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선민: 공익 변호사를 꿈꾸는 로스쿨생이라면 누구나 '두루'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중 한 명이었기에 두루의 실무수습 공고가 떴을 때 바로 지원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고, 학부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인 아동·청소년·교육 인권 영역의 실무수습생으로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지효: 저는 로스쿨 진학을 결심하기까지 엄청난 고민을 했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신념을 토대로 각오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로스쿨에 진학하게 만든 생각들은 당장 눈앞에 해치워야 할 방대한 양의 공부에 매몰되어, 어떤 신념으로 로스쿨에 입학했는지 의미는 무색해졌습니다.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때 쯤 실무수습을 해야할 시기가 되어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고를 보던 중 두루를 알게 되었습니다. 두루 홈페이지를 둘러 보며 정말 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로스쿨에 들어 온 이후 잊고 있었던 강렬한 감각이 다시금 일깨워졌습니다. 정말 간절했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쓰며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러다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고 지금의 간절함을 담아내자고 생각했습니다. 공익변호사로 활동하고 계신 변호사 분들이 이 자소서를 보시고 선발해주신다면 글로나마 이 진로가 저와 맞는지, 아닌지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목차는 I. 자기소개 및 법조인이 되고자 하는 동기, II. 두루에 지원하게 된 동기, III. 관심 분야, IV. 향후 계획 및 드리고 싶은 말씀으로 나누어 작성하였고 지금의 제가 되기까지 영향을 주었던 사건들과 거기서 느끼고 배운 점들이 두루에서 하는 활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유기적으로 작성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운이 좋게 두루 실무수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현근: 변호사라는 꿈을 가지기도 전에 청소년인권 관련 활동을 하며 사단법인 두루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동, 청소년 분야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변호사 님들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변호사로서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공익변호사라는 진로를 가지게 되는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로스쿨에서 공익변호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너무 적어 외롭고, 그에 대한 정보도 없어 막막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꿈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 꿈이 시작된 곳 중에 한 곳인 사단법인 두루에서 공익변호사라는 진로에 대한 좌표를 재설정해보고 싶었습니다.
2. 실무수습 중
1) 공통과제
선민: 이번 2022년도 두루 하계실습의 공통과제는 '외국인 보호제도 위헌소송 모의재판'이었습니다. 공정한 제비뽑기를 통해 합헌 팀과 위헌 팀을 나누었고 각 팀마다 한 명의 변호사님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외국인 보호제도가 저에게는 다소 생소한 주제였기에 제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두루 측에서 사건의 개요부터 어떤 것을 주된 쟁점으로 다뤄야 할지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시고, 필요한 자료들도 바로 바로 공유해주셨기 때문에 그 점은 전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2주간의 실무수습 기간 중 주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6일의 시간을 모두 공통과제에 할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공통과제는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특강 시간, 점심 시간, 이동 시간 등을 제하면 실제로 남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고, 방향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변호사님의 피드백을 받는 시간도 가져야 했기에 좋은 결과물을 위해서는 바쁘게 달려야 했습니다. (참고로 두루에서 제공해주신 준비 시간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지만 더 좋은 결과물을 얻고 싶었던 저희의 열정으로 인한 시간 부족이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2주차 화요일에 최종적으로 모의재판을 시연하였고 두루와 지평의 변호사님들을 모셔 공통과제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무를 위해서는 어떤 변호사가 되어야 하고, 그런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로스쿨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내용이기에 더욱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근: 실무수습의 주요 활동으로는 공통과제와 분야별 과제가 있었습니다. 팀별 과제는 출입국관리법 제63조의 외국인보호제도에 기간상한이 없는 것이 위헌인지에 대한 모의 위헌심판제청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의재판이라고는 하나 위헌과 합헌으로 팀을 나누어 상대팀의 약점을 공략할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해 답변을 하는 것이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위헌팀으로 배정되었는데, 기존에 막연하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넘어 왜 외국인보호제도가 문제이고 왜 보호기간의 상한이 생겨야 하는지. 그리고 이를 넘어 좀 더 포괄적으로 한국의 외국인 이주제도에 대한 고민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비록 모의재판을 준비하는 과정은 무척 힘들었지만 일주일이라는 단시간 내에 외국인보호제도의 문제와 그에 대응하는 활동들, 그리고 기존 논의들을 검토하는 것에는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을 통해 변호사가 어떤 자세로 재판에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해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피드백 과정에서 들은 “재판은 토론이 아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2) 개인 과제
선민: 아동·청소년·교육 인권 영역의 개인과제는 특정 사건에 대한 고소장을 작성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실무수습을 오기 전 수강했던 법문서작성 과목에서 배운 내용들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혹여 법문서작성 과목을 수강하지 않으셨더라도 사무실 내부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이 있고 검색을 통해 쉽게 작성 방법을 배울 수 있으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2~3일 정도의 시간을 주시고 수습기간 마지막 날 강평을 해주시는데 그 시간이 정말 유익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죄명을 제대로 쓰는 법부터 총체적으로는 설득력 있는 고소장을 위한 방법, 심지어는 기록형 시험을 위한 팁까지 알려주셨기에 1시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현근: 분야별 과제로 받은 과제는 미신고아동보호시설에서 발생한 아동학대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아동의 시설보육에 대해 막연한 관심이 있던터라 과제를 하며 이 주제에 대해 대략적으로나마 공부를 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과제를 하며 아동탈시설을 포함한 전반적인 ‘탈시설’ 의제에 대해 더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책장에서 잠들던 ‘시설사회’를 손에 들었습니다. 또 저희가 과제로 제출한 고소장을 두루의 변호사 님들께서 꼼꼼하게 피드백 해주셨는데, 제가 쓴 글에 대해 이렇게 꼼꼼하게 피드백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 이후의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3) 특강, 영역 소개 및 인상 깊었던 시간
현근: 과제 외에도 여러 특강들과, 두루의 활동 분야별 소개 시간, 신입변호사 업무 소개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특히 기억에 남았던 것이 장애 영역 소개, 신입변호사 업무 소개 시간입니다. 장애영역 소개 시간에는 장애영역의 활동에 대한 소개도 있었지만 두루의 새로 만들어진 부산분사무소에서의 활동 소개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저 또한 부산경남 지역에서의 공익인권활동에 관심이 있었던 지라 지역에서의 공익변호사 활동과 고민, 현황 등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소중했습니다. 공익활동 또한 서울 중심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비수도권에서의 활동 경험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두루 실무수습의 장점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신입변호사 업무소개 시간도 최근에 공익변호사가 되신 변호사 님께서 공익변호사로서의 첫해나기와 다양한 공익변호사로서의 진로를 설명해주셔서 유익했습니다. 앞으로 공익변호사로서의 진로를 고민할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효: 여러 특강과 모의재판으로 바빴던 첫째 주가 지나가고 둘째 주에는 인권 강의, 국제인권 영역 소개, 아동사법 특강 및 아동·청소년 인권 영역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모든 강의가 정말 좋았지만 저는 아동사법 특강 및 아동·청소년 인권 영역 소개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제가 평소에 관심이 있기도 하였지만 관심이 있었음에도 모르는 부분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동사법 체계, 실상에 대해서 알려주신 부분, 예전에 유튜브 영상을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이슈가 있었는데 그 영상에 출연하신 변호사 분들이 두루 변호사 분들이었던 것, 기사를 읽으면서 당연히 개정되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법 개정 뒤에 여러 단체 그리고 변호사 분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점 등을 배웠습니다. 인식 변화를 위해서 그리고 몇 줄의 법을 개정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발언하고 움직이고 싸우고 연대해야 하며 저도 그 일원이 되어보자고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외부 동행 일정은 두루 변호사분들이 참여하고 계시는 토론회나 재판 중 저희가 동행할 수 있는 일정을 공유해 주시면 자율적으로 참여가 가능합니다. 이번 외부일정 중 ‘장애학생 교권보호위원회 사건 집행정지 심문기일’에 실무수습 하시는 분들 모두 함께 참여하여 재판을 방청하였습니다. 방청 뒤 변호사님께서 어떤 사건인지, 어떤 쟁점을 중점으로 다투고 있는지 설명해주셨고 이 경험에서도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느꼈습니다. 아마 기사로 피상적으로 동일한 사건을 접했다면 지금과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사건과 쟁점을 알게 된 것에서 나아가 어떤 일을 접했을 때 거기서 파생되고 연결되는 문제들까지 생각해 볼 것, 본질은 무엇일지 생각해 볼 것 등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3. 마치며
선민: 2주의 시간 동안 두루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정답 또는 오답만이 존재하는 로스쿨 안에서의 수험생활에서 벗어나, 정답은 없지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송을 알게 되고 간접적으로나마 그에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이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혹시 아직 두루에서의 실무수습 여부를 고민하며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계신다면 고민하지 마시고 바로 지원하실 것을 감히 추천드립니다. 그 선택의 결과로 영원히 마음 한 켠에 존재할 소중한 인연과 추억들을 가져가시게 될 것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지효: 로스쿨 진학 이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공부가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대해 오히려 공부를 하면 할수록 활자 속에는 그 답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두루에 와서 좋았던 점 중 하나는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현실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언컨대 로스쿨 입학 이후 제가 배우길 원했던 것에 대한 가장 큰 배움이 두루에 있었고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현근: 두루 실무수습이 끝나고 저에게 많은 것이 남았습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공익변호사로서의 활동과 고민을 더 잘 알게 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동청소년분야의 공익변호사나 비수도권 지역의 공익변호사가 얼마나 부족하고 어떤 활동을 하게 되는지를 알 수 있었고, 공익변호사 분들이 한 사람의 활동가로서 법을 통해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계시다는 것을 기획소송을 접하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공익인권에 관심이 있는 다른 로스쿨의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도 유익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공익인권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두루의 실무수습을 통해 공익인권활동에 관심이 있는 다른 학생들을 만나며 든든함을 느낄 수 있었고, 다른 학교의 공익인권법 학회의 활동을 접하며 자극을 받아 코로나 이후 활동을 멈추었던 저희 학교에서의 공익인권법 모임도 되살려 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루와 함께한 이번 여름은 잊지 못할 시간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공익인권에 관심있는 로스쿨 학생이라면, 아직 실무수습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한 분이라면 사단법인 두루에서의 실무수습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실무수습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