서면 중 일부를 작성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아직 행정법을 배우지 않아 관련 쟁점을 이해하는 것이 다소 어려웠지만, 이선민 변호사님께서 많은 부연 설명을 덧붙여 주셔서 보다 수월하게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생활협동조합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었던 저에게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3. 마치며
2주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났습니다. 두루에서의 경험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기억이 되었습니다. 실무수습 기간 동안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신 두루 변호사님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두루에서의 경험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법조인이 되겠습니다. 두루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