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번 여름은 두루와 함께 누구보다 뜨겁게’.
2021년 8월은 두루의 실무수습 공고에서 보았던 문구대로 뜨거운 배움과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2주간의 실무수습 기간 동안, 더 나은 세상으로의 변화를 위한 두루 변호사님들의 한 걸음 한 걸음을 보았고, 함께 가는 이들이 가질 수 있는 용기를 보았고, 생각하는 것들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행복을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서 2주의 기간 동안 두루와 함께 하며 배울 수 있었던 순간들이 실무수습을 마친 지금까지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아동청소년인권 영역에서 2021 하계 실무수습을 한 저희의 이야기가 실무수습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두루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뜻을 함께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남깁니다.
실무수습에 앞서서,
01. 두루에 지원하게 된 계기
장원: 사단법인 두루에 대해서는 로스쿨 입학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던 시절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공익변호사를 하나의 진로로 생각하고 로스쿨에 진학한 저에게 두루에서의 실무수습은 재학 기간 동안 꼭 경험해보고 싶은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이를 통해 법조인이라는 하나의 틀에 갇히거나 현상에 대한 해결에 얽매이기보다, 시급한 문제들을 좀 더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현장에서 그 가능성과 한계를 느껴보고, 그 과정 중에 방향성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고자 하는 것이 구체적인 지원의 계기였습니다.
아경: 모든 아동들이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법률가로서 아동의 권리 증진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부터 어떤 일을 시작해야 할지 막연하게 느껴졌습니다. 두루의 아동청소년인권 영역 소개를 통해, 변호사님들께서 이미 소송,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활동, 연구를 통해 지난 시간 저 혼자 생각만 해왔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계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기에 망설임 없이 지원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계기를 바탕으로 아동청소년인권에 관심을 두고 쌓아왔던 경험들, 특히 관심 있는 이슈와 두루에서 배우고 싶은 점을 위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고, 감사하게도 두루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02. 시작 전 준비해야 할 것들
아경: 실무수습 시작 전, 공익 변호사의 업무 특성상 공법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공법, 특히 기본권과 행정소송 부분을 복습했습니다. 하지만 실무수습 과정 중 변호사님들께서 과제나 영역별 업무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지식을 자세히 알려주셨고, 참고자료들도 제공해주셨기 때문에 실무수습 전 준비에 대해 크게 부담을 갖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두루에서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활동과 현재 진행 중인 활동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가시면 실무수습 일정을 더욱 깊이 있게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장원: 스스로 놓쳐서 아쉬웠던 것 하나와 지나치리만큼 과하게 준비했던 것 하나를 각각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권해드리고 싶은 준비는 두루 실무수습을 통해 알고 싶거나 구체화하고 싶은 ‘본인의 관심사 및 활동분야에 대한 환기’를 사전에 해보는 것입니다. 짧은 시간이기에 각 분야의 변호사님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 역시 넉넉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미리 한차례 본인의 생각을 정리해둔다면 좀 더 많은 것을 교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과한 준비를 권하고 싶지 않은 것은 ‘복장’입니다. 저희의 경우 별도로 안내를 주시기도 했고 어느 정도 단정한 복장이 권장되기는 하지만, 옷장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하여 (저처럼) 소위 ‘풀착장’을 위해 구매를 비롯한 준비까지 구태여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무수습 중에
03. 실무수습 프로그램 소개
실무수습 프로그램은 크게 5개 영역별 업무 소개와 외부 특강, 공통 과제 및 영역별 과제 수행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작성한 과제에 대해서는 개인별·영역별로 자세한 강평을 해주셨습니다. 그 외에도 실무수습 과정 중 진행된 외부 토론회나 재판 방청에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04.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장원: 큰 틀에서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은 ‘활동영역 소개’ 였습니다. 다섯 개 영역을 다 합치면 가장 큰 시간이 할애되어 있는 일정이 소개여서 처음에는 다소 걱정되었지만, 이를 통하여 관심 영역과 그 외 영역이 아니라 모든 영역이 다름 아닌 ‘내 문제’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세부 프로그램 단위로는 ‘뿌리의 집 김도현 목사님’ 특강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분야별 과제를 마친 직후 해당 과제와 연결된 입양과 출생등록에 관한 이야기를 현장의 목소리로 전달받는 귀중한 기회였고, 문제의식에 대한 공감에서 더 나아가 감히 적기로는 당사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아경: 임성택 변호사님의 임팩트 소송 특강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일반적인 소송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 ‘전략적’ 소송의 방식을 새로 알게 되었습니다. 소수자 인권을 옹호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제시하는 임팩트 공익소송의 진행 절차를 배움으로써 이러한 방식을 활용한 두루의 각 영역 활동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05. 과제와 이를 통해 느낀 점
아경: 공통 과제는 ‘공항 환승 구역의 외국인인 원고에게 난민 신청을 할 권리가 있는지’에 대하여 원고의 입장에서 서면을 작성하는 것이었고, 아동청소년인권 영역별 과제는 ‘미신고 아동복지시설로 인한 피해자의 구제와 제도 개선’을 위해 유엔 인권 메커니즘의 특별절차를 활용하여 특별절차 담당관에게 보낼 진정 서한을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공통 과제와 관련하여 실무수습이 종료될 즈음 의미 있는 항고심 결정이 나와, 직접 서면을 작성해본 경험이 더욱 뜻깊었습니다. 영역별 과제를 통해서는 평소 고민해왔던 보호대상아동의 보호조치 방안을 자세히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국제 인권 메커니즘을 직접 적용해볼 기회를 가지며 공익 변호사에게는 문제 해결을 위한 다각도의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적극성과 창의성이 필요하겠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장원: 공항난민 사건과 미신고시설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과제를 수행하며 공통으로 ‘새로운 접근’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법학을 접하기 시작한 초심자도 알고 있는 법리를 파고들어 해결한 최신 사례와 기존에 알지 못했던 프로세스를 통해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진행 중인 사안을 직접 고민하며, 지식에 기반하면서도 유연한 사고가 문제의 해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각 사안을 검토하며 부조리와 불합리에 대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편 그러한 분노가 일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이를 어떻게 배제하고 활용할 것인지는 앞으로 고민해야 할 과제로 남기도 했습니다.
실무수습, 그 후
06. 실무수습을 거치며 느낀 점
장원: ‘어느 것 하나 나와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2주를 거치는 내내 들었고, 지나온 지금까지도 명료히 느껴집니다. 불과 몇 달 전인 지원 때만 해도 나와 관련된 분야를 또렷하게 추려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 그리고 더 많은 분야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 실무수습 후의 주된 변화였습니다. 한편, ‘변호사’에 대한 직업으로써의 무게는 조금 덜어내고, 자격으로써 무얼 할 수 있고 어디에서 그 역할이 시급히 요청되는지에 대한 무게감을 조금은 보태어 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경: 공익 변호사로서 인권을 옹호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률가인 변호사로서 주장이 설득력 있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과 주장, 주장을 뒷받침하는 법률적 근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감정에만 호소하는 외침이 되지 않도록 법률가로서의 소양을 탄탄하게 다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07. 두루에서 가장 ‘뜨겁게’ 다가왔던 점
장원: 특강 중 각 분야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계신 분들에게 ‘현장에서의 막막함’을 어떻게 대처하고 계시는지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드렸습니다. 그 까닭은 각 분야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과 사안이 그저 듣고 있는 저로서도 무척 힘겹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피로함이 묻어있을지언정 결코 그 힘을 잃지 않는 신념 내지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루의 여러 구성원분들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자신만의 색으로 문제를 인지하고 때론 분노하며, 업과 업 외의 삶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그 활동가분들과 같은 선상에 있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너무나도 섣불리 변호사와 활동가의 삶을 분리해냈던 제가 두루를 통해 가장 ‘뜨겁게’ 느꼈던 대목이었고, 삶의 양식에 있어서 다시금 발견한 하나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아경: ‘함께’ 한다는 점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두루의 모든 변호사님들께서 다양한 영역의 활동을 공유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2주간의 실무수습 과정 중에도 수습생들이 두루의 활동에 함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셨습니다. 아동청소년인권 영역에 속해있었지만 다른 영역의 업무도 알 수 있었고, 다른 영역의 변호사님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셨습니다. 두루의 이름처럼 ‘함께’ 하는 것에 가치를 두고 ‘함께’ 이루어가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08. 두루에 남기는 한 마디
아경: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서 행복하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매일 의미 있는 한 마디,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가시는 모습이 저에게는 앞으로 어떤 법조인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큰 해답이 된 것 같습니다. 2주간 충분히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변호사님들께서 하시는 일을 응원하며, 저 또한 좋은 법조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장원: 매년 반복해 두 차례씩 찾아오는 실무수습생들이고, 이 일정과 관계없이 당면한 업무들로 무척 바쁘셨을 텐데, 늘 최선으로 저희를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모습에도 보내주셨던 따뜻한 시선과 이야기 한 번에 개인적으로도 조금은 더 단단해질 수 있었습니다.
나서며,
우리는 함께 모일 때 더 따뜻하고, 그 안에서 모두를 위해 더 나은 세상을 꿈꿀 때 비로소 우리의 뜨거운 움직임으로 그 꿈을 실현하리라 믿습니다. 저희에게 두루에서의 짧았던 2주는 그 가능성을 목도하고, 이를 각자의 신념으로 바꾸어 가져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비록 이번 실무수습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끼치고 있는 어려움 속에 이루어졌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좀 더 많은 걸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자그만 아쉬움을 제외하곤 어떠한 지장도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첫날 첫 시간 나눴던 이야기처럼 코로나-19와 그로 인해 우리가 쓰고 있는 마스크에 너무 많은 것이 가로막혀서는 안 됩니다. 이 말은 두루가 다루고 있는 사안 대부분이 이 질병으로 인해 어느 곳보다도 더 심각히 악화되고 있음을 떠올릴 때 좀 더 강한 당위성을 가집니다. 다시 말해 세상을 덥히는 움직임은 어떠한 여건에서도 결코 멈추어 서선 안 됩니다. 저희가 함께한 2주도 그 멈추지 않은 움직임의 한 부분이었길 바라봅니다.
저희는 이제 두루에서 얻은 온기를 지니고 이곳을 나섭니다. 올여름 함께 배우고 몸소 느낀 뜨거움이 조금씩은 식어가겠지만, 새로 맺게 된 여러 인연을 통해 그때마다 그 온기를 다시금 데울 수 있길, 또 언젠가는 저희 역시 어느 자리에 서 있건 스스로의 뜨거움을 가지고 행동할 수 있길 기대하며, 계속해 다가올 겨울 그리고 여름 두루와 함께할 여러분께 남기는 글을 이만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