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참정권
유독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에 브레이크를 건
이번 임시조치 사건의 조정 성립을 적극 환영한다.
다만, 부실한 이번 선거지침은 이후 개선할 여지가 있기에
향후 대한민국과 협의하여 개선해 나갈 것이다.
오늘 2022년 2월 25일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지원 임시조치>와 관련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50부. 재판장 송경근/ 2021카합21948 임시조치)의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으로 이번 20대 대통령선거 투표시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 지원을 권리로 인정한 매우 의미있는 조정이 성립되었다.
이번 임시조치 소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지난 2020년 4월 10일과 11일 진행된 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과정에서 이전 5년간 선거사무지침에 따라 제공되었던 기표과정에서의 발달장애인에 대한 투표보조 부분을 지침 내용안에서 모두 삭제하고, 이에 따라 투표당일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 없이 혼자서만 기표소에 들어가서 투표하도록 한 차별적 조치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조치로 당시 투표를 보조하기 위해 동행한 부모님과 관련자들을 선관위 직원들이 막아서면서 다수의 발달장애인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거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기표를 하면서 제대로 자신의 의사를 반영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에 우리들은 2020년 4월 14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보조 지원을 거부당하여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발달장애인 당사자 12명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제27조의 참정권에서의 차별금지를 이유로 진정(20진정0257300) 하였다.
그리고 2021년 3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참정권)」 제1항과 제2항 “참정권에서의 차별금지와 참정권 행사를 위한 정당한 편의 제공” 조항과 「장애인복지법 제26조(선거권 행사를 위한 편의제공)」의 “장애인이 선거권 행사에 불편함이 없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는 규정,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9조 “정치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 「공직선거법」 제6조 제1항 선거권행사의 보장과 관련한 조항 등을 판단의 근거로 제시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방안을 마련하고, 전 선거사무원에게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투표보조 이외에도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등 정보제공’, ‘후보자들의 사진을 인쇄해서 후보자들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그림투표용지’, ‘선거체험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정당한 편의제공 방안들도 제시하였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발달장애인 참정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이기에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시정권고 결정 이후 8개월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책과 관련하여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우리는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가 고작 100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선관위의 자발적인 대책 마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법원의 임시조치를 통해 긴급하게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한 긴급구제를 요청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의 중대한 결정에 발달장애인의 투표권이 다시 종잇조각이 되도록 기다릴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제서야 선관위는 마지못해 ‘부실한 투표보조 선거지침안’과 안내할 사항을 제출하였다. 위 내용에는 장애유형을 불문하고 스스로 기표할 수 없는 경우에 투표보조를 허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한편, 장애인을 환자로 취급하는 “증상”이라는 표현과 ‘과도한 간섭을 제지할 수 있다’는 등의 애매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우리는 ‘과도한 간섭 등’ 애매한 내용이 참정권 침해의 소지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차별적인 표현에 대하여 지침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사실상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보름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투표보조 지원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였기에, 조정절차에서 위 지침안대로 우선 이번 대선에서 발달장애인이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를 기초로 재판부는 대선 이후 우선 문제가 된 ‘증상’ 등 차별적 표현은 선거 이후 신의성실 개선협의하기로 하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안을 제시하였고, 우리는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선관위가 이의신청을 포기함으로써 위 결정안이 확정된 것이다.
우리는 3년 만에 다시 되찾은 권리를 적극적으로 장애인 유권자들에게 안내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선관위의 부실한 투표보조 선거지침’으로 또다시 참정권이 침해되고 차별이 발생한다면 국가를 상대로 한 국가인권위원회 차별진정과 함께 손해배상청구 등 소송까지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다.
선거권은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국민의 주요한 결정권이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하며, 그 권리의 행사에 누구도 차별받지 않도록 국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장애인 참정권이 훼손되지 않고 차별받지 않도록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한다.
2022년 2월 24일
한국피플퍼스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사)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단법인 두루
담당변호사 최초록, 이주언 (02-6200-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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