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는 6월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호 본문에 대한 위헌제청신청 사건에서 공개변론을 했습니다. 광주지방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하기로 결정한 지 2년 11개월만입니다. 소송으로 법을 바꿀 수 있다면 본인과 같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이 덜 힘들 것 같다며, 당사자가 소송을 결심한 지 4년이 지난 시점이기도 합니다.
현행법은 노인과 장애인을 구분하여 노인은 요양 중심의 노인장기요양급여, 장애인은 자립과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인성 질병을 가진 65세 미만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단지 장기요양서비스를 먼저 신청했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활동지원서비스 자체를 일률적으로 신청할 수 없게 됩니다. 뇌병변장애인인 제청신청인 또한 2010년부터 노인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하여 요양서비스를 받아오다가 2016년이 되어서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급여로 서비스를 바꾸어달라는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이미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거부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심판대상조항은 법으로 부여된 장애인활동급여를 신청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빼앗고 있습니다.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 중 노인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장애인활동급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장기요양급여를 신청한 사람과의 차별도 발생합니다. 요양보호사가 있는 하루 4시간을 제외한 20시간 동안은 생존과 안전을 위협받는 일상을 살아내도록 강요받습니다. 좋아하는 글을 쓸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친구를 만날 수도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장애인에게 장애인활동지원급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예산이 많이 소요되며,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에게는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전체 예산을 고려했을 때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장애인에게 선택권을 부여했을 때 추가로 발생하는 예산은 많지 않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급여로 넘어가면서 절감되는 노인장기요양급여 예산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노인성 질병이 있는 사람은 자립은 필요 없고 요양으로 충분하다는 차별에 기인한 것입니다. 장애인의 눈과 손, 발이 되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대체가능한 다른 서비스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두루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장애인을 차별하는 이 법률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선고가 내려지는 날, 활동지원급여가 필요한 장애인이라면, 장기요양급여 신청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끝까지 달리겠습니다.
제청신청인(당사자)이 공개변론 법정에서 최후 진술을 한 내용 중 일부를 밝히며 글을 마칩니다.
"친구와 딸은 물 먹은 소금포대 같은, 통나무 같은 내 몸뚱이와 전쟁을 해야 합니다.
저는 작년에 시설에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 요양보호사 언니가 파스를 붙이거나 약을 먹는 것을 보면 제가 물귀신처럼 생각이 듭니다.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자신에게도 미안합니다.
활동보조가 되면 제 주위 사람들에게 덜 미안할 것입니다. 짐을 덜어주고 싶습니다. 누워있을 때 갑자기 떠오른 생각도 메모할 수 있고 한글 문서도 작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광주에서 영광 해안도로까지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한데 1년에 한 두번이라도 석양을 보러 갈 것입니다.
오늘보다 다른 내일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그 내일과 함께 새로운 오늘을 살아갈 것입니다."
* 이 소송 공동대리인단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에서 꾸려져, 사단법인 두루, 공익변호사와 함께 하는 동행,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등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담당변호사: 강정은, 이주언 (02-6200-1853)