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제가 두루에 합류한지 어느새 1년 2개월이 지났습니다. 항상 두루를 아끼는 마음으로 지켜보며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 덕분에 뜻 깊은 1년 2개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년 쑥쑥 성장하는 두루와 두루의 다른 상근자들도 저와 다르지 않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공익변호사가 되셨어요?”
저는 이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변호사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고 대답합니다. 긴급구호와 지역개발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 대학원에서 좀 더 공부하고 싶었는데, 마침 법학전문대학원에 합격했고, 법을 공부하다보니 권리옹호활동을 하고 싶어졌다고 말입니다. 변호사가 된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습니다.
보통은 여기까지만 답하는데, 오늘은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요즘 말로 TMI(필요 이상으로 많은 정보, Too Much Information)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전원 구조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안심했던 그날이 떠올랐습니다. 할아버지께서 길을 건너신 것을 보고 ‘다행이다’라고 안심한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위로하는 말이었습니다. 그 후로 종종 그 순간을 떠올리며 두 가지 다짐을 되새깁니다. 첫째는 뭐라도 실천한 다음에 다행을 기대하자는 것이고, 둘째는 다행을 바라지 않아도 무사한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도 이따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고민만 하다가 다행을 바라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소가 된 게으름뱅이처럼 다행하지 않은 상황을 맞닥뜨려 주저앉기도 합니다. 저는 아무래도 수련을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행을 바라지 않아도 무사한 사회를 만들자는 다짐은 조금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다행히 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야 공적으로 등록되는 출생신고제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출생등록 매뉴얼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는 다행히 아동이 제도의 공백에 놓이지 않아야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현행 아동보호체계의 개선방안 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국적까지 취득해주는 가정에 입양되어야 추방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해외입양제도에 문제를 제기하고, 다행히 오늘 하룻밤 묵을 곳을 찾은 탈가정 청소년이 계속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주거권을 실현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큰 다행인 시설거주 아동에 대한 조사와 연구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부자님들의 응원을 발판 삼아 두 번째 다짐을 차곡차곡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9월에 만 다섯 살이 된 두루는 지난 5년간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왔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두루의 상근자들끼리 이룬 것이 아닙니다. 넘치도록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들의 꿈과 다짐이 함께 이룬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9월 26일 5주년 기념행사 “두루의 5년 보다 말하다 듣다”를 마련하였습니다. 오셔서 함께 기쁨을 나누고, 미래를 그려보았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50년, 100년 여러분과 상근자들의 모든 꿈과 다짐을 실현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니 항상 건강하게 두루 곁을 지켜주세요.
두루에 후원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 링크의 양식을 채워주세요.
(https://forms.gle/RZoJBbEPBHp19eQR7)
감사합니다.
마한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