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 전
‘두루’에 지원하게 된 건 친한 선배의 추천이었습니다. 저는 학부 때부터 국제학부를 전공하면서 국제 인권 쪽으로 진로를 잡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배와 진로에 대해 고민 상담을 하던 중 ‘두루’를 추천받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두루’에 지원하면서 다른 공익법 단체와 달리 자소서가 3장이어서 힘겨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루’에는 다른 공익법 단체들과는 달리 국제 분야가 확실히 구분이 잘 되어 있었기 때문에 ‘두루’에 인턴을 꼭 가고 싶다는 간절함 하나로 자소서를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합격 문자를 받고 나서는 열람실을 뛰쳐나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렀습니다. 추천해준 선배에게도 자랑을 하고 사방에 아닌척 자랑도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두루 중
첫 날
첫 날은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였습니다. 전체 일정 소개에 이어서 ‘두루’ 변호사님들과 실무수습생들의 소개가 있었습니다. 2주간 과제시간 제외한 일정은 특강이나 외부활동으로 모두 잡혀있어서 변호사님들께서 얼마나 시간을 많이 투자하셔서 일정을 잡았는지 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후에는 실무수습생들끼리 내규를 정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마한얼 변호사님께서 예전에 정했던 예시들을 주시면서 설명해주시고 저희끼리 정하는 시간을 이틀 정도 주셨습니다. 이런 내규는 처음 정해보기도 하고 정하다보니 법전에 나오는 용어들이 자연스럽게 다같이 나와서 신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실무수습생들끼리 스스로 내부규칙을 정하는 것이 우리들끼리 동기를 부여하고 서로 더 바람직하고 배울 점 많은 수습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든 것 같습니다.
특강
특강은 매일 하루에 1-2개 정도씩 이루어졌습니다. ‘두루’에서의 분야별 특강과 각각의 단체에서 오신 대표님들의 특강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입 변호사님의 특강까지 총 10개의 특강과 1개의 외부세미나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 ‘두루’에서의 분야별 특강
1. 국제 분야
첫 번째로 소개된 분야는 ‘국제’로, 앙골라에서 박해를 피하고 난민신청을 하기 위해서 한국으로 입국하였으나 거부되어 공항에서 체류 중인 루렌도 가족 사안을 위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두루’가 우리나라에서 국제 인권 신장을 위해 실질적으로 하는 업무를 소개받을 수 있었습니다. 루렌도 가족은 운이 좋아 이슈화까지 되어 난민 신청까지 가능하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기에 우리나라의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는 사정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런 국제적인 문제에서 국제기구의 역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도 실무에 있으신 변호사님으로부터 현실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어 실태를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2. 장애 분야
두 번째로는 공통과제 주제로 부여 받은 ‘장애’ 분야였습니다. 테드 강연을 토대로 장애에 대한 편견을 대하는 사람들의 연대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고 ‘탈시설’에 관한 개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장애 학대와 가장 멀어야 할 곳이 실상은 장애인 학대가 만연하고 있다는 것에 충격적이고 놀랐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특강 중에서 변호사님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인 ‘장애가 장애물이 되지 않길’이 참 와닿는 특강이었습니다.
3. 환경 분야
‘환경 분야’와 관련하여서는 여러 영상을 시청하였습니다. 아무래도 환경과 관련된 이슈는 일반적으로 우리의 주변에 가까이 있어 그 외의 시선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시야의 영상을 보는 것이 굉장히 효과적이었습니다. 알아차리기 어려운 부분들을 영상으로 시청하고 관련 설명을 들으면서 특히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우리도 일반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영상을 통하여 생각보다 더 심각한 상황들을 볼 수 있어서 심도있게 생각해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4. 사회적 경제 분야
사회적 경제 분야에선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몬드라곤’을 대표적 예시로 하여 소개해주셨습니다. 사회적 기업 외의 요즘 세대에 떠오르는 기업 형태인 협동조합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었으나 담당 변호사님께서 친절히 개념부터 장단점 및 다른 형태의 기업들과 다양하게 비교하며 설명을 해주셔서 새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5. 아동ㆍ청소년 분야
이 분야에 대해 수용자 자녀ㆍ아동성착취, 탈시설ㆍ청소년 주거권, 징계권ㆍ출생미등록 및 이주 아동 그리고 장애유아에 대한 의무교육의 주제를 각각 간단히 다루었습니다. 원래도 국제 분야를 제외하고는 아동ㆍ청소년 분야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에 따라 깊은 관심을 가지고 본 덕에 새로운 시야로 주제를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고 특히 수용자 자녀와 관련하여서는 그들의 자녀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어떤 위험에 처하는지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6. 소결
분야별로 자세한 설명들을 해주셔서 제 담당 분야가 아님에도 각 분야별로 문제되는 쟁점들과 다양한 이슈들을 접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 특히 기억나는 주제들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그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저 뿐만이 아니라 소소하지만 제 주변인의 시선까지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 이외 특강 및 토론회
1. 임성택 이사님의 공익기획소송(임팩트 소송)
임팩트 소송이란 특히 ‘두루’에서는 공익과 관련된 주제로 하여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회에 영향력을 주기 위한 소송입니다. 특강에서 소개해주신 사안은 일반 사람들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장애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떠한 불편을 겪는지 단적인 예를 통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임팩트 소송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해보면서 변호사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여파를 만들어내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배운 것 같아서 공익 변호사로서의 역할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2. ‘2020 예비법률가 공익인권프로그램 기획토론회: 구금시설의 인권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두루의 강정은 변호사님을 포함한 공익변호사님들의 토론회를 통해 구금시설의 실태에 대해 들을 기회도 있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여러 전문 변호사님들께서 구금시설에 대해 서로 다른 주제로 발제를 하셨는데, 외국인∙아동 등의 다양한 구금시설들의 인권실태를 알 수 있어서 한 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도 다시 한 번 제가 사회적 약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3.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님
이 특강의 주제는 10대 성착취에 관하여 피해자으로부터 가해자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실제 사례를 통하여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사태를 직접적으로 사례를 접하면서 충격을 많이 받고 화도 많이 났던 것 같습니다. 요즘 세대에는 예전보단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심지어는 더욱 다양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아동 및 십대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에 이슈가 된 N번방 사태를 보면서 일이 터진 그 당시 뿐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4.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의 홍수열 소장님
이번 순환자원에 관한 특강은 쓰레기가 분리수거를 통해 순환자원이 될 필요성이 있는지와 쓰레기가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환경에, 특히 동물들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쓰레기 분리수거는 어느 나라보다도 한국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세한 부분에서는 환경에 많은 악영향을 끼쳤고 그 때문에 생태계가 많이 파괴되고 이는 이제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장님께서 언급하신 순환 자원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극대화되어 인식되었던 것 같습니다.
5. 신입 공익 변호사 이한재 변호사님
마지막 날 특강으로는 두루의 신입변호사님이신 이한재 변호사님께서 공익 변호사로서의 생활을 말씀해주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반 변호사로서가 아니라 공익 변호사로서 공익 증진을 위하여 어떻게 활동이 다른지 설명해주시고 공익 변호사로서 처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는 신입 변호사님의 생활을 직접 들음으로써 나도 만약에 공익 변호사로 시작했을 때에 대한 간접 체험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본인의 입장에서 듣는 업무 설명은 생각보다 다채로웠습니다. 그래서 상상했던 것보다는 더 다양한 업무에 한편으로는 설레면서도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일의 양을 듣고 걱정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6. 소결
분야별 특강만큼이나 외부특강과 토론회는 굉장히 관심을 끌었던 것 같습니다. 학부나 법전원에 있으면서도 막연하게 공익을 위해서 일하고 싶다고 했던 것이 이번 특강들을 통해서 진로로 삼고 싶은 분야를 구체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제
- 공통 과제
1주차 공통 과제는 장애인활동법 소송을 주제로 강정은 변호사님과 이주언 변호사님의 설명을 듣고 수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기록을 토대로 위 사건들의 위헌법률제청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 과제였습니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을 다루는 것이어서 답이 정해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생각해보고 서문을 현출해나가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또한, 공통 과제이다 보니 같이 인턴실을 쓰는 다른 실무수습생들과 관련한 내용에 관하여 토론도 하고 생각도 나누면서 몰입도 높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과제 제출 이후에는 전체 강평 시간과 개별 강평 시간이 따로 있었습니다. 담당 변호사님께서는 전체적인 설명과 함께 공통적으로 나왔던 구조적 또는 내용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주셨습니다. 또한, 정식 서면에는 적지 않으셨으나 저희가 적은 내용도 언급해주시면서 생각해볼 점도 환기해주셨습니다. 개별적 강평으로는 저희가 실제로 쓴 답안을 토대로 더 발전할 수 있는 점을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실제 서면은 처음으로 제대로 써본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정보를 알고 있어도 설득력있는 서면을 작성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같이 실무수습을 하는 인턴들과 적극적으로 토론하며 며칠 동안 서면을 작성하고 제출하면서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개별 분야 과제: 국제
두번째 주에는 각 분야별로 과제를 부여 받았습니다. 두루에서는 인턴들의 선호도를 고려하여 각자 원하는 분야에 배정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 분야인 ‘국제’에서는 난민들이 난민심사에서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으로 과제를 부여 받았습니다. 국제 분야의 과제를 부여 받으면서 느꼈던 점은 학교에서 수업을 들었어도 전체적인 내용을 배우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을 아무래도 알기 어려운데 이런 과제를 통해서 실제 법률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사례를 통해 이런 한계를 깨닫고 이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드는 역할을 맡아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그 이후 담당 변호사님들과 함께 국제 분야 회의를 여러 번 가지면서 중간 검토를 거치며 과제를 수행하였습니다. 국제 분야의 다른 실무수습생분과 함께 주말동안 난민법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아무도 연구하지 않은 방향으로 새로 생각을 시작하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으로는 난민신청 과정 중에 대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조서의 열람ㆍ등사권에 대해 올릴 질문을 구체화하고 관련하여 쓸 이슈레포트를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난민 신청 중에 변호인의 조력권이 있음에도, 또 조서의 열람ㆍ등사권이 난민법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보장받지 못하는 난민들에 관하여 그들이 침해받는 구체적인 권리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아직은 제대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은 분야라서 자료가 없어서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변호사님들의 조언으로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었습니다.
2번째 주부터는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재택근무가 많아져 과제의 많은 시간은 자택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따라서 국제 분야 회의는 담당 변호사님들과 함께 자택에서 ZOOM으로 진행되다보니 여러모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하여 재택근무로 전환된 만큼 오프라인으로 과제를 수행하는 것보단 한계가 있었지만 국제 분야에 관하여 공익 변호사님들께서 하시는 일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마지막 분야별 강평때는 다행히 결과물이 나쁘지 않아서 변호사님들께서 조금 수정할 부분을 알려주시고 두루 홈페이지 게시를 권유하셨습니다. 저희는 부끄러운 마음에 약간의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하여 승낙하였던 것 같습니다.
- 소결
언제나 답이 있는 문제를 풀고 서면을 작성하였었는데 답이 없는 문제를 풀고 서면을 작성해보는 경험은 색다르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또한 개별 과제도 단순한 서면 작성이 아니라 실제로 변호사님들과 협업의 과정을 통하여 실질적인 일을 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고 법전원에서의 힘든 삶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두루 후
코로나 사태 확대로 인하여 2주차에 특강을 제외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였다거나 국제 분야 회의를 온라인으로 진행했어야 한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덮을 정도로 2주 동안에 만난 변호사님들, 같이 한 실무수습생들과 함께 한 인턴 생활이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다고 생각했습니다. 답변만이 아닌 서면을 쓰는 법을 배우고 리서치 능력을 향상시키고 협업하는 법을 익힐 수 있었고, 여러 특강과 변호사님들과의 교류를 통해 막연하게 국제 분야가 아니라 제가 어떤 구체적인 인권을 위해 일하고 싶은지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의미있었습니다.
이번 인턴의 가장 중요한 워딩은 ‘깨달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인턴을 간다고 들떠있었을 때와는 다르게, 인턴 기간이 끝난 후에는 법조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책임의 막중함과 지금 이상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