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 영역 실무수습생 김영주, 최인영님 사진>
1. 지원동기
인영: 로스쿨에 들어와 법을 배우면서, 저는 항상 판례의 문구 뒤에 가려진 ‘사람’의 얼굴을 궁금해해왔습니다.
이익형량의 대상이 되는 ‘권리’들과 ‘구체적 사정’들이 누군가의 일상이자 생존이라는 것을, 자꾸만 잊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로스쿨에서
하고 있는 공부와 스스로의 지향점 간에 괴리가 생기고, 공부가 점점 힘들어져 갔습니다. 실무수습은 꼭 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삶에 공명하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두루가 장애, 아동·청소년, 국제인권
등의 영역에서 만들어온 유의미한 변화를 직접 곁에서 보고 듣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두루에 지원하였고, 감사하게도 2주라는 소중한 시간동안 제가 공부하는 법으로 우리의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과 함께 공익 변호사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영주: “하나의 달은 수천 개의 달을 비춘다”라는 문장을 좋아합니다. 로스쿨 준비 과정 중 제게 가장 고역이었던 것은 리트나 토익 시험보다도 자기소개서 ‘지원동기’ 항목 작성이었습니다. 별다른
사연이나 특별한 경험이랄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하나의
달이 수천 개의 강을 비추듯 제가 가진 힘으로 세상에 변화를 일으켜보겠다는 의지가 저의 인생을 관통했습니다. 그리고 ‘법’은 그러한 변화를 만드는 데 제가 활용할 수 있는, 활용해야만 하는 수단이라 생각했습니다.
로스쿨 지원동기를 고뇌해둔
것이 무색하게도 입학 후에는 당장 눈앞의 민법·형법·헌법
공부에 몰두해야 했습니다. 판례 검토까지 남이 정돈해 준 문장을 그대로 외워야 했고, 판례와 다른 생각은 사치였습니다. 그러던 중 ‘정신장애와 법’ 과목을 수강했는데,
그저 수긍해야만 했던 법률과 판례에 ‘토’를
달 수 있는 것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종강 후에도 여전히 산재해있는 불합리한 조항들에 미련이 남아있던
중, 두루가 국가공무원법 제69조 제1호 당연퇴직규정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냈다는 뉴스를 접했습니다. 경외심과
함께 뉴스 속의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습니다.
2.
과제 – 인영
2-1 공통과제
공통과제는 피성년후견인
공무원 결격조항이 위헌판정을 받음에 따라, 기존 제기되었던 피성년후견인 임금청구소송에 명예퇴직금을 함께
신청하기 위하여 해당 소송의 청구취지를 변경하는 ‘청구취지변경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로스쿨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관계와 법리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처음에는
많이 어렵기도 했지만, 변호사님께서 질의응답에 답변해주시고 실무수습생들끼리 법적 쟁점에 관한 토론을
거치는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법리를 함께 고민해나가는 과제를 받아, 성년후견제도나 명예퇴직제도에 관한 판례와 규정을
더 깊게 이해하며 읽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특히 로스쿨에서 배웠던
행정소송에서의 ‘처분’의 개념, 민법상의 부당이득 혹은 불법행위 등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법리들이 실무에서는 당사자의 삶에 영향을 주는 소송에서
매우 중요하게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요건 하나하나, 판례의
기준 하나하나를 주어진 기록을 바탕으로 주장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2-2 장애영역과제
장애영역의 과제는 발달장애
아동의 강제전학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취소소송의 소장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변호사님들께서 과제를 설명해주시는
과정에서, 주어진 기록 너머의 것들에 대해서 더 고민해볼 만한 단서를 던져주신 덕분에 장애아동의 권리와
장애 특성을 반영한 교육 제도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소장에서 함께 다루어볼 수 있었습니다.
소장 작성은 사회현상을
바라보는 세심한 눈을 기르는 연습이 되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사건은 아동이 교사에 대하여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하여 징계처분을 받은 ‘단순한 사건’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 이면에는 장애아동의 ‘도전적 행동’에 대한 이해와 고려가 없는 징계절차, 아동와 교사의 권리를 대립구도로
만드는 불합리한 교육현장, 그 모든 과정에서 학습권을 박탈당하는 장애 아동 당사자의 삶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불합리함을 지적하기
위하여, 변호사는 당사자에게 필요한 것과 이 사건에서 실질적으로 침해되는 권리에 대하여 법의 언어로
날카롭게 지적해야 함을 배웠습니다. 법률·시행령·시행규칙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더 나아가 장애인권리협약이나 장애아동권리협약
등의 국제규범을 공부하면서 이를 소장에 적절히 녹여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글쓰기를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변호사님들의 세심한
과제 강평을 들으면서, 당사자의 관점으로 재판부에 처분의 취소를 주장하는 변호사의 입장에서 소장을 작성한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를 어렴풋하게나마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소장에 당사자나 상대방을 어떻게 칭할지, 사실관계는 어떻게 서술할지, 특정 용어에 대하여 어떻게 재판부에게
설명하여야 하는지 등 큰 고민 없이 사용했던 단어 하나하나까지도 사실은 당사자를 위하여 무엇이 더 좋은지에 대한 고민 위에서 작성되어야 함을 배웠습니다.
변호사님들께서 저희가
더 많이 배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질의응답에 응해주시고, 세심하게 과제 강평을 작성해주시며 함께 고민해나가는
과정이라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많은 것을 얻어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3.
과제
외 활동 – 영주
3-1. 특강
과제를 작성하는 시간
외에, 총 다섯 번의 특강이 진행되었습니다. 공익 변호사를
꿈꿔본 분들이라면 ‘무력감’에 대해 겪어본 적이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공익 변호사가 되어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나 자신을 상상해 볼 때면, 계속되는 개별 소송과 그럼에도 큰 궤도는 바뀌지 않고 돌아가는 세상의 이미지로 끝을 맺곤 했습니다. 두루에서 준비해 주신 각 특강에서는 개별 구제에 국한되지 않고 공익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배웠습니다.
1) 임팩트 소송
두루의 이사이신 임성택
변호사님께서 진행해주신 ‘임팩트 소송’ 특강에서는 개별 권리
구제를 넘어 사회에 임팩트를 가져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임팩트 소송에 대해 배웠습니다.
소개해주신 여러 임팩트
소송 중에서도 ‘탈시설 소송’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인권을 침해하는 시설이 아니라 ‘모든 시설’에 대한 소송임을 시사하고 싶었기에, 학대 등 직접적인 인권침해가
없는 시설을 선택하였다고 하셨습니다. 시설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를 강조하여 탈시설에 방점을 찍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임팩트 소송이 공익기획소송이라고도 불리는 만큼, 얼마나 치밀하고 전략적이어야 하는지 실감했습니다.
소송 후 자립한 원고가
창작한 시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따뜻한 말을 노래하는 시였는데, 저에게는
마치 소리치는 것과 같이 강한 메시지가 느껴졌습니다. “의식주만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가”하는 사람들에게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당사자들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시민으로서 권리가 있는 주체임을 외치는
것만 같았습니다.
두루 장애 인권 영역에서
활동 중인 정다혜 변호사님께서는 실무수습 당시 특강으로 들었던 ‘모두의 영화관’ 소송을 두루의 구성원이 되어 이어나가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 역시
특강에서 소개해주셨던 임팩트 소송 중 하나를, 혹은 새로운 임팩트 소송을 기획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일이 잦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책임
녹색전환연구소의 지현영
변호사님께서 진행하신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책임’ 특강에서는
환경 영역에서 공익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배웠습니다. 환경 영역은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려 보기가 가장 어려운 영역이었습니다. 구체적인 당사자가 있다기보다는 전세계인을 조원으로 하는 ‘조별과제’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후위기는 사회적 약자에게 그 피해가 더 크기에 인권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당사자가 없는 일이 아님을 절감했습니다.
특강을 통해 ESG 생태계는 국내 법무법인에서도 주요한 테마로 부상하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법조인으로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개척해나가고 있으셨습니다. 환경
영역에서 한 명의 개인으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법조인으로서 ‘조별과제’에 기여할 수 있다는 효능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현영 변호사의 기후위기 시대 기업의 책임 특강>
3) 아동사법
‘아동사법’ 특강에서는
소년사법 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으신 엄선희 변호사님께서 소년사법절차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변호사가 할 수 있는 고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특강은 두루에서 제작한 ‘소년보호사건 법률지원 메뉴얼’을 배부해주시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두루에서 이렇게 여러 책자를 제작하여 관련 분야에서 활동할 변호사님들을 위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해당 메뉴얼은 향후 변호사가 되어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아 소중히 간직했습니다.
특강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근 뜨거운 감자였던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아동·청소년 영역에 관심이 있는 시보님들과 함께 소년사법에 대해 전문적인 경험이 있으신 변호사님의 고견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엄선희 변호사의 아동사법 특강>
4) 공익변호사 진로 소개
로펌의 형사그룹에서
근무하다가 두루의 구성원이 되신 홍혜인 변호사님께서는 신입 변호사로서의 진로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로스쿨
시절부터 공익 전담 변호사에 이르기까지의 경험을 내밀하게 들으면서, 마치 선배님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깊이 와닿았습니다.
다른 로펌에서 근무한
후 공익 전담 변호사가 되신 경험을 말씀해주신 덕분에 공익 변호사가 되는 데는 다양한 경로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홍혜인 변호사님만의 경로를 들을 수 있었기에 더욱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5) 지역활동 소개 (부산)
부산에서 지역 인권
활동을 하고 계신 이주언 변호사님께서 공익 변호사의 지역 활동에 관하여 소개해주셨습니다. 그동안 부산에는
공익 전담 변호사가 단 한 분이었다는 말씀을 듣고 지역 공익생태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막연히 ‘공익 변호사가 되어야지’라고만 생각해왔는데, 공익 변호사의 길에 대해 진정으로 깊이 고민한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서울에 있는 두루의
안정적인 사무실을 떠나 부산에서 험난한 길을 개척하고 계시는 변호사님의 용기에 자극을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주언 변호사의 지역 활동 소개 >
3-2. 영역별 소개
영역별 소개는 ‘두루’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두루 변호사님들께서 아동·청소년 인권, 국제 인권, 사회적 경제, 장애
인권의 영역으로 나누어 두루가 해오고 있는 일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강연은 주로 각 영역에 대해 두루가
가지고 있는 지향점과 함께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오셨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강연 내내
모든 시보님들이 매순간 경청하였고 질의응답 시간에는 질문이 너무 많아 강연시간이 매번 빠듯할 정도였습니다.
두루 사무실에서 마주치면
그저 따뜻하게 인사해주시던 변호사님들께서 얼마나 치밀하고 전문적으로 노력하고 계신지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모든
변호사님들께서는 두루에서 하는 일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그 마음이 강연을 통해 전달되어 모든 실무수습생들이 일선 현장에서의 생생한 경험과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연을 하고 계시는 변호사님의 모습에 변호사가 된 제 모습을 겹쳐보기도 했습니다. 저를 비롯한 모든 실무수습생분들이 공익 변호사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4. 마치며
인영: 실무수습이 벌써 끝났다는 것이 많이 아쉬울 정도로, 두루에서의 2주는 소중한 경험을 많이 쌓고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2주간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저희를 대해주신 두루의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과제와 강연, 특강 등에서 배운 수많은 내용들만큼이나, 평등하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구성원 분들의 노력이 공익변호사로서 가져야 하는 삶의 태도로서 저의 마음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두루에서의 2주를 남은 로스쿨 생활의 원동력으로 삼아서, 더 나은 법조인이 되고자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끝으로, 로스쿨에 저와 비슷한 형태의 고민과 마음가짐을 가진 동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기꺼이 그 마음을 나누어준 동료 실무수습생들에게, 함께해서 즐겁고 따뜻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주: 두루를 떠나 학교로 복귀한 지금도 두루의 여운에 젖어 있습니다. 과제나 특강 시간 외에도 두루 구성원분들, 그리고 실무수습생분들과 대화를 나누는 순간순간이 저에게는 배움과 자극의 시간이었습니다. 2주 동안 매일 학교에 돌아가서 로스쿨 동기들을 붙잡고 ‘오늘 두루는 얼마나 멋졌는지’ 무용담을 풀어놓곤 했는데요, 남은 1년 반의 로스쿨 생활 중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두루에서의 2주를 닳고 닳을 때까지 꺼내 볼 것 같습니다. 글을 마치려니 2023년도 두루 실무수습을 하루 앞두고 잔뜩 긴장하며 실무수습 후기 페이지를 둘러보던 제가 생각나네요. 내일 두루 실무수습을 앞둔 로스쿨생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안심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 준비물은 노트북, 텀블러, 필기도구, 충전기, 신분증으로 충분했고 알람만 맞춰두시면 됩니다!
두루 구성원분들 그리고 함께한 2023년 하계 실무수습생분들 감사합니다. 존경합니다.
<실무수습생과 두루 구성원 단체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