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22년 동계 로스쿨 국제팀 실무수습생 조수빈, 차민지입니다. 두루에서 대면 실무수습 일정을 즐겁게 마치고 2주간의 시간을 되돌아 보니 감개무량합니다. 이 글의 주요 독자는 저희 이후에 오실 실무수습생분들이 되실 것 같아, 궁금해할만한 주제를 위주로 저희가 경험하고 느꼈던 생각들을 나누어보려 합니다.
2. 인상깊은 강의는 무엇이었는지?
수빈 : 2주간 국제, 환경, 장애, 아동·청소년, 사회적 경제에 이르기까지 공익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하게 존재하는 세부 분야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방식인 사회성과연계채권(SIB) 강의로, 민간 투자로 공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성과와 보상이 비례하는 SIB 특유의 동기부여 체계를 잘 활용한다면 공익인권 이슈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한편, 합리적이고 효율적 행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어, 법제화를 통한 정착이 필요하다는 논의에 공감한 시간이었습니다.
민지 : 저는 그중 국제인권 영역 강의가 인상깊었습니다. 「국제인권메커니즘 활용방안」 사례연구를 통해, 공항난민사건, 아동 성착취 사건 등 우리 사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사건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루어졌던 다양한 물밑작업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는데요. 문제해결수단으로써 법학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3.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지?
수빈 : 첫 주차에는 공통과제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소송의 상고이유서를 작성했습니다. 기록의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과제를 안내받은 당일에는 조금 막막하기도 했지만, 공통과제 마감일 전까지는 개별영역의 과제나 외부일정이 시작되지 않아 걱정했던 것만큼 크게 부담되지는 않았습니다.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권 소송은 현재 상고심 진행 중으로, 과제를 제출한 뒤에는 두루의 변호사님들께서 실제로 작성하신 상고이유서를 읽어볼 수 있었습니다. 이를 제가 작성한 과제와 비교해본 후 자세한 개별 강평을 들으며, 복잡하고 방대한 사실들 중 어떤 부분에 특히 방점을 두어 전달할 것인지, 그리고 참신한 논거를 어떻게 설득력 있게 제시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습니다.
민지 : 국제영역팀은 개별과제로 추후 입법예고될 「출국대기실 운영규칙」 과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검토하고 개선방안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했습니다. 지도변호사님들의 ‘중간점검’ 시간 덕분에 과제 초반 삽질 시간을 단축하고 정확한 방향에 따라 과제 작성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공통과제와 달리 국제영역 팀이 함께 작성하였는데, 저희 팀원 각각이 집중하는 쟁점이 달라 협업과 협력의 재미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전공과 배경이 모이는 로스쿨 실무수습의 장점이라고도 생각합니다!)
4. 기억에 남는 한 사람이 있다면?
수빈 : 이전까지는 현장에서 직접 구조활동에 나서거나 대중 캠페인을 기획하는 것이 동물권 운동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나 두루 김성우 변호사님의 특강을 듣고, 동물권과 관련하여 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과 동물보호법 간 괴리가 진도군 내 유기견과 식용견의 증가를 낳았다는 점, 잔인한 안락사를 규제하는 입법이 여전히 미비한 점과 관련하여 법제의 재검토가 긴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저 또한 반려견에 대한 애정을 동물권 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나가, 변호사가 된 후 동변(동물권을 옹호하는 변호사 모임)의 활동에 꼭 참여하겠다는 열의를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민지 : 도대체 환경영역에서 변호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명백하게 당사자가 존재하는 다른 사건과 달리 좀처럼 실체가 보이지 않는 환경영역은 미지의 세계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세계 이산화탄소 발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석탄산업의 저지를 위해 보험사, 투자운용사 등에 직접 전화를 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과장광고 제소를 하는 등 ‘기후금융’이라는 주제로 (전)기후솔루션 변호사로 활동하신 윤세종 변호사님의 활동기를 통해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조금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환경 영역에서 법을 수단으로 새롭게 활동을 풀어나가시는 변호사님의 에너지에 크게 감명받은 시간이었습니다.
5. 어떤 외부일정에 참석하는지?
수빈 : 장애인권 영역의 소개는 회의실에서 진행되는 대신 외부 일정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두루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많이들 들어보셨을 ‘1층이 있는 삶’ 소송의 1심 선고기일에 동행하는 일정이었는데요, 언론에서도 주목하는 사건이었기에 선고 직후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두루를 포함한 다양한 단체의 변호사 분들과 활동가 분들의 입장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1심에서 전향적인 판결이 선고되었던 만큼, 저희 실무수습생들도 덩달아 들뜨고 기쁜 마음으로 함께했던 것 같습니다. 이처럼 뜻깊은 일정에 동행할 수 있어 너무나 운이 좋았고, 기억에도 오래 남을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1층이 있는 삶’ 소송의 결과가 최종적으로도 장애인권 분야의 디딤돌 판결로 남기를 기대해봅니다.
민지 : 각 실무수습생은 미리 공지된 외부일정에 자유롭게 참석 가능합니다. 저희는 그중 「해외입양의 인권의제화를 위한 집담회」에 참가했고 과거 한국에서 이루어진 해외입양에 대해 법학, 사회복지학, 문화인류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점을 추려내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지금 필드에서 논의되는 아젠다를 접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6. 나가며
수빈 : 두루에서의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렀던 것 같습니다. 첫째 주에는 매일 다른 분야의 강의를 들으며 변호사님의 문제의식을 흡수해 새로운 고민으로 발전시키다가 일주일이 지나버렸고, 둘째 주에는 국제영역 과제를 붙들고 공항난민을 비롯한 송환대상외국인의 처우를 고민하다가 또 일주일이 흘렀던 것 같습니다. 2주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져 아쉬움이 남지만, 실무수습 기간에 만난 모든 분들로부터 열정과 에너지, 긍정적인 기운을 얻어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겨울 두루에서의 기억은 남은 로스쿨 생활의 원동력이 되어줄 것 같네요. 앞으로도 제가 가고자 하는 길에 공익이라는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아줄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따뜻한 겨울을 선물해준 모두에게 감사드리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민지 : 개인적으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장점 중 하나는 법률가를 시험을 통해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해 양성’ 시키고자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에 걸맞게 두루의 실무실습은 ‘일’과 ‘교육’의 관점에서 수습생들이 최대한 양질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 있었습니다. 현장의 구체적 사건을 가지고 법률문서를 작성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다보면 막연하던 변호사의 업무가 윤곽이나마 드러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최근 법전원이 수험가화 되면서 간혹 실무수습이 유명무실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두루에서는 카피 그대로 ‘누구보다 뜨거운’ 2주를 보내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돌아볼 수 있어 매우 기뻤습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이야기, 경험, 배경을 가진 변호사님들 및 동기님들을 만나뵐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후배님들도 두루와 함께 누구보다 뜨거운 방학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