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리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공항에서 난민신청 의사를 밝힌 외국인에게 출입국
당국이 ‘신청 접수’를 거부한 것입니다. 심사도 받지 못한 신청자는 바로 공항에 방치되었습니다. 당장 돌아가라는
말만 할 뿐, 아무도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2020년
3월, 공항난민 A씨는
저희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인신구제청구’는 기본적으로 의료시설, 복지시설 등 수용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난민신청을 받지 않고 공항에 방치하는 것 역시 이러한 ‘수용’에 해당된다는 저희의 주장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깊이 고려하지 않고 각하했습니다. 공항에 방치된
것은 일반적인 ‘수용’이 아니라고 보고, 구체적으로 판단 하지 않은 것입니다. 대리인단은
이에 대해 항고하였습니다.
‘난민신청 접수 거부’라는 출입국 당국의 유례없는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을 법원도 인정하여 1심에서 승소했지만, 법무부는 즉각 항소하였습니다. 인신구제청구는 각하되고, 행정소송은 항소심에 올라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A씨는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변호사들이 개인적으로 모금을 해서 생활비를 드렸고, 변호인 접견을 하면서 생필품을 전달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지병이 악화되어 탈장 증세가 생겼고, 공항 안에서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출입국 당국은 이미 1심을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장기간 법정 싸움을 이어나간 것입니다.
4월 13일, 역사적인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인천지방법원 제1-2형사부는 A씨가 그간 “환승구역에서 사생활의 보호·의식주·의료서비스 등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처우를 전혀 받지 못하”였다면서 “수용을 임시해제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2021인카1 임시해제신청) 이에 따라 A씨는 1년 2개월 만에 공항 밖 땅을 밟았습니다. 1심 결정을 뒤집고, 환승구역에 방치한 것만으로도 ‘수용’에 해당한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해준 최초의 사례이자, '인신구제청구'의 형식을 통해 환승구역에 방치된 난민을 입국시킨 최초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닷페이스 영상 “1년 만에 공항 밖으로 나왔다” 영상 보기 https://youtu.be/Q3mvj1NEC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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