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아영 : 기존에 하던 환경과학 공부를 손에서 놓고 ‘환경전문법률가’가 되겠다며 호기롭게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저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지낸 지 1년 만에 이게 진짜 내가 원하던 공부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과 활동을 하기 위하여, 하지 못하게 된 것들이 너무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성적과 인간관계 등 예상하지 못했던 스트레스까지 저를 괴롭혀 왔습니다.
그 때쯤 학교 홈페이지에서 두루의 실무수습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막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 새내기 시절에 교내 공익인권법학회 선배들의 공익 관련 수습 기관 설명을 들으면서 ‘꼭 두루로 실무수습 나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에, 시험 공부도 제쳐 두고 자기소개서 작성에 열중했고, 제 간절함을 읽어 주신 건지 감사하게도 두루에서 실무수습을 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두루에서 지내는 2주 동안, 정말 단 하루도 외롭거나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앞으로 걷고 싶은 길을 앞서서 걷고 계신 두루 변호사님들과 옆에서 함께 걸어줄 다른 시보님들과 함께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생 신분으로 실무수습을 나온 것이니 법무를 익히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어쩐지 저는 이곳에서 법보다 사람을 배우고 느낄 수 있어 더 많은 걸 얻은 기분입니다.
혜진 : 저는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다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나니 이러한 생각이 생각보다 세상물정을 몰랐던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익히 들어온 것 이상으로 공부해야 할 양이 많았음은 물론이거니와, 공부 이외 모든 활동을 부담스럽게 여기게 되는 분위기 또한 제게는 낯설고, 진로를 탐색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1학년을 지나 오며, 저는 3년을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보내는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민해보게 되었고 이 공부가 과연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인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고민은 나중에 하고 일단 지금 눈앞에 닥친 것을 하자는 것이 세대를 막론하고 모든 한국 사람들이 체화하게 되는 경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온전히 마음으로 원해야만 이 공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았고, 때문에 진로 탐색에 크게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초 입학 당시의 “사회 기여”를 달성하기 위한 진로로서의 공익변호사,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는 곳 중 하나인 두루에 실무수습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두루에서의 2주는 후술하겠지만 제가 가지고 있던 고민과, 법학 공부에 대한 열정을 다시 되살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원하는 일을 함께할 수 있는 진로는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두루에서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1. 실무수습 전
1) 자기소개서 작성
아영 : 두루는 기타 서류 제출 없이 ‘자기소개서’만으로 수습생을 선발하는 만큼 저희가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작성했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법학전문대학원 진학 후 성적이 좋은 편이 아니라 성적에 관한 얘기는 아예 적지 않았고, ‘환경’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또 어떤 공부를 해왔는지를 중점적으로 작성했습니다. 저는 환경과학 관련 학과 출신이기도 하고, 동 대학원을 진학하여 동위원소 분석화학을 툴로 한 고(古)환경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서 그 부분 설명을 좀 길게 적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환경 분야 법제도적 문제점들을 언급하며 이러한 흠결을 정비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고 이를 위해 갖추어야할 소양을 환경 분야에서 노력하시는 선배 공익변호사님들로부터 배우고 싶다는 내용을 큰 줄기로 하여 작성했습니다.
혜진 : 저는 학부 시기 공부한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설명을 넣지 않았고, 대신 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포함시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를 어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 일환으로서 변호사가 어떤 식으로 법에 기여해야 하는지 서술했고, 나아가 “제”가 보는 두루는 어떤 곳인지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환경 관련하여는 환경법학회에서 발제했던 부분 정도가 관련성이 있었습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환경 관련 활동을 대단히 많이 했다든지, 환경 관련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 수습 전 준비사항
아영 : 사실 실무수습에 참여하기 전에는 잘 해낼 수 없을 것 같아 걱정만 앞섰습니다. 심지어 변호사님들께서 내주시는 과제라니, 학교에서 이제 겨우 민사소송법1 정도를 배운 게 다인지라 혼자만 아무것도 적지 못할까 봐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두루에 실무수습을 다녀온 선배에게 연락해 뭘 준비하면 좋을지 여쭈어 보았는데, 선배는 ‘가면 변호사님들께서 자료도 다 주실 거고, 모르는 게 있으면 질문하면 다 알려주실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하게 다녀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배의 말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과제는 소장, 상고이유서 작성과 같이 정말 실무적인 부분이라 자료를 받아서 수습생들과 함께 얘기 나눠 보고, 모르는 부분은 변호사님께 직접 여쭤 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시행착오 또한 수습 과정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아 부족하게 수행한 부분이 있다면 변호사님께서 강평시간에 하나하나 짚어서 알려주시므로, 뭔가를 공부해와서 여기서 써먹겠다는 생각보다는 적극적으로 배워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오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혜진 : 대형 로펌과는 다르게 진행된다는 이야기는 이미 어느정도 들은 바가 있어, 수습 전에 준비할 내용에 대하여 큰 고민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아영 님과 마찬가지로 그런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제 수행에 있어서는 학교 동아리에서 법률 자문서를 작성한 경험과 대회에서 소장을 작성해보았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만, 그러한 경험이 전무하였더라도 변호사님들께 강평을 통하여 피드백을 받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큰 배음이었기 때문에 준비에 대하여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2. 실무수습 중: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1) 공통과제
공통과제는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보장청구 소송 상고이유서 중 차별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 오해, 심리 미진, 이유 모순, 채증법칙 위반’ 부분을 작성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과제 부여 시간에 장애 영역 이주언 변호사님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중심으로 하여 해당 사안이 어떤 소송이고, 어떤 부분을 검토해서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안은 영화 상영업자인 피고들이 시청각장애인들이 영화관에서 비장애인들에 준하는 영화관람을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장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에 해당하고, 이를 시정하라는 원심의 판결이 있었으나, 그 차별 구제 방법에 대하여는 원심에서 불필요한 이중의 제한, 3%의 상영횟수 제한 등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충분히 시정하도록 명했다고 보기에 어려운 판단을 한 사안이었습니다.
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기사를 통해 알고 있었으나 자세한 내용은 몰랐고 상고이유서 작성도 생애 처음이었던 저는 첫 목차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몰라서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내용을 실컷 쓰고도 목차에 맞지 않아서 그 부분을 빼기도 했습니다. 결국 과제는 엉망인 채로 제출 드렸지만, 변호사님께서 해 주신 공통 및 개별 강평을 통해 부족한 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표를 삽입하거나 처음 등장하는 용어에 대해서는 각주를 달아주는 등 ‘판사를 설득하기 위한 글’을 위해 필요한 실무적인 부분까지도 세세하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2) 업무소개
부끄럽지만 저는 두루 홈페이지를 통해서 두루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지만 조금 알고 있었을 뿐 환경을 포함한 여러 공익 분야 전반에 대하여 거의 무지한 상태로 수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루에서 진행된 업무소개 시간은 저에게 정말 신세계였습니다. 국제인권 영역 업무 소개를 들을 때는 ‘새우꺾기’ 사건과 ‘루렌도 가족’ 이야기에 분노하기도 하고, 환경 영역 업무 소개 중 ‘모란시장 개고기 공급망 철폐’ 사건을 설명하시면서 보여주신 개들이 잔인하게 죽어 가는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장애 영역 업무소개 시간에 ‘1층이 있는 삶’ 소송 판결 선고와 기자회견을 직접 참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판결요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8조 제4항에서 편의시설 설치 등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가 있는 시설물의 범위를 같은 법 시행령이 정하도록 하였는데, 보건복지부의 시행령은 ‘바닥면적 300㎡ 이상’이라는 불필요한 기준을 추가함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고 장애인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였으며, 평등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시행령이 무효로 되면서 자연스레 피고는 바닥면적에 무관하게 장애인 접근성을 위하여 시설에 따라 적절한 편의시설을 제공할 의무를 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판결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관련하여 굉장히 혁신적인 판결이라고 들었는데,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 변호사님들께서 모여 일으키는 힘과 변화를 직접 보고 느끼면서 저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3) 영역별과제
환경영역 과제는 “(주)영풍 석포제련소 사건”에 대한 과제였습니다. 첫 번째 과제는 “석포제련소 내 침전저류조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의 건에 대하여 소장을 작성하는 과제였습니다. 두 번째 과제는 석포제련소와 관련된 새로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석포제련소에 대하여는 환경영역 강의를 진행하시면서 일부 설명을 해주시고 더불어 영상자료로 뉴스타파의 탐사보도를 함께 시청하였습니다. 이후 과제에 대해 설명해주시며 정보공개청구소송이 어떤 것인지, 환경운동에서 정보공개청구가 가지는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주셨습니다. 더불어 유사 사건에서 작성된 소장과 준비서면을 참고할 수 있도록 해주셨는데, 이미 변호사님들께서 작성하셨던 자료를 읽어보고 분석해보는 경험이 저희가 크게 성장하도록 도와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과제를 통해 얻어가는 것이 참 많았습니다. 사실 석포제련소 사안 자체를 이번 과제를 진행하며 처음 알게 되었는데, 덕분에 이 사건에 대하여 그래도 타인에게 설명할 만큼은 알고 있다고 자부하게 되었고 주변인들에게도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 과제를 통하여 실무적 차원에서 환경영역의 어려움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환경 소송에서 정보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평소에도 익히 들은 바가 있었고, 과제 출제 시에 이상현 변호사님께서도 다시금 말씀해주셨지만, 아는 것과 체험하는 것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정보공개청구를 위해서는 자료가 특정되어야 하는데 어떤 자료가 존재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워 유추해야 했고, 기사 등의 정보는 반복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담당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귀찮다며 다소 적대적인 태도를 접하기도 하는 등, 환경소송의 어려움을 며칠간 잔뜩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분명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결국 정보공개 대상을 찾아 청구한 내용에 대하여 변호사님께서 잘 청구했다는 칭찬을 하시며 정보가 공개되면 공유해달라고 말씀하신 때, 그리고 이것으로 저희 시보들도 이 사건의 일부가 된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을 때는 말로 다하기 어려운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4) 특강
특강은 총 3회 진행되었습니다. 팬임팩트 코리아의 곽제훈 대표님께서 사회적 경제 영역과 관련하여 사회성과연계채권에 대한 특강을, 법무법인 지평의 대표변호사이자 두루 이사이신 임성택 변호사님께서 임팩트 소송 특강을, 기후솔루션 설립자이신 윤세종 변호사님께서 기후변화를 위해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하여 특강을 진해해주셨습니다. 세 강의 모두 너무나 유익하고 새로운 영역을 탐구할 기회가 되었지만, 아무래도 환경 영역의 시보이다 보니 윤세종 변호사님의 특강이 가장 감명 깊었습니다.
강의는 기후 위기 전반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세계 전반이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특히나 에너지에 의한 탄소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에 해당합니다. 이 때 2000Mw 석탄발전소의 배출량이 전기차 한 대로 교체할 때의 배출량의 약 1400만배라며, 가장 효과적인 감축을 위하여 석탄발전소를 집중 공략하였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리고 이 공략 방법으로서, 석탄에너지에 대한 돈의 흐름과 금융계의 “투자”, 다시 말해 자금 줄을 끊어버리는 방식을 택했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특히 입법-사법-행정-여론의 네 꼭지점을 모두 공략해야 한다는 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특강을 들으며 환경 분야에서는 적은 투입으로 높은 효율을 내기 위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 방법 중 하나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네 꼭지점을 잘 이용하는 일이라는 점을 새기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역별 과제에서 정보 관련 과제를 수행하던 상황이다보니 입법부의 국회의원을 통한 정보 수집이 소송에서의 활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통한 여론 형성 및 행정부에 대한 의견 제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지막에 시민 사회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것 같지만 나중에라도 바위의 어느 부분을 치면 깨지기 쉬운지 정도는 알려줄 수 있다.”고 하신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숱한 패배를 경험할 수 밖에 없느 공익단체 활동가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 좋은지, 실마리를 잡은 기분이었습니다.
3. 실무수습 후
1) 진로에 대한 도움
아영 : 제 진로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떠들기로는 대단한 목표의식이 있는 양했지만, 주변 동기들처럼 검사, 로클럭 등 뚜렷한 진로를 정한 게 아니다 보니 혼자만 흐릿한 ‘공익’, ‘환경’을 좇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점점 더 확신이 없어지고 있었습니다. 공부는 혼자해야 하는 것이라면, 이런 현실에 대한 고민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직자가 주변에 있지 않은 이상 좀처럼 명확해지지 않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답답했고, 이렇게 안개 낀 듯 뿌연 길을 걷는 게 과연 맞나 싶어 휴학을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가 변호사가 된 후에도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 조금은 뚜렷해진 느낌입니다. 두루에서 실무수습을 하면서, 소송, 용역, 연구 등 공익변호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부터 공익변호사 월급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는 도무지 배울 수 없는 법리 이상의 ‘현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두루의 변호사님들께서는 로스쿨생에게 마냥 희망을 심어주시지 않으면서도, 현실과 그 현실을 극복하게 하는 열정을 알려주셨습니다.
혜진 : 법학전문대학원에 들어올 당시엔 법조인이 되면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순진하고 낙관적인 시야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예비 법조인의 길에 들어서면서 그 생각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일반 변호사의 직무는 다소 수동적이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반대로 공익변호사를 꿈꾸기에는 주변의 분위기가 공익변호사를 굉장히 특이하고 대단한 존재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결국 애매한 회색지대에 서게 되었고, 법조인이라는 직업을 갖는 일 자체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것에는 물론 제가 명확한 비전을 갖지 않은 탓도 있었겠으나 양 측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알아갈 기회가 대단히 희박했던 탓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두루에서의 경험은 제게 무척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진취성을 띤다는 점이나 행정업무나 연구 등을 병행한다는 점, 진행하는 소송의 내용 등 업무적인 차원을 알아갈 기회였을 뿐만 아니라, 두루의 분위기와 공기 그리고 소속 변호사님들간의 관계 등을 체험할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후자를 통하여 공익변호사가 나와 분명히 잘 맞는 길이며, 이처럼 가치관이 일치하는 사람들과 유사한 가치를 위하여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두루에서의 경험은, 공익변호사 진로와 더불어 제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아갈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2) 다음 기수의 지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아영 : 첫날 수습생들이 지킬 내규를 직접 작성해보는 시간이 있는데, 수평어(반말) 사용 적극 추천합니다. 어색할 수도 있는 분위기를 더 빠르게 친숙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복장 관련해서는 변호사님들께서도 매우 자유롭게 입으시므로 ‘그래도 혹시나’하는 마음으로 정장 구입 및 착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혜진 : 여러 영역의 시보 님들과 대화를 적극적으로 나눠 보기를 권장드립니다. 새로운 영역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은 잘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시야를 넓혀주고,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시각을 제시해주기도 합니다. 두루의 실무수습 활동은 다양한 전공, 다양한 배경의 훌륭한 예비 법조인 동료들을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4. 마치며
두루에서 2주간 실무수습을 마치고 마지막 날 간담회 때, ‘친절한 사람들이 아프지 않은 세계에 살고 싶다. 그런 세계에서는 친절한 사람과도 좋은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모 작가님의 책 구절이 우연히 떠올랐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조금이라도 저희가 편하게 수습을 하고 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도와주신 변호사님들, 직원 분들 그리고 동료 시보님들 모두 아픈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입니다. 감히 이런 말을 후기로 써도 되는지 조금 섣부른 것은 아닌가 싶지만, 아마 다시는 이보다 좋은 프로그램의 실무수습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짧다면 짧은 2주 동안 많은 변화를 이끌어주시고 많은 걸 배울 기회를 주신 두루 변호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저희를 많이 챙겨 주신 환경 영역 김성우 변호사님과 이상현 변호사님, 공통과제 개별 강평을 해 주신 이주언 변호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남은 로스쿨 기간 동안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꼭 후배 공익변호사로서 변호사님들을 다시 뵙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