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로스쿨에 처음 들어왔을 때 법률가라면 당연히 다양한 영역에 대해 많은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학교를 다니며 최대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수업을 듣고 이해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중 가장 먼저 알고 싶은 분야가 공익·인권 분야였기에 1학년 1학기에 「공익인권법」이라는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수업을 통해 감사하게도 여러 공익변호사님들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사회를 이롭게 하면서도 자신들이 하는 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즐기시는 모습을 보며 그 분들이 하는 일을 직접 보고, 듣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공익변호사들의 활동을 직접 보면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인턴을 지원하기까지는 많은 고민들이 있었습니다. 공익변호사를 구체적인 진로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괜찮을까? 공익 분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데 괜찮을까? 등의 고민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기에 더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솔직하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고 감사하게도 선발되어 2주간 두루에서 그간 궁금했던 것들을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2. 활동내용
두루에서의 활동은 공통과제와 영역별 주요 업무 소개 등으로 이루어지는 1주차 활동과 영역별 과제 및 활동을 주축으로 외부 연사 특강, 신입변호사 업무소개 등이 이루어지는 2주차 활동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번 하계 실무수습의 경우 중간에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이 악화되어 2주차부터의 일정 대부분은 줌을 이용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이하에서는 두루에서 제가 경험한 내용들을 다소 나열식으로 정리하여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1주차 활동내용 - 공통과제, 영역별 주요 업무 소개, 임팩트 소송 특강
1주차 공통과제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호 본문 및 제3호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실제로 진행 중인 사건으로 최근에 헌법재판소에서 공개변론을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과제를 하면서 느낌 점은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와 그것을 법률가로서 해결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옳고 그름의 논의는 당위적 차원의 문제로 그저 무엇이 옳은지를 이야기하면 그 지점에서 끝나는 문제이지만, 법률가로서 이를 해결하는 문제는 지극히 현실적인 차원의 문제로 당위적인 주장에서 그쳐서는 안 되고 기존의 법률 해석과 조화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논리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주장하는 것은 쉽지만 설득하는 것은 어려우며, 이를 위한 법률가의 작업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배움에 매진하는 것이야말로 법률가의 숙명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1주차에는 공통과제를 수행하는 것 외에도 두루에서 영역별로 수행하는 주요 업무에 대한 소개 시간, 두루의 이사를 맡고 계신 지평의 임성택 변호사님의 임팩트 소송에 대한 특강시간이 있었습니다. 주요 업무 소개시간을 통해 두루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들과 실제 케이스에 대한 변호사님들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우리사회에 해결할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여러 부분에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을 가지고 인권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어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또한 임성택 변호사님의 임팩트 소송 특강을 통해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률가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전략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법률가는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로스쿨 입학할 때부터 쭉 해왔었는데, 임성택 변호사님의 특강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2) 2주차 활동내용 - 영역별 과제, 외부 연사 특강, 신입변호사 업무소개
2주차에는 영역별 과제를 수행하고,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이신 조진경 대표님,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신 홍수열 소장님의 특강, 그리고 두루의 신입 변호사님이신 이한재 변호사님을 통해 신입변호사의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2주차부터는 조진경 대표님, 홍수열 소장님의 특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정이 줌으로 진행되어서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변호사님들께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애써주셔서 내용적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시간들이었습니다.
2주차의 핵심은 영역별 과제수행이었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사회적기업 클리닉 활동을 하였고, 사회적경제 분야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나름의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사회적경제 영역을 선택하였습니다. 저희에게 부여된 과제는 생활협동조합이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의 종류에 공제사업을 추가하는 정관변경인가를 공정거래위원회가 거부한 것에 대해 정관변경인가거부취소소송 상고이유서를 작성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쟁점이 되는 부분은 정관변경인가를 기속행위 또는 기속재량행위로 볼 수 있는지, 만약 재량행위로 보아야 한다면 비례의 원칙, 평등원칙 등을 위반하여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이번 과제 역시 법률가의 과업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깨달음과 동시에 과제를 수행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하여, 그리고 공제사업이 협동조합운동에 있어 가지는 의의에 대하여도 알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여러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들어만 보았지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했었는데, 이번 과제를 통해 협동조합에 대해 여러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것이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인간 또는 조직의 선의에 기대는 경제이념이 아닌가? 그렇다면 과연 사회적경제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저 작은 소운동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일까? 등의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데, 협동조합에 대해 알아보면서 사회적 경제 역시 제도적 기반을 통해 정착할 수 있고, 협동조합 모델이 미래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던 점에서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사회적 경제 영역 담당 변호사님들께서 과제 부여 후 매일 Q&A 시간을 마련하여주셔서 과제 수행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이후 강평 역시 너무 세심하게 해주셔습니다. 이 글을 빌어 변호사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2주차 화요일에는 십대여성인권센터 조진경 대표님은 10대 아동 성착취에 관한 문제에 대해 특강을 해주셨습니다. 최근 조주빈 사태 등으로 인해 이와 관련된 문제가 사회의 이슈가 되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모색되고 있는 만큼 시의성 있는 주제였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강의를 들으며 제가 그 동안 아동 성착취 문제의 실태와 핵심에 대해 잘 알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께서는 구체적으로 아동 성착취가 일어나는 실제 현실에 대한 내용, 10대 아동에 대한 그루밍 사례, 성매매 영상 등을 보여주시면서 저희들에게 문제상황에 몰입하여 이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셨습니다. 실제와 사례와 영상을 통해 보는 아동 성착취의 현실은 인간의 추악한 단면을 너무 생생히 보여주었고, 그 과정에서 차오르는 분노를 느끼기도 하고, 안타까움에 울컥하기도 했었습니다.
대표님의 강연을 통해 아동 성착취 문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망 시대에 더욱 치밀하고 교묘하게 발전해가는 성착취 범죄의 수법과 가해 집단의 다양화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어두운 단면을 부각시키는 이 문제를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까요? 마땅한 현실적 대안이 생각나지 않아 답답했지만, 그와 관련된 고민을 저에게 던져 준 것만으로도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더불어 아동 성착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즉 아동을 피해의 대상으로 바로보지 못하고 범죄 가담자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2주차 수요일에는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신 홍수열 소장님의 특강이 있었습니다. 홍수열 소장님은 환경과 관련하여 쓰레기의 재활용 및 처리 등에 관한 다양한 문제점과 관련 법률을 소개해주셨습니다. 1주차에 진행된 지현영 변호사님의 환경 영역 업무 소개를 통해 환경 문제에 관하여 먼저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2주차에 홍수열 소장님을 통해 두 번째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시간들을 통해 환경 관련 다양한 문제 상황과 제도의 현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의 경우 환경 문제를 법률가의 문제로 그 동안은 인식하지 못해온 것이 사실입니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환경 영역에서도 법률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환경 문제는 우리가 살아갈 터전에 대한 문제라는 점, 인간은 짧은 세월의 삶을 마치면 사라지지만 환경은 지속하여 후세대들이 계속 이용할 자원이라는 점에서, 환경 이슈야 말로 가장 공익적인 이슈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날인 금요일에는 이한재 변호사님이 두루 신입변호사의 업무소개를 해주셨습니다. 두루에서 업무를 시작하신지 3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정말 많은 일을 하시고 계신 것을 보며 놀라웠습니다. 변호사님께서 그 만큼 공익변호사로서 일하기 위한 준비를 로스쿨 시절부터 꾸준히 해오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과연 나는 나의 진로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3. 나가며
‘나의 배움이 세상에 닿길 바란다’는 말을 로스쿨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적었습니다. 거창하게 큼직큼직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고,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그 공부가 사람들의 삶 한 가운데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같이 소소하게 법률가로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에 선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책보다는 세상을 보고 싶었는데, 그저 책만 보며 로스쿨 생활을 하고 있던 중 우연하게도 두루를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두루에서 2주간의 짧은 시간을 보내었지만, 적어도 앞으로는 책만 보더라도 그 책을 통해 세상을 그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두루 실무수습을 지원하기 전 많은 고민들을 했었습니다. 어쩌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주 간의 시간을 두루에서 보내며 그저 고민에서 멈췄다면 보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처럼 막연하게나마 공익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도 주저하지 마시고 지원하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실무수습을 준비해주신 변호사님들과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함께한 시보님들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