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한민국은
미국무부가 제작한 [인신매매 보고서](U.S. 2001
Trafficking in Person Report)에서 최저등급인 3등급 국가로 지목되었습니다. 3등급의 의미는 인신매매 방지 협약의 최저 기준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시
보고서는 한국은 인신매매 발생국이자 경유국이며, 젊은 여성들이 주로 성적 착취의 대상으로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 및 일본으로 매매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국제사회에서의 이러한 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부랴부랴 성매매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형법을 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 뒤로도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장애인들을 노예처럼
부리던 ‘염전 노예’ 사건,
성매매 강요 사건, 착취와 학대에 시달리는 이주어선원 사건 등 심각한 인신매매 사건으로
평가될 만한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인신매매 관련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도, ‘인신매매죄’로 처벌하려는 시도도 거의 없었습니다. 형법의 ‘인신매매죄’는
사실상 사문화되었습니다. 가해자들은 기껏해야 근로기준법 위반, 폭행, 성매매알선 등으로 처벌될 뿐입니다.
시민사회는 오랫동안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기 위한 목소리를 내어 왔습니다. 두루도 ‘인신매매특별법제정연대회의’
소속으로서 활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월, 국회에서 ‘인신매매ㆍ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안’이 갑작스럽게 발의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혼란스러운 용어 사용, 부적절한 정의 조항, 피해자 식별 절차의 부제 등 문제가 지적되었으며, 무엇보다 처벌과 금지에 관한 조항조차 없었습니다.
두루는 연대단체들과 함께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였습니다. 토론회를
주최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아 별도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두루 변호사들을 포함한 법률 전문가들이 국회는 물론 유엔 인신매매 특별보고관 등에게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에 실제로 유엔 특별보고관들은 인신매매방지법안에 대한 공개적인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습니다.(관련기사 : “[단독]유엔 특별보고관, 인신매매법안에 우려 표명…“정부의 의무와 양립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의견서를 보냈으며, 인권위 역시 시민사회의 의견을 대부분 납득하고 유사한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원회의 '인신매매·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안' 검토의견)
이렇게 관련 공공기관과 시민사회, 국제사회의 쏟아지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24일, 법안은 원안이 거의 유지된 채로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입법 과정에 유감을 표합니다. 두루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문제 있는 법이 통과되었지만,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담당변호사: 이한재 (연락처: 02-6200-1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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