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제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일에서 보람을 찾는 동시에 어제보다 조금은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공동체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기에, 우리의 보다 나은 내일은 우리 공동체를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데 힘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두 빠짐없이 어울려 잘 살아가는 공동체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였습니다. 그리고 법률가가 되고자 마음먹었습니다. 법은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두 합의한 가치라고 할 것이므로, 법률을 만들고 만들어진 법률을 통해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원하는 보다 나은 내일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익변호사로서의 삶의 방식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모든 변호사는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한다고 하지만, 공익활동에만 전념하여 일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백 번을 듣는 것보다 한번 직접 보는 것이 낫다는 말처럼, 어떠한 삶의 양식이 궁금하다면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가 직접 보고 듣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두루에 지원하였습니다.
2. 두루와 함께 한 활동들
두루에서의 실무수습은 크게 (1) 영역별 업무 소개, (2) 과제 수행, (3) 특강의 3가지 영역으로 2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두루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실무수습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가. 두루 활동 소개
현재 두루에서 수행하고 있는 활동들에 대하여 각 영역별로 변호사님들의 업무 소개를 들었습니다. 특히 평소에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환경 분야와 인권의 관련성에 대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으며, 각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변호사님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공익변호사로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미루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공익변호사 진로 소개를 통해서 공익변호사로 활동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지, 구체적인 진로는 어떻게 되는지 들을 수 있어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나. 과제 수행
과제는 1주차에는 공통과제, 2주차에는 개별 영역에 따른 과제로 나누어 수행하였습니다. 공통과제는 난민인정신청 거부처분 취소에 관한 소송에서 답변서를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환승객에게 난민신청을 할 권리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는데, 상대방이 제출한 서면을 검토하면서 상대방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는 것 같아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지 많이 고민되었던 과제였습니다. 답변서를 작성하고 변호사님들께 개별 강평을 받으면서 법문의 해석과 논증 방법에 대하여 고민하고 공부해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개별 영역 과제는 장애인권 영역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하여 차별구제소송의 소장을 작성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차별구제소송은 일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소송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관련 판례나 선행 연구를 찾기가 어려웠고, 때문에 청구취지를 쓰는 것은 물론 소장을 쓰면서 막막한 느낌을 여러 차례 받았습니다. 장애인이 차별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하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하여 보고, 두루에서 발간한 장애인 차별금지법 연구 사례집을 공부하면서 소장을 작성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차별구제소송에 대하여 깊이 고민하고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기회여서 매우 뜻 깊은 일이었습니다. 이후 변호사님들께 개별 강평을 받으면서 청구취지는 어떻게 특정해야 하는지, 서면의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좋은지 등 구체적인 지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다. 특강
3차례에 걸친 특강은 또 다른 생각거리를 마련해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임성택 변호사님의 임팩트 소송 특강, 뿌리의 집 김도현 원장님의 입양아동 인권에 대한 특강,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한재각 소장님의 기후위기에 대한 특강을 들었습니다.
라. 개별 활동 참여
공식적인 일정 이외에도 변호사님들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장애인권 관련 일정에 동행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코로나-19 상황으로 모든 세미나 일정이 비대면 화상회의를 통해 진행되었지만, 장애인 교육 간담회에서는 장애 학생 교육 문제에 관한 이슈들에 대하여 현재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선생님들과 관계자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청취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함께 한 회의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장애 인권 관련 활동들과 주요 상담 사례들에 대하여 여러 공익인권 활동 단체들이 모여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 차별 관련 사례들을 접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의 전문가들이 모여 협력하면서 보다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 마치며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조금씩 더 나아지는 내일을 꿈꾸며 로스쿨에 입학하였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혼자서만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생활은 단조롭고 건조해지곤 하였습니다. 가슴 한켠에 희망을 담고 힘차게 첫 발을 내디뎠지만, 점차 처음 품었던 생각은 깜빡거리며 희미해져 갔습니다. 그렇게 로스쿨에서의 생활을 절반 정도 마쳤을 때, 두루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비록 2주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루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은 처음의 마음을 되살려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법은 언제나 사람을 향한다는 마음으로 다시금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며 학교로 돌아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