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원동기
준영: 두루가 루렌도 가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난민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3년 전 여름, 대학생이었던 저와 친구들은 난민인권을 주제로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가 보았던 것은 부당함, 우리가 할 수 있던 것은 오직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느꼈던 것은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믿음과 저편에 숨겨둔 무력감이었습니다.
3년이 지나 로스쿨 2학년이 된 저는 1학기 리걸클리닉에서 이상현 변호사님과 함께 난민면접조서 복사신청사건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는 3년 전의 아쉬움을 떠올리며 주저하지 않고 참여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어떻게 하면 그 법리를 깰 수 있을까, 몇 주간은 그 고민만 했습니다. 물론 작성하더라도 변호사님이 손을 보시겠지만, 어쨌든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습니다.
걱정이 많았지만 예상 외로 변호사님께서 너무나 좋은 평가를 해주셨습니다. 많이 어떨떨했습니다.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그 안도감이 마음을 뭉근히 울렁거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이 경험은 막연히 공익변호사라는 꿈을 꾸며 걸어가고 있는 제게 어두운 동굴 속에서 비치는 한 줄기의 빛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는 그 빛을 좇아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일을 다루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겠다는 확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두루의 변호사님들이 삶을 살아가는 자세가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게 될 동료 분들은 어떤 꿈을 꾸고 살아가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 궁금증을 풀고 행복을 찾기 위해 두루 실무수습에 지원했습니다.
혜민: 공익과 인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로스쿨에 진학했지만, 정작 입학 후에는 학교 공부에 치이느라 제가 왜 법학도가 되기로 했는지 종종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기억의 저편으로 흐려져갈 뻔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유지시켜준 것은 학교 공익인권법학회였습니다. 저는 공익인권법학회 활동을 할 때 가장 행복했고, 그런 저 자신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공익변호사단체에서 실무수습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여러 공익변호사단체들 중 두루에 지원했던 것은 공익활동에 대한 두루의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대형 로펌들이 설립한 공익변호사단체들 중에서도 조직의 규모, 활동 영역의 다양성, 활동의 적극성 등 여러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두루는 공익활동에 진심일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두루처럼 공익활동에 진정성이 있는 조직, 공익활동에서 삶과 일의 의미를, 동료들에게서 행복을 찾는 조직에서 일을 배우고 싶어서 두루의 실무수습에 지원했습니다.
2. 과제 : 준영
과제는 1주차 공통 과제와 2주차 영역별 과제로 총 2개가 주어졌습니다.
2-1. 공통 과제
실무수습 첫 날에 부여된 1주차 공통 과제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 제1항 위헌제청 모의재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우리는 악명 높은 외국인보호소 안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쇠창살 안에서 많은 사람들은 수감복 같은 옷을 입고 정해진 하루 일과에 따라 통제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송환할 수 없는 자들은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무기한으로 가두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아동을 가두었고 부당함을 호소하는 사람을 고문까지 하였습니다.
많은 문제들을 보았지만, 우리는 보호기간의 상한이 정해지지 않은 점만을 쟁점으로 다루어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김지효, 김현근 시보님과 함께 위헌 팀이 되어 준비했는데,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2개의 합헌 결정, 그리고 이주민을 바라보는 편견을 이겨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하루 종일 같이 고민하는 팀원들과 우리의 고민을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도와주신 변호사님들 덕에 조금씩 생각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합헌 팀과도 꾸준히 각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공유하면서 논의를 풍부하게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모의재판 당일 우리는 준비한대로 재판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정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없이 끝나버렸습니다. 끝나고 나니 잘한 점도 보였지만, 사실은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변호사님들께서 구체적으로 피드백해주신 덕에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정확히 알 수 있었고, 아직 로스쿨생인 지금에 고쳐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기뻤습니다.
2-1. 국제영역 과제
국제영역의 과제는 공항 출국대기실에 관한 실태조사의 일환으로 법무부 측에 서면으로 질의할 사항을 작성하는 과제였습니다. 실무수습 기간 중인 2022. 8. 18.에 출국대기실 운영 규칙이 새롭게 시행되는 것에 맞추어, 시행 이후 출국대기실의 실태를 조사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문제를 파악하고자 함이 목적이었습니다.
가본 적도 없는 일종의 ‘구금시설’을 상상하며, 그곳의 문제를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질문을 생각하는 것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조금은 낯선 업무였던 탓에 처음에는 부족한 면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이상현 변호사님께서 전략적으로 질문하는 법이나 얻고자 하는 정보를 명확하게 얻어낼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시면서 조금씩 더 나은 질문들이 나왔습니다.
물론 우리의 과제가 실제 출국대기실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으실 분들을 조금이나마 돕기 위한 것임을 생각했을 때는 결과물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남은 것은 고민을 함께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떠올리게 해준 정혜민 시보님과 이상현 변호사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입니다. 함께 과제를 수행하면서,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기 위해서는 실제 당사자의 시선에서 출발하여 사소한 문제들까지 추적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3. 과제 외 활동 : 혜민
이하에서는 실무수습 중에 진행된 과제 외 활동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소감을 밝히고자 합니다.
3-1. 내규 작성
두루 실무수습에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활동 중 하나는 내규 작성입니다. 실무수습 첫날, 마한얼 변호사님 주관 하에 상대방이 미리 알고 주의해주었으면 하는 내용을 담은 ‘자기 사용설명서’를 공유하고, 구성원 모두에게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내규로 빚어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조직은 조직 문화부터 인권친화적이어야 한다는 이상을 잘 구현해주신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시보님들께 도움이 될까 하여 저희의 내규 작성 경험을 간단히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내규 작성시 가장 고민하게 되는 지점은 업무 시간 중 경어(존댓말)/평어(반말) 사용 여부입니다. 저희는 경어 사용을 원칙으로 하기는 했지만 친해지는 데 특별히 문제는 없었고, 실무수습 종료 후에는 말을 모두 놓기로 하여 현재까지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3-2. 영역별 업무 소개
두루 변호사님들께서 진행해주신 영역별 업무 소개는 단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각 영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교육은 장애 영역, 국제 영역, 아동 영역 순서로 이루어졌습니다. 국제팀 소속이었던 만큼 김진 변호사님께서 진행해주신 국제 영역 업무 소개를 특히 관심 있게 들었습니다. 국제인권법이 국내 법원에서 지니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공익변호사가 실무에서 어떻게 국제인권법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영역별 소개 외에도, 이한재 변호사님께서 신입 변호사로 활동하셨던 경험을 생생하게 공유해주신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익변호사로서의 진로 탐색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실용적 정보도 함께 소개해주셨는데, 앞으로 공익변호사 진로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3-3. 특강
실무수습 기간에는 지평 변호사님, 사회적 기업 대표님, 인권단체 활동가님 등 다양한 분들의 특강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임성택 변호사님의 임팩트 소송 특강이었습니다. 공익변호사가 소송을 통해 사회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한다면 사안을 선정하고 원고 및 피고 선정, 근거 조문, 청구 취지 등을 결정함에 있어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하며, 그렇기에 공익변호사의 소송 업무 중 ‘기획’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특강을 들으면서, 일전에 “이기기 어려운 싸움에도 망설이지 않고 나서는 공익변호사”의 모습을 멋지다고 생각하던 저에게 공익변호사님들께서 지나친 낭만화는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 조언의 의미를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임성택 변호사님의 특강을 들으며 “망설임은 현명함의 증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려면, 그냥 유능한 공익변호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3-4. 재판 방청
외부 활동으로 갔던 재판 방청 또한 실무수습을 하는 입장에서는 깊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집행정지 심문기일이라는 특성상 비교적 역동적으로 공방이 이루어졌고, 재판에 참여한 원고 측과 피고 측 모두 적극적으로 각자의 입장을 소명하였습니다.
해당 재판은 장애 아동과 관련된 사안을 다루었습니다. 재판이 끝나고, 변호사님께서는 사안의 사실관계와 쟁점, 소송을 통해 목표하는 바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주셨습니다. 변호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장애인과 아동에 차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 구조의 교차 속에서 장애 아동의 교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적 자원의 투입 증가뿐만 아니라 문제 상황에 대한 섬세한 접근, 동료 시민들과의 긴밀한 소통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4. 나가며
준영: “금성이든 달이든 상관없어. 하지만 저건 금성이 맞아. 왜냐하면 내가 잠깐 금성에 다녀왔거든.”
초등학교를 다닐 때, 푸른 하늘에 달을 보면 항상 저것은 금성이라고 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나는 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친구가 실망할까봐, 맞장구를 치며 어두운 밤이 되기 전에만 볼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를 속이는 것일까, 잘못된 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속으로 끙끙 앓았습니다.
요새는 제가 달을 두고서 금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나, 문득 그런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저것은 금성이라고 맞장구치며 속으로는 앓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사실 그게 금성이든 달이든 상관없다는 입장입니다. 그것이야 가다보면 언젠가 알 수 있는 일이니까요. 지금 제 주변에 응원을 보내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때 저도 금성이라고 하길 잘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금성인지 달인지 직접 확인할 기회가 비교적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두루에서 실무수습을 하게 된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잠깐 금성에 다녀올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저는 두루에 잠깐 다녀오면서 제가 본 것이 금성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두루의 변호사님들은 서로의 어려움을 공유해주시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저는 같은 공간에서 잠깐 어울렸을 뿐이지만. 서로를 믿고 응원하는 변호사님들의 행복함이 온전히 전해졌습니다. 함께 실무수습을 하신 시보님들도 많은 흔들림에도 꿈을 잃지 않고 나아가는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서로를 보면서 기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두루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학교로 돌아와 공익변호사로서 실력을 갖추기 위해 다시금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다시 두루 변호사님들을 만났을 때는 다른 사람을 두루 도울 수 있는 어엿한 변호사로서 만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다 가끔 지치는 순간이 오더라도 더는 두렵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푸른 하늘의 금성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혜민: 두루 하계 실무수습은 두 가지 측면에서 확인의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두루의 진 정성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작업은 조직 내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성찰적 관점, 시민사회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새로운 의제를 발굴하려는 노력, 동료 시민의 범위를 넓히고 동료 시민들의 평등한 인권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고민 등, 두루 변호사님들의 모습에서 두루의 진정성을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두루 실무수습은 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로스쿨에서도 공익인권법학회 활동을 할 때 가장 행복했던 저는, 실무수습을 하면서 제가 공익활동을 할 때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물론 감정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다루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루 변호사님들을 통해 만난 공익변호사의 업무는 저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한편, 두루에서의 실무수습은 새로운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임팩트 소송 특강, 모의재판, 재판 방청 등을 거치면서, 저에게는 ”어떻게 유능한 공익변호사가 될 것인가“라는 고민이 생겼습니다. 목적지가 정해졌다고 길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고, 이타적인 활동이라고 방법과 전략의 문제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님을, 이번 실무수습을 통해 배웠습니다. 실제로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지켜야 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똑똑하고 일 잘하는 변호사로 성장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로스쿨에 돌아가 법학 공부를 이어가면서 이 결심을 이행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실무수습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