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원동기
상철: 중학교 때부터 공익변호사가 되겠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공익변호사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일하는지는 잘 몰라 항상 궁금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중에는 실무수습을 통해 공익변호사 단체에서의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장애인권 영역에 관심이 많은 저였기에 ‘1층이 있는 삶’ 프로젝트 등에서 이름을 자주 접했던 사단법인 두루의 활동을 꼭 겪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두루에서 실무수습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혜린: 학부생 때부터 배리어프리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배리어프리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얘기를 나누면서 ‘모두의 영화관 소송’과 두루의 이름을 처음 접했습니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나도 저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법조인이 돼야지’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나서 일반 로펌의 변호사와 공익변호사의 실무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으나 정작 공익변호사 실무가 어떤지 배울 기회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실무수습 기간에는 꼭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곳에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여러 배리어프리 프로젝트로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두루는 저의 ‘원 픽’이었고 영광스럽게도 이번 실무수습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2. 공통 과제 및 영역별 과제
가. 공통 과제: 헌법소송 모의재판
상철: 첫날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곧바로 모든 실무수습생이 함께 준비하는 공통 과제를 부여받았습니다. 외국인 보호제도에 있어 기간 상한이 없는 것의 위헌성을 다투는 헌법소송이었습니다. 뽑기를 통해 합헌팀에 소속된 후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합헌팀 팀원들과 함께 일주일을 함께 보냈습니다. 모두발언과 질의응답, 최종발언의 내용을 꾸려가면서 위헌팀을 포함하여 유능한 팀원분들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자료를 꼼꼼히 보는 능력, 사실 여부를 점검하는 능력, 당연하다 여기는 것에 질문을 제기하는 능력 등 제게 부족한 점이 참 많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모의재판 당일에 재판부 역할을 담당해주신 변호사님들께 질문과 피드백을 받으면서, 훌륭한 변호사로 가는 길은 참 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준비한 내용 자체에 대한 지적뿐만 아니라 재판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해 알려주신 점들이 하나하나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나. 영역별 과제: ‘1층이 있는 삶’ 소송 준비서면 작성
상철: 모의재판 과제가 끝난 뒤에는 곧바로 소속 영역별로 팀 과제가 부여되었습니다. 제가 지원했던 장애인권팀의 과제는 ‘1층이 있는 삶’ 소송에서 대한민국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하여 관련 법리에 도전할 아이디어를 준비서면의 형태로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까지 법학을 공부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판례는 주어진 것, 외워야 할 것, 맞추어 답을 써야할 것으로 받아들였었습니다. 하지만 팀 과제를 수행하면서는 기존의 판례가 변화해야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고민하게 되니, 그 모든 과정이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공익변호사는 인권과 사회변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이미 확립된 판례에 기꺼이 부딪힐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이 기억이 났습니다. 반드시 공익변호사에게만 요청되는 자질은 아닐 것이나, 제가 꿈꾸는 길에는 특히 이 같은 각오가 필요한 때가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 막막한 마음과 함께 동기 부여가 되었습니다. 그런 각오를 품고 사는 법률가가 저의 직업이 되기를 바랐기에 예전부터 공익변호사를 선망하고, 공익변호사를 진로로 삼았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출한 과제를 진지하게 읽어주시고 관련된 고민을 나눠주시는 이주언 변호사님의 말씀을 들으면서는, 어서 변호사로서 함께 고민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 인상깊었던 과제 외 활동들
혜린: 모든 활동들이 유익하고 좋았지만,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과제 외 특강이나 활동에 관해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임팩트 소송’ 특강 중 임성택 변호사님께서 ‘공익소송은 이기는 소송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해주신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사회 담론을 촉발시키기 위하여서‘만’ 질 소송을 하는 것은 국가가 소송계속중임을 이유로, 공익소송이 패소했음을 이유로 어떠한 권리 보장 조치도 하지 않는 위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 공익소송은 패소를 감수하고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특강을 통해 공익소송에서의 승소의 필요성과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이한재 변호사님의 ‘신입 공익변호사로의 길’ 특강도 좋았습니다. 상철 시보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공익소송에서는 확립된 판례나 이미 견고한 법령 해석의 틀을 깨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때문에 어떤 사건을 찾아 문제 제기를 할 것인지, 판례 문언의 어느 부분까지를 비판의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설정하는 ‘기획’ 역시 중요한 업무 내용이 된다는 이한재 변호사님의 말씀에 느끼는 바가 컸습니다. ‘공익변호사는 도전적인 내용을 세심하고 신중한 태도로 풀어가야 하는 직업이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공익변호사가 가져야 할 책임감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재판 방청을 갔던 것도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실제 행정소송 심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방청이 끝난 후엔 엄선희 변호사님으로부터 각 관심 분야에 따른 여러 공익변호사 네트워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네트워크 안에서 당연하다거나 관행적이라고 생각되는 어떠한 현상에 대해 ‘그것이 진정 괜찮은가?’ 물음을 제기하고, 이를 법률적인 관점에서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난다는 것에 감동을 느꼈고, 일과 삶 어느 영역에서나 고민을 멈추지 않으시는 변호사님들에 대한 존경심도 느꼈습니다.
4. 나가며
상철: 과제 수행, 영역별 소개 강의, 특강, 재판 방청 등 모든 활동이 너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장애인권팀에 속하신 변호사님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도 참 소중했습니다. 언제나 밝은 미소로 맞이해주신 모든 두루 구성원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마지막 간담회 자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실무수습생들을 언젠가 현장에서 만날 예비 동료 변호사로 봐주신다는 느낌을 받아 정말 좋았습니다. 그 덕분에 ‘나는 무엇을 위해 법학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다시금 가슴속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머지않은 날에 부끄럽지 않은 실력을 갖춘 공익변호사로 다시 뵙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멋있고 유능한 동기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며 글 마치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혜린: 두루에서 너무나도 소중하고 행복한 2주를 보냈습니다. 실무수습의 모든 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녁, 이유 모를 헛헛함도 있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의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하겠구나’ 하는 확신을 얻었다는 생각에 충만함을 느꼈습니다.
두루는 제가 어떤 자질을 갖춘 사람인지 평가하는 곳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모든 구성원을 궁금해하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따뜻하고 수평적인 공간이었습니다. 두루에서의 추억을 원동력 삼아, 남은 법학전문대학원 생활을 힘내서 완주해보겠습니다.
장애인권 영역의 이주언, 정다혜, 한상원 변호사님과 다른 모든 두루의 구성원 여러분, 그리고 2주간 함께 웃고 고민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동기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실무수습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